한국의 초라한 퇴출과는 달리 대만은 이 대회 최대의 이변을 일으키며, 최강의 일본을 무너뜨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의 성인 남자 야구 대표팀은 2019년 프리미어12에서부터 이번 대회까지 27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대만이 이처럼 기세등등하던 일본을 이기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이변을 연출한 대만 선수단은 자국에서 국빈급 대우를 받고 있다. 대만 대표팀은 25일 F16 전투기 4대의 호위 속에 귀국했고, 26일엔 타이베이에서 카퍼레이드를 펼친 뒤 총통부 청사에서 열리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의 격려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AFP 통신은 26일, “대만 대표팀이 130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야구가 결국 투수 놀음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한국 대표팀에 불안한 요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동주(한화), 원태인(삼성) 등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함으로써 선발진 운영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에 대해 류중일 감독은 투수들을 다양하게 기용하여 선수들의 피로도를 줄이고, 가능한 한 실점을 줄이는 한편 젊은 선수들의 강력한 타격에 기대를 걸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하여 세대교체를 앞당기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대회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여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28 LA올림픽을 대비하고자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대표팀은 프리미어 12 B조 조별리그에서 대만과 일본에 패해 조 3위에 머물렀다. 이로써 한국은 각 조 상위 2개 팀에 주어지는 4강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이 대회가 창설된 이후 처음으로 겪는 수모였다. 그동안 한국팀은 2015년 초대대회 우승, 2019년 2회 대회 준우승이라는 빛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대회의 예선 탈락은 더욱 초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야구는 이대로 주저앉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며, 일본의 이치로가 “앞으로 한국 야구가 30년간 일본 야구를 이길 수 없게 해 주겠다.”고 설쳐대던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숨기지 못했다.
정말 한국 야구는 이대로 주저앉고 마는 것일까? 대안은 없는 것일까?
여기서 프리미어 12에서 존재감을 뽐낸 김도영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대표팀 3번 타자로 나선 김도영은 쿠바전 만루홈런을 포함한 2홈런 5타점, 호주전 2점 홈런 포함 4타점 등으로 활약하며, 5경기에서 타율 0.412와 3홈런 10타점 1도루로 빛나는 활약을 했다.
그는 올해 KBO리그에서도 MVP를 차지했다. 정규시즌 141경기에 출전해 타율 0.347, 38홈런, 109타점, 143득점, 40도루, 장타율 0.647, 출루율 0.420, OPS(출루율+장타율) 1.067 등을 기록,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40도루 고지를 밟으며 포효했다. 그의 나이 이제 21세!
김도영의 활약을 보면서 한국 야구의 나갈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어린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면, 얼마든지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스타 선수를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 야구의 현 수준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계획을 치밀하게 세워 오랜 기간 최선을 다해 계획을 수행해야 한다.
이와 같은 장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유소년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일관성 있게, 책임감 있게 지도할 수 있는 독립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일본에서는 ‘사무라이 재팬’이 일본야구협회로부터 독립하여, 대표 선수를 육성하고, 관리하며 각종 대회에 임하고 있다. 우리에게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한국 야구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대형 선발 투수의 양성이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조별리그 4경기 평균 자책점이 5.56에 달했을 정도로 마운드가 무너졌다. 섣부른 속구나 평범한 브레이킹볼을 던지다 당한 결과다. 세계 수준의 흐름을 연구하고 대비하는 전문 기구가 있어야 하며, 투수들의 피치 디자인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현대 야구에서 빠른 변화구인 스플리터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는 쉽게 공략을 당하게 된다.
또한 U-12, 15, 18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어린 선수들에게 세계 야구를 직접 경험하게 하며, 세계 랭킹 포인트를 잘 관리하여 중요 대회의 출전 기회를 늘려야 한다.
1,000만 관중이 응원하는 한국 야구, 이제 야구 선수들이 답해야 한다. 이번 프리미어 12에서의 참담한 패배를 다시 시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본에서까지 ‘제2의 오타니’라 불리는 김도영 선수의 활약상은 젊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목표와 자신감을 가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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