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로고

하위팀의 반란, 여자 배구 팬들을 사로잡다

민병준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01/17 [17:30]

하위팀의 반란, 여자 배구 팬들을 사로잡다

민병준 (논설위원) | 입력 : 2025/01/17 [17:30]



 스포츠의 매력은 예상을 뒤집는 결과에 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경기에 팬들은 ‘작은 기적’을 느끼며 열광한다. 또한 약자를 응원하는 인간의 공통된 정서가 약자의 승리를 더욱 즐기게 한다. 

 변화가 없는 일상에 지치고, ‘뻔한 경기’, ‘뻔한 결과’로 싫증을 느낀 팬이라면 이제 오순도순 TV 앞에 모여 V리그 여자부 배구를 본방 사수하면 된다. 재미는 중계 시간을 맞춰 자리를 지키는 이의 몫이다.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새해와 함께 출발한 4라운드는 첫 1주 차부터 이변의 연속, 혼돈 그 자체였다. 그간 굳건했던 상위권 팀들이 연패 수렁에 빠지거나 하위권 팀들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물고 물리는 경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위권 팀들이 연승을 쌓아가면서 봄 배구를 향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새해 들어 여자 배구의 판을 뒤흔들고, 팬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주는 것은 ‘하위권의 반란’이다. 창단 이래 만년 꼴찌였던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2일 디펜딩 챔피언 현대건설을 잡으며 3연승을 달렸다. 지난 세 시즌 동안 현대건설을 상대로 단 1승을 거두는 데 그쳤는데, 2024∼2025시즌에만 3, 4라운드에서 모두 승리했다. 최근 3연승으로 구단 최다 연승 기록도 새로 썼다. 지난 3시즌 동안 각각 3승, 5승, 5승에 그쳤던 페퍼는 올 시즌 벌써 8승으로 시즌 최다 승리를 기록하며, 5위를 달리고 있다. 핵심은 이 기간 잡아낸 상대들이다. 현대건설 외에도, 봄 배구를 노리는 IBK기업은행에도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박정아, 테일러, 장위 등의 활약과, 이에 더해진 창단 멤버 이한비의 부활이 기폭제가 됐다. 오는 16일 올 시즌 유일하게 상대 승리가 없는 흥국생명을 맞아 내친김에 4연승까지 노린다.

 

 6위 한국도로공사, 7위 GS칼텍스도 쉽게 볼 수 없다. 도로공사는 4라운드 시작과 함께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을 연달아 만났지만, 모두 풀세트 경기를 펼쳤다. 현대건설에 1패를 당했지만, 흥국생명에 1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다. 신인 세터 김다은의 과감한 기용이 조금씩 팀에 자리 잡으면서 안정감을 찾아가는 중이다.

 

 GS칼텍스는 여전히 성장통의 복판에 있다. 하지만 ‘얼음 공주’ 실바가 강력한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상대를 위협한다. 지난 7일 50득점을 올린 실바의 맹활약 속에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흥국생명을 3-2로 꺾고, 팀 14연패를 벗어났다. 또한 비록 패했지만 지난 10일 정관장과의 경기도 5세트까지 가는 혈투였다. 실바는 이날도 홀로 49점을 때려내는 공격력을 뽐냈다. 이제 어느 팀도 함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팀으로 부상하며, ‘하위권 반란’의 한 축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한국 남자 배구의 전성기를 이끌던 명 세터 김호철 감독의 IBK기업은행 전력 또한 만만치 않다.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호랑이 감독이 신념에 찬 지도를 하고 있으며, 아시아 쿼터 천신통의 화려한 토스웍을 바탕으로, 승리를 부르는 빅토리아의 강렬한 스파이크가 상대의 코트를 가른다. 여기에 육서영과 황민경, 이주아 등이 힘을 보태고 있어, 언제든 배구계의 기존 판도를 뒤흔들며, 새판짜기를 시도할 충분한 저력을 갖추고 있다. 여자 배구가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는 이유다.

 

 한편, 이들 하위권 팀의 성장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위 팀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V리그 여자부 경기가 시작되면서 김연경의 흥국생명이 파죽지세로 14연승을 달리며, 팀 창단 이후 최다 연승 기록을 바꾸어 놓을 때까지만 이 팀의 리그 우승을 의심하는 팬들은 없었다. 그러나 팀의 아포짓 스파이커 투트쿠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전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그 결과 최근 성적이 1승 5패로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앞으로 긴급 수혈한 대체 선수 마테이코의 활약 여부가 변수라 할 수 있다. 아직 리그 순위는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2위 현대건설과 승점 2점 차로 언제 뒤집힐지 알 수 없다.

 

 현대건설은 힘겹게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다. 지난 시즌 정규시즌 및 챔피언 결정전 통합우승을 차지했지만, 올 시즌에는 고비마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흥국생명을 부지런히 추격하고 있지만, 후반기 대역전극을 만들려면 승점 수확 페이스를 끌어올려야 한다. 비시즌 이렇다 할 대항마가 보이지 않았기에 지금의 힘겨운 선두 싸움은 예상 밖이다. 현대건설은 아포짓 스파이커 모마, 아웃사이드 히터 위파위, 정지윤, 미들블로커 양효진과 이다현 등을 잔류시키며 통합 2연패를 겨냥했다. 하지만 모마에 대한 공격 의존도가 높은데, 모마의 경기력에 편차가 있어 걱정이 크다. 

 

 시즌 중반까지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1, 2위 팀이 하위권 팀과의 대결에서 패배하는 사이 3위 정관장은 상위권과 격차를 차근차근 좁혀가고 있다. 정관장은 3라운드 6경기를 전승으로 마무리하며 9연승을 달리고 있다. 16년 만에 구단 최다인 8연승을 갈아치우며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아포짓 스파이커 부키리치와 아시아 쿼터 아웃사이드 히터 메가로 꾸려진 쌍포가 제 역할을 다하고, 리베로 노란의 끈질긴 수비 덕에 양강 체제를 넘어 3강 체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의 여자 배구의 순위는 1. 흥국생명(승점 45), 2. 현대건설(승점 43), 3. 정관장(승점 36), 4. IBK기업은행(승점 32), 5. 페퍼저축은행(승점 24), 6. 한국도로공사(승점 18), 7. GS칼텍스(승점 9)이다.

 

 절대 강자 없이 물고 물리는 여자 배구는 최근 들어 하위권 팀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분발과 활약으로 점입가경이다. 앞으로 어느 팀들이 봄 배구에 참가하고, 어느 팀이 최강자로서 영광스러운 우승컵을 들어 올릴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V리그 #여자배구 #하위권반란 #페퍼저축은행 #3연승 #상위권경쟁 #흥국생명 #현대건설 #정관장 #IBK기업은행 #GS칼텍스 #한국도로공사 #배구팬 #봄배구 #우승경쟁 #스포츠열정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