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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서 콩트 작가로! 박천호의 반전 가득한 문학 실험

콩트집 ‘그놈의 정 때문에’를 읽고

이종대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03/16 [20:19]

시인에서 콩트 작가로! 박천호의 반전 가득한 문학 실험

콩트집 ‘그놈의 정 때문에’를 읽고

이종대 논설위원 | 입력 : 2025/03/16 [20:19]



박천호 시인님, 아니 이젠 박 작가님이라고 불러들여야겠지요? 그동안 시 창작에 전념하시며 7권의 시집을 내셨으니 시인이라고 부르는 게 당연한 듯한데 이번에 콩트집까지 내시게 되었으니 시인이나 소설가를 아우르는 단어인 작가로 불러들이는 것이 격에 어울리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시에 전념하시던 박 작가님께서 어떻게 콩트집을 내시게 되었나? 내심 궁금했는데 작가님께서는 <여는 글>에서 그 이유를 밝히셨군요. 고교 시절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나 황순원의 ‘소나기’, 강신재의 ‘젊은 느티나무’ 와 같은 소설이 가슴을 설레게 하셨다고요? 그래서 교사가 되신 후에 잡지에 콩트로 응모하시고 최종 추전까지 되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콩트는 짧은 이야기지만 그 안에 소설적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고, 그런 연유로 틈틈이 쓴 콩트들이 눈썹 끝에 머물러 있게 되어서 이 콩트집을 엮은 이유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저 역시 한국사에 길이 남을 그런 멋진 단편소설을 읽으며 감동을 받고 소설가의 꿈을 꾸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콩트집 <그 놈의 정 때문에>는 전체 5부 총 35편의 작품으로 짜여 있더군요. 제1부 ‘교육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제2부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다’, 제3부 ‘손은 내밀고 눈빛은 나누고’, 제 4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제5부 ‘아름다운 추억이 있기에’ 등이지요. 

 

제1부는 소제목에서 보이듯 교육현장과 관련된 일들을 다루셨군요. 교육현장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재치 있고 재미있게 그려내셨군요. 1부에 실린 7편의 콩트 중에서 저는 특히 ‘부장님, 우리 정보부장님’ 이란 콩트가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중앙초등학교에 근무하시고 새로 보직 교사인 정보부장인 되어 중앙정보부장님으로 불리게 되신 선생님과 동료들이 벌인 술 때문에 생긴 일화가 웃음을 터뜨리게 했고, 중앙정보부의 위력이 정말 대단했던 그 시절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하였습니다.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글이었어요. 

 

이 콩트집의 제목으로 채택된 ‘그놈의 정 때문에’라는 콩트 역시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친구의 빈소에서 밤을 새우고 만취가 되어 새벽에 들어와 늦잠이 들었던 구설수씨의 팔뚝에 묘령의 여인이 지워지지 않는 필기구로 적은 전화번호 때문에 아내에게 뼈저린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긴장감과 스릴이 넘치는 구성 때문에 단숨에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 정도로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콩트는 원고지 5매 이내의 짧은 글 안에 쓸 내용을 담아내야 하기에 정곡을 찌르는 글이지요. 그래서 콩트는 시와 닮은 점이 있다고들 하지요? 이 콩트 ‘그놈의 정 때문에’라는 작품이 바로 그런 글의 특성을 잘 드러낸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제2부에 실린 소설들 역시 재기 발랄한 재치와 위트가 깃든 작품이었지요. 2부에 실린 7편의 작품 중 저는 특히 ‘아내의 몸짱 도전기’가 재미있었습니다. 마치 제 경험인양 재미있기도 하고 실감이 나서 작품을 읽으며 혼자 웃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스토리의 전개 역시 공감했습니다.

 

‘최후의 원주민’이란 콩트 역시 소설적 상상력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지요. 작품의 배경은 지구가 행성의 충돌로 멸망하고 거의 이만 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흐른 뒤 어느 날 적도 인근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아랍계 혼합민족의 혈통을 타고난 김 박사가 한반도의 원주민의 미라를 찾아낸다는 이야기지요. 이 작품을 읽으며 저는 박 작가님의 탁월한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콩트의 내용대로 어쩌면 정말 그럴 법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제3부에 실린 작품 중 저는 ‘서울, 물에 잠기다’라는 작품을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금강산 댐 건설’이라는 역사를 경험한 우리 세대에게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지요. 소설의 구성 역시 탄탄했고요. 그리고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했다는 점이 더욱 관심을 끌었습니다.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씌어진 이 작품을 보면서 박 작가님이 얼마나 세상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었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작전명, 시골 배추 장수’라는 작품에서는 배추장수를 가장한 검은 거래를 다룬 작품이더군요. 우리 시대의 암울한 면을 날카롭게 지적해준 이 작품 역시 독자로 하여금 많은 공감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다른 독자들도 이 작품을 읽으며 비판적이 풍자적으로 사회의 아픈 단면을 다시 생각해 보시는 기회가 되었을 것입니다.

 

제4부에 실린 작품 중에서는 ‘용용 아르모르 드림시스 아파트’가 주목을 끌었습니다. 애지중지 하며 키운 아들이 제 자식들 교육 때문이라는 핑계로 신도시 새아파트로 이사가 버리고,  박 영감이 뇌출혈 치료를 해야 하는 불편한 몸으로 아들의 그 어려운 이름의 아파트를 찾아 헤맨다는 이야기는 현실의 매정한 일면을 보여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인생의 단면을 예리하게 그려낸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반전이 있는 작품 ‘마지막 해후’ 라는 작품 역시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품 시작부터 “오늘부터 방을 따로 씁시다”라는 말로 분위기를 다소 무겁게 시작하는 이 작품은 아내가 남편이 산업스파이가 되어 기밀서류가 든 가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고 벌어진 이야기지요? 작품 끝에 대반전이 찾아왔지요. 그 가방은 바로 76년만에 한번씩 찾아오는 별을 관측하기 위한 망원경 가방이었지요? 작품의 마지막에서 아내 장 여사의 눈엔 주책없는 눈물이 어렸고요.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도 남기면서요… 콩트의 특성 ‘극적 반전’의 묘미를 더해주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 작가님, 제5부에 실린 ‘어머니, 꽃 구경 가요’는 작품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김형영의 시 ‘따뜻한 봄날’이 우선 억장을 무너지게 하더니 결국 주인공 밤실 댁이 요양원으로 가더군요. 손자 녀석이 고3이 되는 중요한 시기라 그저 대여섯 달 요양원에 모신다는 게지요. 요양원에 모셔다 준 자식들이 돌아가고 살벌한 요양원 분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시작할 무렵, 작품은 다시 김형영의 시 ‘따뜻한 봄날’로 남은 부분으로 매조지를 하는군요. 인생의 단면을 날카롭게 다룬 이 작품은 어쩌면 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어요. 작품을 읽으며 가슴이 찡하도록 아팠습니다. 

 

엽편소설이나 단편소설 나아가 장편소설과는 매우 다른 장르적 특징을 가진 콩트는 짧은 지면에 인생의 단면을 날카롭게 인상적으로 드러내며 반전의 매력이 있지요? 그리고 그러한 작품의 특징 때문에 운문인 시에 가까운 글이라는 평도 듣고요. 그러고보니 이 글을 쓰는 동안 박 작가님이 본래 시인이셨다는 것을 깜박 잊었네요. 아마도 시를 쓰시는 평소의 저력이 콩트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지 않았나 봅니다. 이번에 발간하신 콩트집에는 시의 응축성과 함축성 그리고 상징성과 같은 특징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것 같았습니다.

 

박 작가님, 고맙습니다. 7권의 시집과 이번에 콩트집의 발간까지 끝없이 문업에 매진하시는 작가님의 열정과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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