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탄핵이 정치적 정쟁의 끝이 아닐 수도 있다. 탄핵 이후에도 정국이 안정되지 못하고, 새로운 정치적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3의 박근혜, 윤석열이 등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제가 지나치게 강한 권력을 한 사람에게 집중시키는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다. 지금과 같은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는 언제든 권력의 남용과 국정 운영의 실패가 반복될 수 있다. 현행 정치제도를 유지하는 한, 이번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위험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 시스템이 미국 대통령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미국 선거제도를 살펴보는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이다. 미국 대통령제 역시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날 때마다 패자가 결과를 수용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했고, 결국 국회의사당 점령 사태로 이어졌다. 이후 그는 대통령에 재도전했고, 관련 재판이 종결되기도 전에 당선되어 결과적으로 무혐의 판결을 받아 논란을 증폭시켰다.
미국 정치 시스템의 이러한 혼란은 대통령 선거 제도 자체의 결함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국민 총투표 수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각 주의 선거인단이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즉, 승자독식제로 인해 과반수 득표를 한 후보가 해당 주의 모든 선거인단 표를 가져가는 구조다. 이로 인해 전체 투표에서는 패배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으며, 선거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이를 하나의 정치적 전통으로 여겨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다. 물론 대다수는 현행 제도를 받아들이고 승자에게 축하를 건네지만, 트럼프처럼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지도자가 등장할 경우, 민주주의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최근 개봉한 영화 '시민전쟁(Civil War)'은 이러한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현재의 정치 시스템을 유지한다면,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내란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다행히 최근 전임 국회의장, 국무총리, 당대표 등 원로 정치인들로 구성된 원로회의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이 보다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K-컬처의 열풍처럼 전 세계에 긍정적인 본보기가 되려면, 이제는 개헌을 서둘러야 할 때다. 개정된 선거제도로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만약 시간의 제약이 있다면 개헌에 따르겠다는 공약을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고들 하지만, 만약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직후 개헌이 이루어졌다면,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이 이토록 큰 고통을 겪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과거의 유력 후보자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유력 후보자가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면 이는 대한민국의 슬픈 역사가 될 것이다. 여당이 오판하여 탄핵 반대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이라도 야당과 협력해 유력 후보자들이 개헌에 동의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더 이상 역사에 죄를 짓는 대통령이 나오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의 헌재 결정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탄핵의 결과만 보고 낙담할 필요도, 승리했다고 자축할 일도 아니다. 진정한 승리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개헌을 조속히 이루는 것이다. 그래야만 슬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며, 보다 성공적인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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