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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 시기 전국 곳곳에서 호국 관련 행사가 열린다. 프로야구 구단들도 호국의 의미를 담은 특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른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전쟁의 상처를 가슴에 품고 평생을 살아간다. 충북 지역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이러한 아픔과 전쟁의 상흔을 다룬 소설이 여러 편 있다. 그중 6·25 전쟁의 참상과 서민의 삶을 객관적으로 그려낸 정연승 작가의 중편소설 『소백산』이 대표적이다. 이 작품은 전쟁이 지역과 사람들에게 남긴 상흔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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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지난번 만남에서 저에게 질문하셨지요? 6.25 전쟁과 관련된 소설로 학생들에게 읽힐 만한 작품이 어떤 것이 있느냐고요? 6.25와 관련된 작품은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충북에서 고등학생들을 지도하시고 계시니 기왕이면 충북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한 편 소개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정연승 작가님을 아시는지요? 정 작가님은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충북대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신 소설가이십니다. 대표작으로 단편소설 「우리 동네 바람꽃이용원」, 장편소설 북진나루 상․하 권이 있으시고요. 「소백산」이란 중편소설 등이 있습니다. 저는 이 「소백산」을 학생들이 꼭 읽었으면 합니다.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는 현재, 2부는 과거, 3부는 다시 현재로 짜여져 있습니다. 왜 그런 3단 구성방식을 취했느냐고요? 아마 정 작가님은 보다 효과적인 주제의 전달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구성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소설의 주제를 '단정적으로 이것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요. 주제란 작품의 진행과 함께 드러나니까요. 물론 주제는 사건의 진행은 물론 시간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 그리고 인물 그리고 사건, 문체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구성은 말할 것도 없고요. 흔히 주제 파악이란 말이 있는데 주제 파악은 소설 전체를 읽고 몇 번 다시 생각해야 하니 그것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맡기시도록 지도해주세요.
이 소설의 경우 구성은 역순행적 구성 방식을 취합니다. 먼저 현재의 일이 전개되다가 과거로 돌아가 사건이 대부분 전개됩니다. 과거의 일이 이 소설의 주를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건의 전개도 여기에서 진행되곤 하지요.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데 시간적 배경은 6․25 전쟁이 끝나고 근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까지 이어집니다.
소설은 충주에서 단양으로 가는 지방도에 근접한 동막리를 공간적 배경으로 합니다. 동막리는 인근 어리산 채석장에서 날아오는 먼지로 뒤덮여 마을 전체가 우중충한 하늘만큼이나 을씨년스럽습니다. 이 동막리에 추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노인이 나타납니다. 작가는 노인에게 별도의 이름을 붙이지 않습니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다 이름이 있는데 유독 노인에게만은 그냥 '노인'이라고 명명하고 작품을 진행합니다. 그것은 작가가 '노인'이라는 일반명사를 사용하여 그 시대를 아프게 살아간 사람을 대표하는 인물로 설정했기 때문이겠지요. 이름도 없이 살아간 노인이 이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등장인물 '노인'은 이 소설의 주제와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고 천대받는 서민이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노인'입니다. 노인에 대하여 알려진 것이라고는 채석장 발파음 소리가 들리면 발작 증세를 일으킨다는 것과 술만 먹으면 '뚜라이'라는 알지 못할 소리를 되풀이하며 온 마을을 휘몰아친다는 것뿐입니다. 술을 먹지 않을 때는 곧잘 남의 일손을 돕기도 하여 방앗간하는 임칠성이 노인을 자신이 운영하는 방앗간에서 잡일을 시키며 몇 푼씩 던져주곤 합니다. 그렇게 돈이 생기면 노인은 청산댁이 운영하는 목로를 찾아 술을 마시곤 합니다. 그러다가 거지 아낙을 만나 살림을 차리게 됩니다. 사실 거지 아낙을 만나 살림을 차리는 대목은 소설 전체의 줄거리 진행상 없어도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다만 이 소설이 단편이 아닌 중편이기 때문에 주제의 진행과는 큰 연관이 없지만 주제의 효과적인 표출을 위해서 끌어들였겠지요. 또 이야기를 읽는 재미로 끌어들인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거지 아낙이 누구의 씨인지 모를 아이를 가진 뒤 배가 불러오자 온갖 추측이 난무합니다. 그러다가 아낙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노인은 다시 예전의 추저분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채석장 일꾼들이 주 고객인 청산댁의 목로에서 돈이 없어 온갖 괄시를 받으며 술을 구걸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인은 술을 구걸하여 먹다가 비 내리는 어리산을 바라보며 눈물에 젖습니다. 여기까지가 1부입니다.
2부는 앞서 잠시 말씀드린 대로 과거의 일이 진행됩니다. 노인은 소문난 떼꾼이었어요. 노인의 아버지도 나룻배로 배를 건네주는 배꾼이었는데, 홍수 나던 어느 해 멍석말이 물에 휩쓸려 시신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노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뗏목을 타지 말라고 유언을 남겼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노인은 어쩔 수 없이 뗏목을 탑니다. 그런데 그 일마저도 신작로가 생기면서 점차 생기를 잃게 되지요. 뗏목으로 물건을 나르는 것보다는 육지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빠르기 때문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해방이 되자 조용하던 물안리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참, 물안리는 노인의 고향입니다. 물안보통학교 훈도를 하며 야학을 하던 김문석이가 노인의 아들 덕팔이 등을 앞세워 일본인은 물론 그 밑에서 행세하던 사람들을 거덜냅니다. 그리고는 남로당을 선전하며 설쳐댑니다. 정부가 들어서자 김문석 일당이 마을에서 사라지고 마을 소임을 맡았던 노인은 보도연맹에 가입하라는 지시를 받습니다. 이후 반공대회 등 온갖 모임에 불려 다니게 되지요. '그저 시키는 대로 다른 사람을 따라 하면 아무런 해가 없을 거라는 믿음으로...' 그렇지요. 노인은 그렇게 소극적으로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던 이 땅의 지극히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던 겁니다.
그러던 중 인근 덕천 지서와 면사무소가 산사람들에 의해 불탑니다. 국방경비대가 출동했지만 뿌리를 뽑지 못하자 산사람들의 행패가 더욱 극심해집니다. 그러다가 죽은 줄만 알았던 덕팔이가 돌아온 것은 6.25가 일어나고 며칠 만이었어요. 김문석 일당은 정부 수립 후 남한 정부의 녹을 먹거나 동조하는 사람들을 처형합니다. 낮에는 경찰이 오고 밤에는 김문석과 덕팔이의 세상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오로지 목숨을 구명하기 위해 밤과 낮을 바꿔야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물안에도 인민군이 나타나고 마을 사람들은 살기 위해 "인민군 만세"를 목청껏 외쳐야 했습니다. 인민재판이 열리고 지서 주임과 방위대장이 처형됩니다. 덕팔이는 방위대장을 처형하는 일에 앞장 서는데, 노인이 이를 만류하다가 내무서로 끌려가게 됩니다. 노인은 보도연맹 가입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심한 구타를 당하다가 기억나는 마을 사람들 이름을 대게 되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지탄의 대상이 됩니다. 물안면 일대에서 징집된 젊은이들이 낙동강 전선으로 떠나기 위해 모인 날 이장 김택주는 아들을 피신시켰다는 이유로 처형됩니다. 다행인지? 노인은 농민위원회 생산유격대장이 된 아들 덕팔이의 활약으로 이십여 일만에 내무서에서 풀려납니다.
이후 노인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인민군의 군수품을 하늘재로 져 나르는 일에 동원됩니다. 급기야 팔월 말에는 상진철교 위장작업을 위해 물안을 떠나게 됩니다. 상진철교는 전쟁의 승패가 걸릴 만큼 낙동강 전선의 보급물자 수송에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낮에는 미군의 공습을 피해 철교를 위장하기 위해 철교 위에 소나무잎을 까는 작업에 동원됩니다. 소나무잎이 깔린 철교는 대낮에는 멀리 하늘에서 보면 물결처럼 보여서 감쪽같이 위장할 수 있었던 때문입니다. 야산의 나무가 없어지자 더 높이, 더 멀리 나가 소나무를 베어 철교를 위장하는 작업에 동원됩니다. 쉴 틈없이 계속되는 작업으로 사람들은 죽을 지경이 되어 어느 쪽이든 철교를 포기해 자신들이 노역에서 해방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달포가 지난 어느 날 "폭격기다" 누군가 공포에 질려 소리쳤습니다. 횃불이 철교 위에서 어지럽게 흩어지고 찢기는 비명 소리가 귓전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순간 노인의 허벅다리를 비수처럼 스치는 강한 폭풍이 노인의 등을 세차게 밀었습니다. 노인은 사정도 없이 철교 아래 강물로 떨어지고 철교 위에선 사람들이 사지를 비틀고 춤추듯 사방으로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폭탄은 계속해서 휘황한 불꽃을 만들어 내다가 끝내 엿가락처럼 아래로 늘어졌다가 치솟아 오르더니 우르르 무너집니다. 이어서 폭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인민군이 처형하는 총소리가 콩 볶듯 골짜기를 메웁니다.
초가을이 되어 노인은 한쪽 다리를 몹시 절며 물안으로 돌아옵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는 깊은 골이 패여 있었습니다. 언제든 전세만 바뀌면 세상이 바뀌고 그 반대편에 속해 있다고 고발당한 사람들은 이유도 모르고 죽어나갔습니다. 노인은 혼자만 살아 돌아왔다는 원망을 마을 사람들에게 들으며 멍석말이를 당해 몰매를 맞습니다. 조리돌림도 당합니다. 그러다가 방위대로 끌려갑니다. 시월 초순에는 물안에도 국군 선발대가 진주합니다. 보도연맹으로 위장 전향했던 남로당 청년들과 함께 노인은 학교 운동장으로 끌려갑니다. 거기서 오줌 싸고 오겠다는 핑계로 도망치는데 성공합니다. 얼마 뒤 운동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죽이는 총소리가 들립니다. 산을 타고 도망치던 노인은 같이 도망쳤던 강태복과 함께 동막리로 돌아옵니다.
동막리에는 얼마전 준동하는 산사람들을 소탕하기 위해 출동했던 전투경찰 일개 소대가 참변을 당하자 동막리 사람들을 적색마을이라며 산사람들에게 양식을 주거나 호를 파는데 노역을 했던 사람들을 모두 끌고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리산 골짜기를 타고 산사람 백여 명이 동막리로 들어옵니다. 그중에 덕팔이가 있었습니다. 덕팔이는 어무이와 동상덜이 몰살당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어리산쪽으로 서둘러 떠납니다. 이튿날 건조실에 갇혀 전투경찰에게 취조를 당하던 노인은 풀려납니다. 전투경찰은 덕팔이 일당을 잡기 위해 매복을 합니다. 그날 저녁 어리산 골짜기를 타고 숲길을 따라 내려오던 덕팔이를 먼저 발견한 사람은 노인이었어요. 그 사실을 덕팔이에게 알릴 방법이 없자 노인은 에워싸고 있던 경찰을 뿌리치고 뛰쳐나가며 소리를 지릅니다. 덕팔아, 도망가거라! 순간 덕팔이는 총맞은 노루처럼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노인은 덕팔이 시신과 함께 전투경찰의 본영이 있는 충주로 끌려가 정보대로 넘겨집니다. 여기까지가 2부입니다.
3부는 현재로 돌아옵니다. 청산집 천정에는 삼십 촉짜리 전구가 바람에 흔들리며 음습한 목로 안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청산댁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를 들고 나와 노인 앞에 내려 놓습니다. 밥을 떠먹는 노인의 모습이 애초로운지 청산댁 목소리가 바르르 떨립니다.
이십 년만에 감옥에서 풀려난 노인에게 교도관은 거주지 제한으로 동막리를 벗어나지 말 것을 명령합니다. 고향인 물안으로 갈 수도 없습니다. 설사 갈 수 있대도 어떻게 낯을 들고 원한 서린 마을 사람들을 볼 수 있을까요? 차라리 고향은 아니어도 멀리서나마 고향산이 바라다 보이는 동막리가 나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마지막으로 덕팔이를 만났던 곳이기도 하니까요....
노인이 비명처럼 덕팔이를 부르며 비가 쏟아지고 있는 청산집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라디오에서는 태풍 속보 방송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비는 여전히 억수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김 선생님, 6.25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문학작품은 이 작품 이외에도 참 많이 있습니다. 시도 있고 소설도 있고 수필도 있습니다. 영화도 많이 제작되었지요.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도 있습니다. 그러한 작품들을 읽고 감상하면 학생들이 바른 역사관을 가지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소백산」이란 중편소설 역시 그런 역할을 하는데 기여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 소설을 추천하는 다른 이유를 한두 가지 더 든다면 이 소설은 소설의 토대가 되는 사상적 측면에서 매우 객관적인 태도를 견지했다는 것입니다. 남한편만을 든 것도 아니고 북한만을 원망한 것도 아닌 객관적인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그런 객관적 태도가 독자로하여금 바른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정 작가님은 이 소설의 주제와 관련하여 "이데올로기와는 전혀 관계없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에 휘말려 모든 것을 잃게되는 폐해"를 알리고 싶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소설은 지극히 현실 가능성이 높은 설정을 했다는 것입니다. 소설에서 현실 가능성이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소설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할 수 있지요.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그럴듯한 이야기의 전개와 등장인물, 배경, 사건의 구성 등 복합적인 요소가 이에 작용합니다. 철교 위에서 쓰러져가는 마을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우리는 가슴 아픔을 어쩔 수 없습니다. 총을 맞고 거꾸러지는 노인의 아들 덕팔이를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것은 소설이 바로 우리의 현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반드시 사실에 기반을 두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역사는 왜곡된 역사요, 왜곡된 역사는 역사가 아닙니다. 그러나 소설은 다릅니다. 꾸며졌지만 꾸며지지 않은 진실, 즉 허구의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 소설입니다.
저의 이 작품 소개가 선생님의 교육활동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소백산 #정연승 #전쟁 #호국 #현충일 #615 <저작권자 ⓒ 먼데이타임스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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