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뜻깊은 출발을 기리며, 나는 봄비가 내리는 어느 날, 여암 신경준 선생이 체계화한 백두대간의 일부이자 단재 선생의 고향 정기가 깃든 한남금북정맥을 따라 기행에 나섰다.
첫 발걸음은 금북정맥의 서산 가야산이다. 비를 맞으며 오른 봉우리에서 바라본 산줄기 너머엔 윤봉길 의사의 흔적이 아련히 떠올랐다. 동쪽 능선 아래로는 그의 유적지가 자리하고 있고, 서울 양재동 시민의 숲에는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이 도심 속에서도 많은 시민들에게 그 정신을 전하고 있다.
가야산에서 시선을 아래로 돌리면, 조선 단종 복위운동의 주역인 성삼문 선생의 생가가 보인다. 나는 《조선왕조실록》과 최근의 학술 자료를 통해, 그의 부친 성승 장군의 실체와 함께 단종을 향한 사육신의 절절한 충정을 되새겼다. 이 땅은 충절의 피로 적셔진, 조선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다.
기념관이 자리한 낭성면과 가덕면 일대는, 경북 안동과 충남 홍성과 함께 대한민국 3대 독립운동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충북 청주시 낭성, 가덕, 미원면 일대는 무려 16인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자랑스러운 땅이다. 그 가운데 대통령장 이상의 훈장을 받은 유공자만 해도 4명에 이른다.
신규식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무총리를, 단재 신채호 선생은 민족혼을 일깨운 사학자이자 언론인을, 신홍식·신석구 목사는 3·1운동 민족대표로서 나라를 위한 길을 걸었다. 이렇듯 역사적 깊이가 숨 쉬는 이 지역은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민족의 혼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그들의 숨결을 좇아 다시 백두대간 숲길을 밟았다. 그 길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라, 조국의 독립과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의 발자취가 새겨진 역사였다. 근처에는 ‘내포문화숲길’이 조성되어 있어 최영 장군, 성삼문 선생, 윤봉길 의사의 길을 따라 충절의 여정이 이어진다.
단재고등학교의 개교와 함께 단재 선생의 애국정신을 기리는 숲길을 백두대간 한남금북정맥을 따라 조성하면 어떨까?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가숲길처럼, 이 길은 단순한 등산로가 아닌 민족정신을 계승하고 교육하는 살아 있는 교실이 될 수 있다.
이번 기행은 단재고등학교 개교라는 오늘의 축제를 출발점으로, 백두대간 숲길 속에서 우리 민족의 뿌리를 되짚어 보는 여정이었다.
그 숲길을 걸으며 나는 믿게 되었다. 교육은 씨앗이고, 그 뿌리는 역사이며, 그 열매는 미래다. 단재고등학교가 그러한 길을 걷는 첫걸음이 되기를, 그 숲길처럼 깊고 꿋꿋하게 자라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2025년 봄, 백두대간 숲길에서 <저작권자 ⓒ 먼데이타임스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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