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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뜬 네 개의 ‘달’, 독수리 군단을 가장 높이 날게 하다

민병준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07/15 [17:10]

대전에 뜬 네 개의 ‘달’, 독수리 군단을 가장 높이 날게 하다

민병준 (논설위원) | 입력 : 2025/07/15 [17:10]
  • 김경문, 양상문, 문동주, 문현빈의 돋보이는 한화의 네 개의 달
  • 한화 독수리,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전반기 1위에 등극
  • 막강 선발진과 안정적 수비, 완벽 마무리로 필승의 자신감 고조 
  • 2025 KBO 리그 및 코리안 시리즈 쌍끌이 우승 전력으로 평가받아



 한화에는 네 개의 달이 있다.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 ‘대전의 왕자’라 불리는 4선발 문동주, ‘문돌멩’으로 통하는 클러치 해결사 문현빈. 

 이 네 개의 ‘달(문)’이 골고루 빛을 발하며, 독수리 군단의 비상을 견인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가 연일 드라마 같은 역전극을 펼치며 전반기를 1위로 마감했다. 최근 KIA 타이거즈에게 스윕을 거두는 등 파죽지세로 6연승을 달린 한화는 52승 2무 33패를 기록했다. 2위 LG 트윈스(48승 2무 38패)와는 4.5게임 차를 유지하며 기분 좋은 휴식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시기쯤이면 늘 하위권을 맴돌며 ‘보살 팬’들을 안타깝게 하던 한화가 전반기를 1위로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일찍이 맹자는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즉 하늘의 좋은 시기(天時)는 땅의 이로움(地利)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들의 화합(人和)만 못하다고 설파했다. 한화는 바로 이 교훈을 실천하고 있는 팀이다. 

 김경문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믿음의 야구’는 선수들의 화합을 이끄는 근간이 되고 있다. 때때로 부진한 성적을 보이는 선수가 있어도 감독이 따뜻하게 기다려 주니 회복이 빠르게 된다. 또한 이를 지켜보는 선수들도 서로 지켜주며 저절로 따뜻하게 화합하게 된다.

 또한 김 감독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는 코치진들도 각자의 분야에서 높은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양상문 투수코치는 한화 마운드를 KBO 리그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며, 김우석 수비코치 역시 상대 선수에 따라 수비위치를 바꾸어가며 철벽의 그물망으로 한화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역전승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 김민호 타격코치는 한화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타격 수준을 끌어올려 최근 한화를 클러치에 강한 팀으로 거듭나게 했다.

 여기에 모기업인 한화그룹의 적극적인 지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 회장이 선수단과 임직원 모두에게 격려품을 전달했다. 특히 1군뿐 아니라 퓨처스 선수들과 스태프 전원에게도 선물을 전달하여 주변을 훈훈하게 했다. 김승연 회장은 자필 서명 카드에 “인고의 시간 끝에 이글스가 가장 높이 날고 있다.”며, “후반기엔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자.”라고 적었다.

 이런 화합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화는 팀이 가지고 있는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한화가 돌풍을 일으켰던 첫째 비결은 역시 마운드에서 찾을 수 있다.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3.4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고봉세’ 폰세의 활약이 눈부시다. 승리(11승), 평균자책점(1.95), 탈삼진(161개), 승률(100%) 등 각 부문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WAR은 5.75로 야수까지 통틀어 전체 1위로 MVP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2년 차 외국인 투수 ‘대전 예수’ 와이스도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하며, 전반기에만 10승을 채웠다. 이 강력한 ‘원투 펀치’는 한화의 자랑이자 타 구단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류현진(5승 4패, 평균자책점 3.26)과 문동주(7승 3패, 평균자책점 3.75)라는 확실한 3~4선발도 보유하고 있다.

 불펜진도 한층 견고해졌다. 김서현(1승 1패, 1홀드, 22세이브, 평균자책점 1.55)이 무섭게 성장하며, 마무리 투수 보직을 꿰찼고, 박상원(4승 3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09), 한승혁(2승 2패, 2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2.40), 주현상(2승 1패,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85), 김종수(3승 5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7) 등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밖에 정우주(2승, 3홀드, 평균자책점 4.81), 조동욱(2승, 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05), 황준서(1승 3패, 평균자책점 3.15) 등 젊은 피들도 전천후로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중에서도 마무리투수 김서현의 활약은 한화가 1위에 등극한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김서현은 전반기에만 42경기에 등판해 40⅔이닝을 소화하며, 압도적인 피칭으로 한화의 뒷문을 완벽하게 걸어 잠갔다. 김서현은 올스타 팬 투표에서 전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여기에 포수진의 안정감을 빼놓을 수 없다. 최재훈은 투수들과의 배터리 호흡이 뛰어나며, 공격에서도 타율 0.310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이재원 역시 최상의 컨디션으로 교체 출전 준비를 하고 있어 체력 안배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내야 수비 향상은 올 시즌 팀의 안정성과 상승세를 이끄는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특히 심우준, 채은성 등의 영입 이후 내야 수비는 눈에 띄게 안정화되었다.

김경문 감독은 “야구는 9할이 수비”라는 수비 중심 철학 아래 훈련을 강화했다.

 심우준은 KBO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 지표를 기록하며, 포지션 난이도까지 고려한 평가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빠른 타구 처리, 병살 연결, 송구 정확도 모두 뛰어나며, 실책률이 낮아 팀 전체 수비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노시환은 3루에서 빠른 반응과 강한 어깨로 ‘핫 코너’를 지켜내며, 실책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송구 실수도 줄어들며 수비 집중력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루수 채은성은 안정적인 포구 능력으로 내야 송구 실수를 커버하고, 2루수 황영목은 병살 연결과 넓은 수비 범위로 중견수와의 연계 플레이에서도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2025시즌 들어 수비력에서 눈에 띄는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수비 효율(DER) 지표에서 리그 상위권으로 도약하며 과거의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수비 실책이 많았던 팀에서 수비 중심의 강팀으로 탈바꿈 중이다. 특히 수비 효율과 이닝 소화량에서 타 구단을 압도하며, 타선과 마운드에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부여하여 정규시즌 1위 질주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때 팀 타율이 최하위에 머물러 약점으로 꼽히던 공격력도 차츰 올라가는 모양새다. 플로리얼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합류한 ‘러브레터’ 리베라토는 득점권 타율 0.667, OPS 2.025로 극강의 클러치 능력을 보여주며 타선에 큰 힘을 보탰다. 또한 중견수로서의 넓은 수비 능력도 합격점을 받아 앞으로 팀에 합류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잠재력을 인정받던 외야수 문현빈은 리그 타율 순위 5위 이내에 들 정도로 성장했다. 베테랑 최재훈과 채은성이 분발하고 있으며, 차가운 겨울을 보냈던 하주석도 절치부심, 부쩍 성장한 모습으로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경기 후반 타율이 0.282로 리그 2위 수준이다. 게다가 감독의 특명으로 ‘뛰는 야구’로도 발전했다. 

 여기에 최근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노시환이 거포로서의 본능을 되찾는다면 한화는 더욱 막강한 공격력을 갖추게 된다. 최근의 경기를 보면, 무엇보다도 한화가 찬스에 화력을 집중할 줄 아는 강팀의 면모를 갖추었다는 면에서 고무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87경기 중 52승, 6할대 승률로 전반기를 마감한 한화는 52승 중 29승을 역전승으로 만들어냈다. 이는 KBO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역전승 기록이며, 팀의 뒷심과 집중력을 상징하는 수치다.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는 40승 무패 1무로,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그동안 지독히도 엇박자였던 선발과 불펜, 마운드와 타선의 톱니가 드디어 맞물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화의 경기 운영 철학과 선수단의 집중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꼭 추가해야 하는 사항은 한화 보살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흥행 지원이다.

 올해 KBO 리그는 인기구단들의 선전과 치열한 중위권 싸움 속에 올 시즌 관중 수에서 역대 최고를 달성할 전망이다. 10일 현재 758만 228명을 기록, 사상 처음으로 전반기 700만 관중을 넘어섰다. 2년 연속 1,000만 관중 돌파가 유력하다. KBO는 이 추세라면 1,200만 명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것이 한화 보살 팬들이다. 한화의 새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는 연일 홈팬들이 가득 차고 있다. 한화는 전반기 홈 43경기 중 39경기에서 매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홈경기 매진 행진을 이어가며, 흥행에서도 1위를 기록 중이다.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과 지원이 독수리를 더욱 높게, 더욱 멀리 날게 하고 있다.

 

 “뜻하지 않게 1위.”

 김경문 감독은 한화가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확정 짓자 이렇게 말했다. 노익장 감독의 겸손이자 자신감의 표출이다. 전반기에만 52승, 6할의 승률을 기록했다. 선두독주의 조짐도 보인다. 50승 선착팀의 우승 확률은 정규시즌 우승 71.4%, 한국시리즈 우승 60%다. 독수리 군단은 1999년 이후 26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대전의 ‘큰 달’ 김경문(67) 감독은 2004년 두산 베어스에서 지휘봉을 처음으로 잡은 이후 2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수상에 빛나는 김경문 감독, 그러나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만이 아니라 지휘봉을 잡은 팀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적이 없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두산, 2012년에서 2018년까지 NC다이노스, 2024년 한화 이글스 모두 정규시즌 1위와는 인연이 없었다. 최고 성적은 정규시즌 2위였다.

 이제 시기가 무르익었다. 한화 독수리는 리그 최강의 포식자로서, 2025 KBO 리그 전‧후반기 및 코리안 시리즈 쌍끌이 우승 전력을 갖추었다. 그간의 인내와 노력의 결실이다. 물론 리그 후반기에는 ‘엘롯기’를 비롯하여, 삼성, SSG 등이 거세게 도전할 것이다. 하지만 강하게 성장한 독수리는 명장 김경문 감독과 함께 이 거센 도전을 막아내며 가장 높은 곳에 둥지를 틀 것이다.   

 한화 보살 팬들은 후반기 리그가 시작되고, 독수리가 가장 높이 날아 정상에 등극하기를, 그 순간의 영광과 환희를 함께 누리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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