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목상대(刮目相對) 레베카, 도로공사의 11연승 저지...한국 사랑에 진실인 레베카, 귀화 선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IBK기업은행에서 짐을 싼 이후 4년 만이다. 레베카는 올 시즌 흥국생명의 지명을 받아 다시 한국 무대로 돌아왔다. 한국 사랑이 유별나서 내심 잔류를 바랐지만, 성적 부진으로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레베카는 한국에 다시 가겠다는 일념으로 기량을 갈고닦았다고 직접 언급했다. 한국을 떠난 이후 그리스와 푸에르토리코 리그에 진출했으며, 특히 푸에르토리코 리그에서는 최우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레베카는 한국으로 돌아가 뛰겠다는 결심을 간직하고 있었다.
돌아온 레베카는 ‘괄목상대’, 정말 눈을 씻고 다시 봐야 할 정도로 기량이 향상되어 있었다. 레베카는 ‘4년 전 흘린 눈물을 실력으로 씻어냈다.’ 우선 웨이트와 공격 파워, 경험 면에서의 높은 향상이 눈에 띈다. 레베카는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190cm의 큰 키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공격력으로 여자배구계의 ‘스커드 미사일’로 불린다. 한국 여자배구의 살아있는 전설 김연경이 떠난 흥국생명의 리더로 거듭난 레베카는, 듀스 상황이나 오랜 랠리 상황에서 결정적 득점을 때려내는 클러치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레베카는 2025-2026시즌 V리그 정관장과의 개막전에서 28득점을 올리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 친정팀 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는 무려 34득점으로 상대 팀에 맹공을 퍼부으며, 3-2로 승리, 완벽한 재기를 알렸다. 레베카의 존재감이 가장 빛난 경기는 도로공사와의 3-2 대접전이다. 당시 도로공사는 파죽지세로 10연승을 달리고 있었으며, 선수들도 자신감이 충만해 있었다. 전문가들과 AI까지 모두 도로공사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상한 상황이었다. 지난 3일 흥국생명은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안방 경기에서 도로공사에 3-2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리그 1위로 10연승을 달리는 도로공사를 상대로 1, 2세트를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지만, 3세트부터 5세트까지 3세트를 연속해서 따내며 거둔 극적인 풀세트 승리였다. 디펜딩챔피언 흥국생명의 저력이 드러난 경기였다. 이날 레베카는 팀 내 최다인 31득점을 기록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3세트에서 혼자 11득점을 책임지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5세트에서 레베카는 다리 통증으로 코트를 잠시 벗어났다가 복귀하는 투혼을 보였다. 경기는 세 차례나 듀스가 계속되던 중 정윤주와 김다은이 각각 1점씩을 득점하며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경기에서 흥국생명은 강팀답게 고른 득점력을 보였다. 피치가 16득점, 정윤주가 10득점을 했으며, 김수지, 이다현 등도 어려울 때 블로킹을 통해 힘을 보탰다. 도로공사에서도 모마 32득점, 강소휘 18득점으로 분전하며 명승부를 연출했다. 이 경기는 많은 팬에게 “가장 긴장감 있었던 경기”로 자리매김했다. 레베카는 “오늘 승리로 자신감을 얻었다.”며, “특히 도로공사의 11연승 도전을 저지해서 더욱 의미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가 끝난 후 흥국생명의 요시하라 감독은, “결과보다는 훈련 내용이 경기에서 나타났다는 점이 기쁘다. 선수들에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정확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전달했는데 이를 잘 실행한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요시하라(일본, 54) 감독이 강조하는 건 ‘토탈 배구’다. 요시하라 감독은 “배구의 본질은 ‘토탈’일 수밖에 없다.”면서, “흥국식 토털 배구로 통합우승 2연패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훈련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각 팀 전력이 평준화되면서 쉽지 않은 경쟁이 됐다.”면서, “모두가 힘을 더해야 한다. 시즌은 길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성장’은 자신의 선수 시절을 관통하는 말이라면서, 인터뷰 내내 성장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좀 더 성장해야 한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 우승을 위해 선수들이 계속 성장해야 하고, 또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는 의미였다. 요시하라는 현역 시절 일본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로 활약하며 ‘우승 제조기’로 불렸다. 하지만 그는 “고등학교까진 ‘왜 이렇게 못하느냐’는 소리를 들었다. 서른 전까진 내가 좋은 선수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손사래 쳤다. 그러니까 그 자신이 ‘성장’의 본보기라 할 수 있다. 요시하라 감독이 강조하는 ‘죽순처럼 성장’하는 배구는 팀원 전체가 꾸준히 뿌리 내리고, 조금씩 성장하며 함께 발전하는 배구를 의미한다.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죽순 배구의 특징이 잘 발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경기를 통해 흥국생명은 강호의 면모를 되찾으며, 리그 3위로 2위 현대건설을 바짝 뒤쫓게 되었다.
돌아온 레베카의 활약이 놀랍다. 12월 초 기준 득점 랭킹 4위, 공격 성공률 5위, 오픈 공격 3위에 오르는 등 팀은 물론 리그 전체의 중심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배구계에서는 레베카의 돋보이는 활약과 본인의 희망에 힘을 얻어, 그의 한국 귀화 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도로공사와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 일원으로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라는 질문에,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매우 영광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귀화는 매우 관심 있다."며, "아버지와도 이야기를 나눴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레베카의 친할머니는 한국인으로,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할아버지와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그는 배구를 매개로 한국과 인연을 이어왔다. 레베카는 최근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국 이름을 짓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팬 투표를 통해 김백화(金白花)라는 이름을 얻었다. 레베카와 ‘백화’의 발음이 비슷해서 선택한 이름이다. 게다가 꽃에는 벌과 나비가 날아드니,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공격하는 레베카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레베카는 또한 "한국에서 생활하면 내 몸에 한국의 피가 흐르는 것이 더 잘 느껴지는 것 같다."며, "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한국의 거리와 문화가 반가웠다. 앞으로도 즐겁고 행복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만 지금은 V리그 시즌에 집중해야 한다."며, "현재 내 신분은 흥국생명의 외국인 선수라서 귀화에만 신경 쓰고 싶진 않다."고 덧붙였다.
특별귀화로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선 대한배구협회의 추천 등으로 우수 스포츠 인재로 인정받아야 하고, 법무부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 배구계에선 몇 년 전 대한항공 미들블로커 진지위와 페퍼저축은행에서 뛰었던 염어르헝이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바 있다. 앞서 1995년에는 전천후 공격수로서 ‘스커드 미사일’로 불리던 화교 출신인 후인정이 귀화하여, 국가대표로 맹활약하기도 했다.
최근 여자배구의 국제경기 성적표를 보면, 귀화 선수 김백화의 대표팀 합류가 얼마나 절실하게 요구되는지 알 수 있다.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등 베테랑 선수들이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이후,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국제 경쟁력이 크게 약화 되었다. 세계 최상위권 팀들이 겨루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는 김연경의 은퇴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무대다. 2022년 12전 전패 참가국 중 최하위, 2023년 12전 전패 2년 연속 전패 및 최하위, 2024년 2승 10패, 2025년 1승 11패(최하위 18위 기록, 챌린저컵 강등 확정)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2023년)에서는 최종 순위 5위로,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7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겪었다. 특히 예선에서 베트남에 충격 패를 당하고, 8강 라운드에서 중국에 완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같은 해 아시아선수권 최종 순위 6위는, 1975년 이 대회가 창설된 이래 한국 여자배구가 기록한 역대 최저 성적이다. 8강 토너먼트 진출에는 성공했으나,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팀들에게 연달아 밀리며 세계랭킹이 크게 하락했다.
이제 레베카가 ‘성장형 용병’에서 대표팀 아포짓 스파이커 ‘김백화’로 거듭나면, 박정아와 강소휘 등과 다양한 공격을 펼치며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신이 나는 시나리오다. 다만 레베카의 나이가 28세로 적지 않음을 주장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배구인들이 원하는 건 레베카가 여자배구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세대교체의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 배구가 이 시련을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탰으면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리틀 김연경’ 손서연의 성장이 눈부시기 때문이다. 손서연은 45년 만에 2025 U-16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대회에서 MVP를 수상하며, 우승을 견인했다. 손서연은 중학교 학생임에도 181cm의 좋은 신체조건과 타점 높은 공격력, 뛰어난 배구 지능을 갖추고 있어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로 불리고 있다.
배구 팬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김연경, 김백화, 손서연으로 이어지는 한국 여자배구의 큰 흐름을 보고 싶어 한다.
레베카는 명장 요시하라 감독의 흥국생명에서 팀원들과 함께 ‘죽순처럼’ 성장하며, 팀을 강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요시하라 감독의 배구 철학은 김연경의 은퇴 이후 침체기에 빠진 한국 여자배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레베카는 김백화로 다시 태어나 한국 여자배구의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까?
#레베카 #김백화 #배구 #김연경 <저작권자 ⓒ 먼데이타임스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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