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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코카인’이 된 SNS,이제는 만 16세 미만 전면 금지를 논의할 때다

안종일 (작가) | 기사입력 2025/12/11 [11:17]

‘행동 코카인’이 된 SNS,이제는 만 16세 미만 전면 금지를 논의할 때다

안종일 (작가) | 입력 : 2025/12/11 [11:17]
청소년에게서 스마트폰의 화면을 잠시 떼어내는 일은 통제가 아니라 보호다./ @The Monday Times


호주는 2025년 12월 10일부터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보유를 전면 금지했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페이스북, 스냅챗, X(구 트위터) 등 주요 플랫폼이 모두 대상이다. 이들 기업이 16세 미만 계정을 차단하거나 삭제하지 않으면 최대 4,950만 호주달러, 우리 돈 약 48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는다. 책임의 초점은 청소년이나 부모가 아니라 플랫폼 기업에 놓여 있다.

 

덴마크는 만 15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13~14세는 부모의 명시적 동의가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EU 의회도 소셜미디어 최소 연령을 16세로 상향하고, 13~15세는 부모 동의를 전제로 허용하되, 무한 스크롤·자동 재생과 같은 중독적 설계 요소는 제한하자는 방향을 제시했다. 세계 여러 나라가 공통으로 인정한 사실은 분명하다. 청소년과 SNS의 문제는 더 이상 가정교육과 개인의 자율에만 맡겨둘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왜 이렇게까지 강한 규제가 필요할까? SNS는 단순한 ‘시간 때우기 도구’가 아니다. ‘좋아요’와 팔로워 수, 끊임없이 울리는 알림과 무한 스크롤은 모두 뇌의 보상 체계를 자극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순간에 보상이 주어지는 구조는 도파민 분비를 반복적으로 유도하고, 그 결과 청소년은 스스로도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강박적 확인 행동에 빠져든다.

 

이 과정에서 깊이 있는 독서와 사유는 가장 먼저 밀려난다.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익숙해진 눈은 한 문단의 글조차 끝까지 따라가기 어려워한다. 교실 책상 위에서 책이 사라지고 스마트폰만 남는 현상은 단순한 풍경 변화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여기에 비교·조롱·사이버 괴롭힘이 더해지면 우울과 불안, 자기 혐오가 커지고, 일부 청소년은 고립 속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게 된다. 이미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청소년 자살 위험이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 한가운데에 SNS 중독과 고립감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제 한국도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아이들이 알아서 줄이면 되지 않느냐”가 아니라, “스스로 절제하기 어려운 구조를 어른들이 설계해 놓고, 책임만 청소년에게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를 물어야 한다. 자유와 보호는 언제나 긴장 관계에 놓이지만, 지금과 같이 플랫폼의 수익을 위한 알고리즘이 미성년자의 시간과 정신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이 과연 중립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정책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호주처럼 만 16세 미만 SNS 계정 생성과 사용을 금지하는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이때 청소년과 부모에게 형사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연령 확인·계정 차단 의무를 다하지 않는 플랫폼에 행정벌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구조로 설계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위반 시 부과되는 과징금은 기업이 규제를 무시하는 것이 이익이 되지 않도록, 호주 수준의 고액 제재를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셋째, 단순히 “하지 말라”에서 끝나지 않도록, 학교·지자체·도서관이 연계된 독서·예술·체육·자원봉사 프로그램, 이른바 ‘디지털 금식 기간’을 정책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넷째, SNS 중독과 사이버 폭력이 청소년 정신건강과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국가 차원의 연구와 통계로 체계화하고, 상담·치료·회복 지원을 포함하는 통합적인 정신건강 정책과 연결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 지자체, 교육계, 시민사회는 이제 같은 장(場)에 모여야 한다. “만 16세 미만 SNS 금지”라는 문장을 둘러싸고 헌법상 표현의 자유, 아동·청소년의 권리, 플랫폼 규제의 정당성, 정책의 실효성과 우회 접속 문제, 부모와 학교의 역할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견과 우려가 제기될 것이다. 그러나 논쟁이 있다는 이유로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는 선택은, 또 한 세대를 알고리즘에 맡기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SNS는 이미 청소년의 일상·언어·정체성·관계를 깊이 파고들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물어야 한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플랫폼의 자유인가, 아니면 아직 자기 삶을 온전히 설계하기 어려운 청소년의 안전과 성장인가.

 

만 16세 미만 SNS 사용 금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강력한 과징금, 독서와 오프라인 활동을 복권시키는 국가 전략은 더 이상 먼 나라의 예외적 실험이 아니다. 호주와 유럽이 이미 현실로 만들고 있는 정책 선택지다.

 

청소년에게서 스마트폰의 화면을 잠시 떼어내는 일은 통제가 아니라 보호다. 그 잠시 동안, 우리는 아이들에게 다시 책과 사람, 자연과 사유의 세계를 돌려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완벽한 해답이 아니라, 더 늦기 전에 논의와 입법을 시작하겠다는 사회의 결단이다.

 

#호주 #SNS #16세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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