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간한 동시집 『야행성 버스』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변신하는 차’, 2부 ‘모래 셰프’, 3부 ‘키가 큰 네모 컵’, 4부 ‘나의 첫사랑’ 등이다. 1부에는 「상황실」외 12편, 2부에는 「차가운 집」 외 11편, 3부에는 「보호구역」 외 10편, 4부에는 「포도의 잠」외 11편 등 총 48편의 주옥 같은 동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홍 시인은 이번에 발간한 그의 동시집 『야행성 버스』의 머리말에서, ‘노래를 좋아해서 노랫말은 너무 잘 외워지고, 좋아하는 노랫말 덕분에 책을 읽는 게 재미있어요. 자꾸 읽는 습관이 생기니까 또 쓰게 되고, 하나를 해 보면 다른 하나를 또 하게 되는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여름 고전소설 돈키호테를 다시 읽게 되었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새로운 감성에 또 다른 느낌이 전해져 힘이 생기고 하루의 활력이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홍 시인의 이 말은 문학을 창작하는 다른 분들도 음미해 볼만한 구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징어땅콩볼 씹는 소리에 바람이 놀라 라일락에 부딪혔다
아야! 향기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진다 - 홍현숙, 「와사삭!」, 『야행성 버스』 전문, 고래책빵, 2026, P66.
일반적으로 동시는 어른들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를 가리키는 말이다. 동시가 어린이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서 쓰여진 시인만큼 동시를 창작하는 데는 세심한 관찰력이 요구된다. 그 관찰은 비단 겉으로 드러난 것에 대한 세세한 관찰을 넘어 마음속 깊은 구석구석까지 살펴야 한다.
홍 시인의 동시 「와사삭!」은 그런 면에서 매우 성공한 작품이라 평가된다. 이 시에서 시적화자는 어린이로 보인다. 그 어린이의 오징어땅콩볼을 ‘와사삭’ 씹는 작은 ‘소리에 바람이 놀랐다. 잔잔한 바람에게 ‘와사삭’ 소리는 결코 작은 소리가 아니었던 듯 싶다. 그 소리에 놀란 바람은 라일락에 부딪혔고, 순간 라일락의 향기는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냥 떨어진 것이 아니고 ‘아야’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런데 놀란 바람에 부딪힌 라일락이 ‘아야’ 하고 아픔을 호소하자 어린이도 역시 같이 아파한다. 라일락은 향기는 끝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 ‘우수수’ 떨어진다. 시인은 ‘향기가 우수수’ 떨어진다는 참신한 표현으로 꽃이 지는 아픔을 함께하는 어린이의 안타까워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꽃이 지는 모습을 세세하게 관찰하면서, 라일락이 지는 데 대한 안타까운 어린이의 마음을 읽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이스크림 때문에 땀 흘리며 간신히 찾아왔는데
입구 계단 하나 그 낮은 턱 하나 넘지 못하고 멈춘 전동 휠체어
소미가 정말 들어가 보고 싶은 곳 - 홍현숙, 「불편의점」, 『야행성 버스』 전문, 고래책빵, 2026, P78.
홍 시인의 동시 「불편의점」은 서울 지하철 시 공모에 당선되어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사랑받고 있는 시이기도 하다. 그만큼 「불편의점」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크다. 이 시에서 시적화자는 더운 여름날 ‘아이크림’을 사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편의점 앞에까지 다다랐다. 이제 곧 시원한 아이크림을 먹을 수 있겠다는 커다란 기대와 함께. 그런데 편의점 입구에는 계단이 가로 막고 있다. 고양이도 뛰어 넘을 수 있는 그 낮은 턱 때문에 휠체어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 그 낮은 턱은 장애인에게는 커다란 성벽과 다를 바 없는 장애물이다. 결코 뛰어 넘지 못할 엄청난 벽인 것이다. 어린 소미는 정말 그 편의점에 들어가 시원한 에어컨을 쐬며 아이스크림을 구입하고 싶지만 현실의 벽은 소미의 마음에 장벽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수없이 많은 곳에서 장애인에게 배려하지 못 하고 있다. 무엇이 불편한 지 잘 몰라서도 그렇고, 알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럴 경우도 물론 있을 것이다. 지하철 유리벽에 게시된 홍 시인의 동시 「불편의점」은 읽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따뜻한 마음으로 불편한 이웃을 배려하려는 행동으로 옮겨지기를 소망한다.
그만큼 홍 시인의 동시는 비단 어린이만을 독자로 하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은 시집이 바로 홍현숙 시인의 새 동시집 『야행성 버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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