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신한대학교 특임교수 / 한쿠바문화친선협회 이사)

대한민국과 쿠바와의 외교 관계가 65년 만에 수립, 복원된 것은 근래에 보기 드문 외교적 쾌거이다. 돌이켜보면 6.25 때 적지 않은 물자 지원을 한 쿠바가 1959년 카스트로가 주도한 혁명 이후 핵미사일 위기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소련과 유착관계를 맺고, 반미 친북 정책을 고수해왔기에 2015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와의 외교관계를 복원한 이후 10년이 다되도록 이렇다 할 긍정적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밤늦은 시각에 발표된 양국 간 수교 성사 소식을 접하는 순간 단순한 놀라움을 넘어 역사적 이벤트로 남을 쾌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5년에 KOTRA 무역관이 수도 하바나에 설치된 이래 제한적이나마 영사 역할도 해왔고, 문화와 경제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이 있긴 했으나, 북한의 최대 우방국 중 하나인 쿠바이기에 알게 모르게 눈치가 보였던 사례도 꽤 있었다.

비근한 예로 필자 개인 경험을 하나 소개한다. 10년 전 필자가 대구가톨릭대학교 중남미센터장으로 재직 시, 당시 무역관의 소개로 사진작가인 카스트로의 셋째 아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여러 곳에서 사진 작폼 전시회 개최 계약이  거의 성사 단계에 이르렀으나 북한을 의식한 쿠바측 사정으로 행사가 무산된 적이 있다. 이 셋째 아들은 노환 중인 부친 카스트로를 지극 정성으로 모신데다, 전시회가 정치적 색채가 전혀 없었는데도 더 이상 진행을 못할 정도로 북한과 쿠바와의 관계는 단단하였던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 이래 역대 정부에서 수차례 수교를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북한 변수 때문에 번번이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는 이런 민감한 장애 요인을 감안하여 각 부처 장관들조차 국무회의에 참석해 심의자료를 보고 알게 할 정도로 기밀이 새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였고, 최대 관련국이자 동맹인 미국 정부에도 불과 발표 12시간 전에야 알렸다고 한다. 보안 유지 문제를 각별하게 챙긴 외교부 당국자나, 이번에는 반드시 성사시키고야 말겠다는 정부 고위층의 의지가 빛을 발하여 실로 오랜만에 누구에게나 우리의 외교력이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그 동안의 과정과 배경은 여러 매체에서 다루고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고,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 후 일어날 긍정적 효과를 몇 가지 들면서, 그럼에도 유의할 점을 알리고자 한다.

첫째, 각 분야에서 쿠바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국민의 심리적 거부감이나 불안감이 일거에 불식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동안 코트라를 통한 통상 활동이나 K-Pop과 드라마 등 한류문화 보급면에서는 커다란 장벽이 없었음에도, 한켠으로는 쿠바 당국에 대한 신뢰문제가 있어서 마음껏 뜻을 펼쳐보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우리 스스로도 공연히 소극적으로 임한 경우가 있었으나 앞으로 이런 현상은 대폭 없어지리라 본다.

둘째, 쿠바는 인구가 1,100만명에 불과해 중남미 33개국 중에는 중규모의 나라이지만 카리브해 도서국 중에는 국토 면적이나 인구면에서 제일 큰 나라이다. 또 라틴문화의 원류국으로서 영향력이 중남미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무시못할 정도로 지대하므로 한류문화와 라틴문화의 교류협력 관계도 더욱 더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아직도 중남미에 영향력이 있는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역으로 이를 잘 이용하면 좌파 정부가 이끄는 중남미 여러 국가와의 유대관계를 잘 이어나가는 데도, 쿠바와의 외교 관계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지렛대가 될 것이다.

셋째, 아직 일반 생활 경제 상태는 열악하고, 담배와 럼주 외에는 이렇다 할 제조업종도 없고 물류 인프라나 교통통신 상황 역시 열악하기 그지없다. 따라서 모든 생활 필수품이나 일용할 양식 등 물자는 대부분 수입이나 원조에 기댈 형편이므로, 수출 강국인 우리의 현지 진출 기회와 여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그야말로 자연환경과 조상이 물려준 유럽식 건축물에 의존하는 관광업 위주의 나라이기는 하나 무상 교육과 의료제도는 선진적이다. 이 덕에 경제 수준에 비해 문맹률은 현저히 낮고 평균수명은 높은 나라이므로, 이 분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잘 구축된 우리나라의 수준에서 보면, 이런 면에서도 향후 상호 윈윈하는 협력관계를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코로나 상황 이전에는 1년에 쿠바로 가는 한국인 여행객이 15,000명 가까이 될 정도로 인기있는 관광지였으나(공산국가로서 경제가 엉망이라 지저분하고 살기 불편한 나라임에도 북한, 중국과는 다른 정열적 문화와 묘한 낭만적 매력이 있어서 그런지 인프라가 훨씬 잘 갖추어진 다른 중남미국보다 쿠바를 더 좋아하는 이들이 꽤 된다), 미수교국이라 유사시 영사 조력을 직접 받기가 불가능했다. 기껏해야 코트라를 통한 제한적 도움만 받을 수 있었고, 주멕시코 한국대사관을 이용하려면 시간과 경비 문제가 컸었는데, 이러한 문제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을 법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현지 여행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이 외교관계 복원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하나, 둘이 아니지만 냉정히 임해야 할 이유도 좀 있다. 무엇보다도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으므로 수출대금이나 현지 인프라 건설 대금을 제대로 결제받을 수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또 쿠바에 경제특별구역이나 자유수출지구도 지정되어 있지만, 정부가 약속한 투자 유치 인센티브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일본처럼 외교 관계가 든든한 나라의 진출업체 중에도 많은 손해를 보고 철수한 사례도 있고 하니,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는 혜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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