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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바꾸는 ‘암 가역(可逆) 치료법’ 개발

민병준 | 기사입력 2024/12/31 [04:50]

KAIST,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바꾸는 ‘암 가역(可逆) 치료법’ 개발

민병준 | 입력 : 2024/12/31 [04:50]

이미지: KAIST 제공

인류는 언제쯤 암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뚜렷한 이목구비와 청순한 이미지의 줄리엣 역할로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배우 올리비아 허시(핫세)가 27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그녀는 73세로 숨을 거두었는데, 사인은 암으로 밝혀졌다. 이보다 앞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깜찍하고 발랄한 연기로 남성 팬들을 설레게 했던 오드리 헵번은 대장암으로 숨졌는데, 그녀 나이 겨우 63세였다.

 

어디 이런 세계적인 유명 배우들뿐이랴?

우리나라에서 암은 통계가 작성된 1983년 이후 지속해서 사망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요즈음은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해 노년들은 물론 젊은 층에서도 암 환자가 늘고 있어, 효과 높은 암 치료제에 대한 갈망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국내 연구진이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려 치료하는 원천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KAIST(카이스트)는 지난 22일, 조광현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대장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상태만을 변화시켜, 정상 대장 세포와 유사한 상태로 되돌리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11일 온라인판으로 공개됐다.

 

현재 시행되는 모든 항암치료의 공통점은 암세포를 사멸시켜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암세포가 내성을 가져 재발하거나 정상세포까지 사멸해 부작용을 유발하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넘어서는 암 치료제의 개발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이때 개발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연구팀은 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정상세포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 방식을 제안했다. 이를 ‘암 가역(可逆) 치료’라고 한다. 말 그대로 한번 상태가 바뀐 물질을 다시 원상태로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가역 치료의 핵심은 정상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암세포로 분화하는지, 그 궤적을 이해하고 제어하는 데 있다. 세포의 복잡한 분자 조절 관계 탓에 지금까지는 이를 체계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조 교수 연구팀은 정상세포가 암 세포화 되는 과정에서 정상적 세포 분화 궤적을 역행한다는 관찰 결과에 주목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정상세포의 분화 궤적을 가상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유전자 네트워크의 디지털트윈(가상 모형)을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물리적 상황과 같은 환경을 가상 세계에 구현해서 모의 시험해 봄으로써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구현 및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상세포의 분화를 유도하는 ‘마스터 분자 스위치’를 찾아냈다. 마스터 분자 스위치는 암세포가 분화 궤적을 역행하는 것을 억제하는 최상위 조절자다.

 

실제 이를 분자세포 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대장암세포에 적용한 결과, 대장암세포가 놀랍게도 정상세포로 돌아왔다. 이처럼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되돌리는 가역화를 유도해 치료 기전을 체계화한 건 이번 연구가 최초로서, 암 치료제 개발의 새 지평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광현 교수는 “이 기술은 다른 다양한 암종에 응용, 암 가역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암세포가 정상세포로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현상으로 이번 성과는 이를 체계적으로 유도해낼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는 공정렬 KAIST 박사, 이춘경 박사과정생, 김훈민 박사과정생, 김주희 박사과정생이 참여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다.

 

이 연구 성과는 조광현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벤처 '바이오리버트'에서 실제 암 가역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어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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