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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육에서 미래를 찾다

한국교원대학교 차우규총장 인터뷰

신인호 (먼데이타임스 대표) | 기사입력 2025/01/06 [09:04]

대한민국, 교육에서 미래를 찾다

한국교원대학교 차우규총장 인터뷰

신인호 (먼데이타임스 대표) | 입력 : 2025/01/06 [09:04]

대한민국은 전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짧은 시간에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최근 교사들의 자살 사건과 인구 절벽 등의 문제로 많은 사회적 난관에 직면하고 있으며, 또한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미래 교육의 방향을 재설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인 난국 속에서 새해 기획으로 한국 교육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 교육의 방향과 희망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교원대학교 차우규 총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진행자(신인호 이하 신): 한국의 급속한 발전에는 교육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러한 힘은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차우규 (이하 차): 1970-80년대 학창 시절, 우리는 서양의 문화와 문물을 매우 우수한 것으로 여겼습니다. 서양 음악, 음식, 영화, 학문, 외제 전자제품, 자동차 등은 우리가 모방하고 배워야 할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K-pop, K-drama, K-food, K-beauty, K-방산, 그리고 한국어까지, 이제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특히 국내 어디를 가나 외국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고, 한국의 위상도 확연히 달라졌음을 실감합니다.

최근 개도국 인사들을 만날 때면 자주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한국은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이렇게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망설임 없이 "교육의 힘"이라고 답합니다. 물론 한국의 발전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짧게 요약하자면 그것이 가장 적절한 대답이라 생각합니다.

 

신: 교육열은 한국 사회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동시에 부정적인 영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교육열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차: 교육열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교육열은 개인의 성취 뿐만 아니라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특히,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사회 전반에 큰 기여를 하면서 한국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교육열이 지나치게 강해지면서 부정적인 영향도 있었습니다. 과도한 경쟁은 학생들에게 우울증과 불안 등의 정신 건강 문제를 일으켰고, 개인의 성취만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 의식의 부재가 나타났습니다. 또한, 사교육비가 급증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지식 위주의 교육 방식이 창의성을 저해하는 문제를 낳았습니다. 이제는 교육열의 긍정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하고, 부정적인 측면은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방향으로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야 할 시점입니다.

 



신: 올바른 교육열을 실현하기 위해서 교사와 학부모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차: 교육열을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서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들이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지원해야 합니다. 첫째, 학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균형 잡힌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단순히 정보를 암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셋째,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과 협력의 중요성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넷째, 학생들이 자신의 성공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사회와 공동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교육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다섯째, 학습에 대한 열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육의 목적과 자신의 진로를 명확히 설정함으로써 학생들이 교육열을 올바른 방향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신: 교수자와 학습자 간의 관계에서 권위와 신뢰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육의 본질에 맞게 접근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차: 교육의 본질에 맞게 접근하는 이유와 그 의미는 무엇일까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수자와 학습자 간에 신뢰와 권위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우선, 교수자가 가진 학문적 전문성을 학습자가 인정해야만 그 관계에서 권위가 생기고, 그 권위가 교육 현상의 중요한 힘이 됩니다. 반대로, 학습자가 교수자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또한, 신뢰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학습자는 교수자가 자신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사랑한다고 느낄 때 비로소 신뢰를 가지며, 그 신뢰가 있어야 진정한 교육이 가능해집니다. 결국, 교수자와 학습자 간에 전문성에 따른 권위와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신뢰가 형성될 때, 진정한 교육 현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신: 한국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저출생과 고령화, 기후환경 위기 등 다양한 변화 속에서 미래 교육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요? 

차: 미래 한국 사회는 현재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출생과 고령화, 기후 환경 위기, AI에듀테크, IB와 출력 중심 교육, K-edu와 해외 유학생 직업 교육 등 다양한 시대적 변화에 맞춰 교육 또한 혁신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한국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국, 한국 사회가 미래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교육이 시대적 요구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철저히 준비하며,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교육의 역할이 또다시 강조되고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차: 현재 한국은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고령화 속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일부 세계적인 석학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콜만 교수는 "한국은 인구소멸로 인해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으며, 폴 월리스 교수는 "한국의 고령화가 지속되면 2030년경 인구지진을 맞이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구 위기 속에서 우리의 교육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해왔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996년 보건복지부는 출산억제 정책을 포기하고, 인구의 질 향상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그러나 2005년까지도 교육 현장에서 다뤄진 인구 관련 내용은 여전히 출산억제 정책 시기의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현재도 저출생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인구 교육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교육은 이제 한국의 인구 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인구 교육의 전문성을 갖춘 교사들이 학교에서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교사 양성 및 연수 과정을 마련하고, 교육과정 개편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가정의 중요성과 가족 형성(결혼, 출산, 양육, 입양 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기를 수 있도록 학교 교육에서 인구 교육을 체계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신: 기후환경 위기와 환경 교육에 대해서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차: 최근 전 세계는 극단적인 기후 현상, 해빙과 해수면 상승, 생태계 파괴 등 지구 온난화로 인한 다양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며, 이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무더운 여름, 추운 겨울, 미세먼지, 태풍과 해일, 대형 산불과 농작물 피해 등 많은 자연재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인간들이 자연 자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파괴한 결과입니다. 이젠 이러한 환경 위기가 개인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가하는 수준을 넘어서, 곧 인류의 생존 자체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후환경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원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와 친환경 기술을 채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연구와 개발, 정책적 대응, 법과 제도 마련, 친환경 기업 육성 등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시민들이 동참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환경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환경 교육은 인구 교육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를 위해 교과 활동과 교과 외 활동이 서로 연계되어야 하며,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소통과 참여를 통한 가치와 태도의 형성에도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신: AI에듀테크는 교육의 기술적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AI를 교육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요?

차: AI에듀테크는 교육 기술의 최전선에 위치하고 있으며, 학생 맞춤형 개별화 수업을 실현하려는 교육계의 오랜 목표를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도 완전 학습 이론을 도입하고 티칭머신 개발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그 당시에는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술과 서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실제로 학생 맞춤형 교육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과 빅데이터 분석 능력의 향상으로 이제는 학생 개인에게 맞춘 교육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기술들이 교육의 본질을 해치지 않도록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것입니다. AI에듀테크가 학교 현장에 제대로 정착하려면 충분한 시범 연구와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학생을 단순한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유용한 방식으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한국교원대학교는 국내 최초로 교육부의 인가를 받아 2027년에 국내 유일의 AI에듀테크센터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이 센터는 교사 양성 및 재교육 과정에서 AIDT(Artificial Intelligence in Education and Teaching) 교육의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며, 참가자들은 AI 콘텐츠를 직접 개발하고 시연할 기회를 가질 것입니다. 또한, 미국의 ISTE(International Society for Technology in Education)와 같은 국제적인 협력을 통해 AI 및 Edutech 기업들과 학교들이 함께 교육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신: 미래 교육에서는 IB 프로그램과 같은 국제적 교육 모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출력 중심 교육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차: 미래 교육에서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은 이러한 교육적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모델로, 개념 기반 교육과 탐구 학습을 핵심 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IB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와 국제적 관점, 학문적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글로벌 사회에서 요구되는 중요한 역량입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IB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IB학교 신청도 늘어나고 교육청의 지원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IB 프로그램은 주로 세 가지 중요한 요소로 구성됩니다. 첫째, 교과 중심의 분절적인 지식 교육보다는 주제 중심의 교과융합교육을 중요시합니다. 둘째, 교사 주도의 ‘입력’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주도의 ‘출력’ 중심 교수법이 강조됩니다. 이 방식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외부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함으로써 학습의 깊이와 이해를 높일 수 있게 합니다. 셋째, 학생들이 실생활과 연결된 과제를 통해 학습 내용을 실제로 적용해 보는 경험을 쌓고,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합니다. 또한, 자신이 수행한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받고 개선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속적인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학생들의 학문적, 사회적 역량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강력한 교육적 전략으로,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신: K-edu와 해외 유학생 직업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교육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방향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까요?

차: 과거에는 우리나라 교육기관들이 해외의 우수 교육 콘텐츠와 인력을 수입하여 국내 교육 현장에 맞게 적용하는 역할을 주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우수한 교육 콘텐츠와 교육 인력을 해외 시장으로 진출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주요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ODA(공적 개발원조) 사업의 일환으로 개도국의 교육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으로, 우리의 교육 콘텐츠와 인력을 해외에 판매하고 보급하는 방향입니다.

 

미래 한국 사회는 급격한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인구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각 산업체가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교육기관은 국내의 노동 시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파악하고, 해외에서 필요한 인재들을 선발해 교육하여 해당 국가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교육 내용은 단순한 직업 기술을 넘어, 해외에서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고 직업 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내용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향후 한국 교육의 역할은 예전과는 달리 훨씬 더 넓어질 것이며, 교육기관들은 단순한 학교 교육을 넘어서 직업 교육과 평생 교육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로 그 지평을 넓혀 나가야 할 것입니다.

 

차우규총장은 서울대학교 국민윤리교육과를 졸업하여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민윤리교육 전공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98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이직하여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던 중 2005년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로 임용되어 산학협력단장, 종합교육연수원장, 교육연구원장, 부총장 겸 교수부장 등 보직을 역임했으며, 2024년 4월 제12대 한국교원대학교 총장으로 임명되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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