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팀은 지난 5일(한국시간) 태국의 축구 성지로 불리는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세안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3-2로 태국을 격파했다. 결승 경기는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베트남은 2일 홈에서 치러진 1차전에서 2-1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결국 베트남은 1, 2차전 합계 5-3으로 최대의 라이벌 태국을 제압하며 정상에 등극했다.
이로써 베트남은 지난 2018년 박항서 감독 시절 우승을 차지한 이후, 실로 6년 만에 ‘동남아 월드컵’인 미쓰비시컵 우승 트로피를 다시 들어 올렸다. 당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국민으로부터 쌀의 주산지인 베트남 히딩크란 뜻의 ‘쌀딩크’란 애칭으로 불렸다. 그들의 박항서 감독에 대한 애정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김상식 감독이 또다시 우승을 이끌자 베트남에는 강렬한 ‘한국 열풍’이 불었다.
미쓰비시컵은 2년마다 열리는 대회로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릴 만큼 권위를 가졌다. 베트남은 이 대회에서 2008, 2018에 이어 통산 3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이 우승이 더욱 값진 이유는 동남아 최강으로 평가받고 있는 숙적 태국을 상대로 1, 2차전 모두 승리하며 얻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태국은 이 대회 최다 우승국으로 8번째 우승이자 3연패(連霸)를 노리고 있는 강호였다.
이 경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감독 간의 대결 결과였다. 결국 김 감독은 일본 출신의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과의 '사령탑 한일전'에서도 완승을 거두며, 태국의 대회 3연패이자 통산 8번째 우승을 저지했다.
베트남 현지 매체인 베트남 플러스는 “베트남이 아세안컵 챔피언에 올라 3번째 우승이자 2018년 이후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고 기뻐했다.
베트남 축구 팬들도 열광했다. 베트남 플러스에 따르면 이날 수백만 베트남 팬들이 거리로 나와 거리 응원을 펼쳤다. 그들은 우승이 확정되자 기쁨의 환호를 터뜨렸다. VN익스프레스는 “수백만 명의 베트남 팬들이 미쓰비시컵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면서, “하노이의 거리는 승리의 구호와 나팔 소리로 활기를 띄었다. (팬들은)베트남 국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고 전했다. 태극기를 힘차게 흔드는 팬들도 많아 거리는 온통 베트남 국기인 금성홍기와 태극기의 물결로 뒤덮였다.
경기 후 김상식 감독은 “베트남의 우승을 지켜보기 위해 응원하러 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많은 일이 있었지만, 베트남 대표팀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들어 치른 8경기에서 단 1경기도 패하지 않고, 통산 세 번째 미스비시컵 우승을 달성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국가 간 경기에서 1무 3패로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해 팬들의 원성이 높았었다. 하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자 베트남은 파죽지세로 연승을 달리며 결승에 진출했다. 김 감독은 ‘수비 후 역습’이라는 효율적인 전술을 구사했다. 마침 팀에는 이 전술을 소화하고 적용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수 응우옌 쑤언손이 있었다. 그는 브라질 출신 귀화 선수로서 빠른 발과 탁월한 슈팅력을 뽐내며, 7골로 이번 대회 최다 득점자가 되었다. 이 선수를 중심으로 수비 후 빠르게 역습에 나서는 전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베트남은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결승 2차전이었다. 베트남은 1차전 승리로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전문가들은 베트남이 공격진을 밑으로 내려 수비에 집중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3-4-3 포메이션으로 공격적인 전술을 택했다.
이에 화답하듯 베트남은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내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태국이 전반 28분과 후반 19분 연속골을 터뜨리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합계 스코어도 3-3으로 동점이 됐다. 베트남은 최대 위기에 몰렸다. 이미 전반전에 팀의 핵심 멤버인 공격수 응우옌 쑤언손이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서 이탈한 상태로, 전력이 매우 약해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베트남은 물러서지 않았다. 후반 38분 베트남은 상대의 자책골에 힘입어 다시 리드를 잡았다. 태국 수비수 판사 헴비분이 베트남 공격을 막으려다가 몸에 맞은 볼이 굴절되면서 자신의 골문으로 들어갔다.
한 골이 급한 태국은 골키퍼까지 공격에 나서는 등 총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소득은 없었다. 오히려 베트남이 태국 골키퍼가 없는 틈을 타 쐐기골을 뽑아내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베트남 축구계가 축제 분위기인 가운데, 역사를 쓴 베트남 선수단은 대회 우승 상금 30만 달러(약 4억 1,000만 원)를 받게 된다. 또한 베트남 기업과 민간단체들로부터 많은 보너스를 약속받는 등 겹경사를 맞는다.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베트남 록팟은행은 우승 직후 선수단에 50억 동(약 2억 9,000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했다. 이어 하노이 인민위원회가 20억 동, 베트남농업농촌개발은행이 20억동의 보너스를 각각 약속, 선수단이 받게 될 총 보너스는 90억 동(약 5억 2,000만원)이 됐다. 아울러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에게 1골당 1만 달러(약 1,500만 원)의 축하금도 주어진다. 결승 1차전 멀티골을 포함해 총 7골을 넣은 응우옌 쑤언손이 1억 원이 넘는 개인 포상금의 주인공이 됐다.
2023년 기준 800만 동(약 47만 원)인 베트남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을 고려하면 가히 천문학적인 액수라 할 수 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김상식 감독은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떠난 뒤 침체기에 빠졌던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 정상에 올려놓는 매직을 완성했다. 이로써 새로운 ‘한국인 감독 축구 영웅’이 탄생했으며, 다시 한번 ‘축구 K-열풍’을 일으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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