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매디슨 키스(14위, 미국)가 사발렌카(1위, 벨라루스)를 꺾고, 천신만고 끝에 난생처음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테니스 우승컵에 감격의 키스를 했다. 그녀의 나이는 만 29세로 약 3주 후엔 30세가 되는, 이른바 ‘노장 선수’다.
처음 2025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가 개막되었을 때 키스의 우승을 점치는 전문가나 팬들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은 세계 랭킹 1, 2위의 사발렌카와 시비옹텍(폴란드)이 결승에서 정상을 겨룰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자신의 코치와 결혼한 지 두 달 만에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는 키스는 상당한 실력을 갖추었으나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부족한 선수, 잠재력은 풍부하나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로 평가되고 있었다.
사실 키스는 10대 초반에 프로에 입문한 이래, 178cm의 키와 당당한 체구에서 시속 190km를 넘나드는 강력한 서브를 뿜어내며, 균형 잡힌 좌우 스트로크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베이스 라이너로서, 세계 여자 테니스계를 평정할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실수가 잦고, 중요한 경기에서 멘탈이 자주 무너지는 경향을 보이면서, 기복이 심한 선수로 팬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키스는 대회 일정상 강한 상대를 거듭 만나야 하는 시드 선택을 받았으며, 많은 나이 또한 결승에 이르기까지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대회가 시작되자 키스는 강력한 상대들의 도전에 시달렸다. 16강전부터 서브와 발리, 랠리의 3박자를 고르게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리바키나(7위, 카자흐스탄)를 만났으며, 준결승전에서는 ‘절정의 경기력’을 뽐내고 있는 시비옹텍을 넘어야 했다. 이미 메이저 대회 5번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시비옹텍은 이 대회 들어 상대에게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닥공(닥치고 공격)’의 대명사답게 공격적인 샷을 구사하며 무서운 기세로 키스를 공격했다. 이 경기에서 두 선수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멋진 샷으로 상대를 공략하는가 하면, 엉뚱한 실수로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는 등 경기 내내 관중의 함성과 탄식을 끌어냈다. 키스는 팬들의 예상을 뒤엎고, 경기 결과 5-7, 6-1, 7-6으로 힘들게 역전승을 거두었다. 특히 매치 포인트까지 몰리는 위기를 극복해 내는 강한 정신력을 보여주었다.
키스가 결승전에서 만난 상대는 예상대로 사발렌카였다. 당시까지 상대 성적은 1승 4패로 키스의 절대 열세. 하지만 스포츠의 매력 중 하나는 예측 불가능성이다. 아무리 강자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게 스포츠다. ‘언더독의 반란’이 유독 자주 나오는 이유다. 이번 결승에서도 유쾌한 ‘언더독의 반란’이 나왔다. 관중들은 열광했다. 키스가 톱시드의 사발렌카를 꺾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키스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단식 결승에서 사발렌카를 상대로 2시간 2분 만에 2-1(6-3 2-6 7-5)로 승리를 거뒀다. 사발렌카가 크게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키스는 1세트 첫 게임부터 브레이크를 해내며, 강한 서브와 상대를 좌우로 크게 흔드는 작전으로 5-1까지 달려 나갔고, 결국 세트포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2세트에선 거꾸로 자신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며, 상대의 변칙 플레이에 대처하지 못하고 계속 불리하게 끌려갔고, 결국 승부는 3세트로 흘러갔다.
두 선수가 집념의 홀드 행진을 벌인 마지막 3세트, 승부는 사발렌카의 마지막 서브 게임에서 갈렸다. 키스는 사발렌카의 실책에 자신의 예리한 샷으로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으며, 승리를 향해 나아가더니 결국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승부를 끝낸 키스의 마지막 포핸드 스트로크는 시속이 무려 150km에 달했다. 또한 이번 대회에서 키스의 스트로크 스피드는 평균 140km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남자 선수들의 볼 스피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능력이 우승의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키스는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흘리며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이룬 감격을 뜨겁게 표출했다. 키스는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자신이 왕관을 쓸 자격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이번 우승을 통해 키스는 여러 기록을 작성했다. 키스는 2014년 대회에서 우승한 리나(당시 31세·중국)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나이에 호주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선수가 됐다. 또한 2009년 프랑스오픈 우승자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 이후 약 16년 만에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세계랭킹 1, 2위를 모두 꺾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키스는 2017년 US오픈 당시 결승전에서 슬론 스티븐스(미국)에게 패했다. 스티븐스는 준결승에서 파죽지세로 비너스 윌리엄스를 격파했으며, 그 기세를 몰아 결승에서 키스를 압도했다. 준우승에 그쳤던 키스는 그 안타까움을 무려 7년 4개월 만에 풀어냈다. 프로 선수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오픈 시대 이후, 메이저 대회 첫 결승 무대에 오른 뒤 두 번째 결승 무대에 오르기까지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선수는 키스뿐이다.
키스는 호주오픈에서는 2015년과 2022년 대회에서 4강까지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키스의 랭킹은 이번 우승으로 7위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이번 우승으로 키스가 가져가는 우승 상금은 약 31억 6천만 원이다. 앞서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우승한 키스는 이날 승리로 12경기째 승리 행진을 이어갔다. 사발렌카는 세계 1위는 지켰으나, 1999년 마르티나 힝기스(은퇴·스위스) 이후 26년 만의 호주오픈 여자 단식 3연패 대기록은 완성하지 못했다.
우승 직후 키스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스티븐스와의 지난 US오픈 결승전을 그동안 끝도 없이 돌이켜 봤다.”며, 당시 준우승의 아쉬움을 숨기지 않던 키스는 “정말 오래 이 순간을 기다렸다. 전에 오른 메이저 대회 결승에선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시 결승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언제나 날 믿어준 우리 팀에 고맙다. 자신을 믿고 이 꿈을 향해 달려올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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