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연민’은 이야기 중심의 소설 작품에서 등장인물과 등장인물 간에 일어나는 중요한 감정의 하나일 수도 있고,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 역시 중요한 정서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독자는 연민을 통하여 작품 속의 인물과 상황에 대해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성격을 갖는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연민’은 작품을 공감케 하는 중요한 정서 중 하나로 보인다.
지난 6월 13일부터 방영되기 시작한 SBS 금토 드라마 『우리영화』는 그러한 ‘연민’을 바탕에 깔고 있다. 『우리영화』는 소포모어 징크스(1편 또는 본편이 너무 흥행하여 속편을 제작하지 못하는 징크스)를 앓고 있는 영화감독 이제하(배우:남궁민)가 그의 아버지가 오래전에 메가폰을 잡았던 시한부의 삶을 그린 『하얀사랑』 이라는 영화를 리메이크하기 위해, 영화의 주인공이 될 시한부에 대한 자문을 구하러 갔다가, 배우 지망생 이다음(배우:전여빈)을 만나서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이다음은 실제로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녀는 당장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모르는 죽음을 앞두고 하루하루의 삶을 살고 있었다. 다음은 하루의 해가 밝으면 자신의 삶이 하루 더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다음은 『하얀사랑』 이라는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의사이면서 다음의 병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녀의 아버지는 다음이 병 치료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 다음의 영화 출연을 반대하고, 출연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설득해 보려고 한다. 그러나 다음의 영화 출연에 대한 완강한 의지에 더 이상 어쩌지 못한다. 여기서 시청자들도 고민에 빠진다. 병원에서 하루하루 죽음을 기다리며 치료를 받는 것이 나은 지, 아니면 다음처럼 자신의 남은 생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열심히 살다가 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물론 연민의 정과 함께.
다음은 어쩌면 자신에게 남겨진 삶이 3개월쯤 남았으려니 막연히 생각하면서 『하얀사랑』 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어 영화 촬영에 임한다. 대부분의 제작진은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는 다음이 아주 자연스럽게 시한부의 삶을 연기하는 것에 박수를 보내며 촬영은 진행된다. 다음이 시한부라는 것을 알면서도 제하는 다음과 함께 영화 촬영에 매달린다. 그 역시 영화 촬영을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애쓴다. 제하는 만약 다음이 실제로 시한부를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사회적 지탄과 비난을 받게 되더라도 이 영화를 꼭 완성하고 싶어 한다. 제하는 칸이 사랑한 거장 이두한 감독의 아들이다. 제하는 젊은 시절 아버지를 사랑하기보다는 염문에 휩싸여 자신과 어머니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아버지에 대한 원한이 깊다. 그래서 제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 다음은 알람에 맞춰 약을 먹어야 하고 반드시 식사해야 한다. 물론 수시로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도 받아야 한다. 제하는 그런 다음을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게 세세히 챙기며 영화 촬영에 임한다.
한편, 영화 『하얀사랑』 의 조연 ‘정화’ 역은 채서영(배우: 이설)이 맡는다. 서영은 한국 영화계의 독보적인 톱스타로 5년 전 제하가 연출한 영화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다. 서영은 영화를 찍으면서 점점 다음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영화 촬영 도중 서영은 다음에게 “죽을 날 받아논 사람이 무슨 염치로 사랑을 해?”라는 애드리브로 다음을 다그친다. 다음은 “할 수 있어요”라고 머뭇거리며 응답하지만, 마침내 다음과 서영 그리고 제하 세 사람만 있는 장소에서, 서영은 다음에게서 실제로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고백받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러면서 다음과 제하가 차츰 서로를 아끼고 다음이 제하에 대하여 사랑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영화에서 등장인물인 다음은 사랑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제하에게 연민을 느끼고. 제하 역시 다음의 처지에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그들을 바라보는 시청자는 먹먹한 심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과연 『우리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다음과 제하는 끝까지 영화를 완성할 것인가? 영화를 완성한 뒤 다음의 삶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삶을 마감할 것인가? 아니면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 다음이 치료될 수 없는 것일까? 영화 촬영 도중 다음이 사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숱한 의문을 남긴 채 드라마는 전개되고 있다.
내일로 미룰 수 없는 러브스토리를 극화한 순수 휴먼 멜로드라마 12부작 <우리영화>는 디즈니플러스와 독점계약으로 아시아, 태평양, 유럽, 아메리카 전 세계 50여개 국에서 동시에 공개되어 현재 방영되고 있다.
‘연민’을 가지고 드라마의 전개를 지켜보면서도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게 된다.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막내 아들 알렉세이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무엇보다도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 “논리에 앞서 삶을 사랑해야 하고, 그때야 비로소 나는 삶의 의미도 이해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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