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토·일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가 30일, 12회 최종회에서 7.6%(닐슨코리아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되었다.
‘김 부장 이야기’가 이처럼 인기를 끌 수 있던 것은 내용의 전개가 개연성이 아주 높다는 데 있다. 시청자들은 ‘김 부장 이야기’를 보면서 그 이야기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거나, 남편 또는 가족 중 한 사람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며 공감한다.
김 부장은 지방이 아닌 서울에 산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상상하기도 어려운 엄청난 서울의 집값! 김 부장은 그 서울에 아파트를 장만해서 살고 있다. 거기에 대기업에 다니고 직급도 부장이다. 예쁘고 매력적인 아내와 스카이에 다니는 대학생 아들이 있다. 남들이 부러워할 조건을 고루 갖춘 중년의 김낙수 부장! 통신사 ACT에 입사한 이래 김낙수(류승룡)는 단 한번도 승진에 누락된 적 없이 승승장구했다. 서울과 자가, 그리고 대기업의 부장 자리는 그에게 자부심이며,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김낙수 자신이었다.
그랬던 그가 초고속인터넷망 연결과 관련된 업무에서 실책을 했다. 그 실책이 빌미가 되어 시골 공장의 안전관리팀장으로 좌천된다. 문과 출신었던 그는 거기서 제대로 된 일을 하지 못하고 겉돈다. 공장의 직원 20명을 추려내라는 인사팀장의 압력에 견디다 못해 결국 자신이 회사를 퇴직하게 된다. 그렇게 추려진 직원들은 회사를 강제적으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상무를 달고, 임원의 꿈을 꾸던 김 부장은 그렇게 추락하고 만다.
뜬금없이 오후에 집에 들어와 먹을 거나 달라고 말하는 김낙수. 아내 박하진(명세빈)은 남편이 가져온 박스를 보고 그의 퇴직을 눈치챈다. 기 죽은 김낙수를 보며, 아내 박하진은 “이제 백수냐?”고 놀리면서 발로 차기도 하며 장난을 건다. 그러다가 아내의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풀 죽은 남편을 두 팔 벌려 안아주며, “수고했어! 김 부장.”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포옹하며 오열한다. 시청자, 특히 직장에 다니는 남편을 둔 아내들은 이 장면에서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과연 ‘나’라면 그런 남편에게 ‘어떤 말로 위로해 줄까?’ 하며, 그 상황을 상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내 집 이야기 같기만 한 드라마의 전개에 빠져들게 된다.
대기업을 퇴사하고 갑자기 일이 없어진 김낙수는 실제로는 3억 정도밖에 나가지 않는 상가를, 깜박 속아서 무려 10억 5천이라는 거금을 들여 장만한다. 거기에는 대출금 5억 5천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아내와는 상의도 없이. 마침내 그것이 사기였다는 것을 알면서 텅 빈 상가에 주저앉아 절망한다. 그런 김낙수를 두고 아들은, “건물주가 되려고 한 건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 대기업에서 퇴사당했지만, 나는 이렇게 떵떵거리며 산다는 걸 보여주려는 거 아니었어요?”라며 뼈 있는 말을 던진다. 김낙수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아들의 질문은 너무도 정확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동안 자신이 그토록 믿어왔던 서울의 자가, 대기업, 부장 등이 사실은 ‘성공한 가장인 나’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시청자들, 특히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하며 열심히 살아온 가장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장면이었다. ‘과연 나의 삶은 어떠했는가?’ 되돌아보게 하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낙수는 임대료 없이 내놓아도 공실이 계속되는 자신의 상가 앞에서 공황장애 발작을 일으킨다. 금방 죽을 것만 같은 공포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정신과 질환이 그의 인생 2막에 마침내 고개를 든 것이다.
김낙수는 대리운전을 하다가 갑작스레 찾아온 공황증세에 교통사고까지 낸다.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던 그는 평소 데면데면했던 형 김창수를 찾아간다. 형은 그에게 열등감의 원천이었다. 차남인 김낙수는 언제나 형만 못한 아우였다. 형은 장남이었고, 공부도 잘했고 반장도 도맡아 했지만 김낙수는 그렇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형에 대한 경쟁의식은 결국 김낙수를 치열한 경쟁사회로 이끌게 되는 계기가 된다. 드라마 종반부에 나타난 형의 등장은 김낙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낙수는 아내의 강력한 권고로 종합병원의 정신과를 찾다가 다시 돌아선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 때문에. 결국 그는 자신의 상가 2층에 있는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정신과를 찾아간다. 그 병원의 원장 역시 자신처럼 사기를 당해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이었다. 거기서 김낙수는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가족 간의 대화 단절과 책임 회피에 절망하며, 아내 박하진은 남편인 김낙수의 51년 인생의 트로피와도 같은 아파트를 매물로 올리기로 결심한다. 이 장면은 드라마 전체에서도 가장 절제된 순간이기도 했다. 마련하기 어려운 서울의 아파트를 팔아야 할 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가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남편의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에 대한 걱정!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는 마지막 컴퓨터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 만감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던 중 김낙수에게 백 상무의 제안이 온다.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면 다른 기업체의 임원 자리를 알아봐 주겠다는 미끼까지 던지면서. 김낙수는 백 상무를 회사생활 내내 생사고락을 같이 하며 형님처럼 따랐지만, 백 상무는 김낙수의 지방 발령을 막아주지 않았고, 퇴사도 말리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사면초가에 몰린 김낙수는 백 상무의 이 거절하기 힘든 제안에 흔들린다. 김낙수는 서울의 자가만은 꼭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일하던 아내마저 본의 아니게 퇴사 당한다. 술 잔을 앞에 놓고 남편의 고충을 이해하고, 그를 위로해 주는 다독임의 세계를 그대로 표현하던 아내는 백 상무의 제안에 고민하는 김낙수에게 그 제안을 절대 받아들이지 말도록 강력히 권한다. 결국 김낙수는 아내와 충돌하고 만다.
고민에 빠져서 술잔을 기울이던 김낙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결국 자신의 위치를 찾아간다. 결국은 ‘서울에 있는 자가’인 집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그토록 애착이 남던 자기 집을 사도록 권고하기까지 한다.
김낙수는 형의 세차장에서 일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근무했던 ACT사의 임원 차량을 세차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러면서 자존심도 자부심도 모두 버리고 온전히 자신을 찾아간다. 계약기간이 끝나고 ACT사와의 재계약이 되지는 않았지만, 김낙수는 형의 카센터 옆에 자신의 세차장을 차리고 서울의 자가도 없고, 김부장도 아닌 자신의 본 모습을 찾는다.
‘김 부장 이야기’는 송희구 작가의 동명소설에서 출발해, 이후 웹툰으로도 재탄생하기도 했다. 각각 바라보는 시점이 다르고, 내용의 전개도 조금씩 다르다.
한편 ‘김 부장 이야기’는 TV 종영 이후에도 OTT에서도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거나 했던 사람들, 그 가족에게 많은 공감을 주면서 종영된 ‘김 부장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도 김 부장과 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았나? 우리를 둘러싼 허세에 눌려 지내지는 않았나? ‘김 부장의 이야기’가 나와는 전혀 무관한 것일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김부장 #류승룡 #대기업 #김낙수 <저작권자 ⓒ 먼데이타임스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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