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 여정은 쉽게 결정한 길이 아니었다. 겨울 동안 사고로 발목을 다쳐 오랜 시간 집 안에 머물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께 가자”는 친구들의 한마디와 다가오는 봄의 기운은 결국 발걸음을 밖으로 이끌었다. 완전히 낫지 않은 몸이었지만, 동행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버스가 충주로 가까워질수록, 차창 밖 풍경은 점점 부드러워졌다. 청주 외곽 순환도로를 지나며 예전보다 훨씬 짧아진 거리만큼이나, 마음의 거리도 가까워지는 듯했다.
첫 목적지는 탄금대였다. 이곳에서 동기생인 이상기 박사가 일행을 맞았다. 문화유산 전문가로 잘 알려진 그는 이날 여행의 길잡이이자 해설자였다. 우륵의 가야금 선율이 전해 내려오는 이곳에서, 우리는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와 소리를 상상하며 걷는 길은, 단순한 산책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계단을 따라 오르며 숨이 차오를 때쯤, 이상하게도 발걸음은 더 가벼워졌다. 아마도 그 순간만큼은 나이가 아닌 마음으로 걷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숲은 이미 봄을 준비하고 있었고, 우리 역시 그 속에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 시비 앞에서는 모두가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시 한 편이 주는 울림은 컸다. 이어 들은 ‘북쪽 동무들’은 잊고 있던 시대의 기억과 통일에 대한 소망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동심과 현실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여정은 계속됐다. 누암리 고분군, 충주박물관, 중앙탑, 그리고 목계나루까지. 각 장소마다 담긴 시간의 층위를 따라가다 보니, 충주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처럼 느껴졌다. 특히 남한강을 따라 펼쳐진 목계나루에서는 옛 물류와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강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풍경은 마음 깊은 곳까지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여행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문득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함께 있을 때만큼은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농담을 던지고, 누군가는 묵묵히 듣고, 또 누군가는 그저 함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했다.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스치는 봄빛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무언가를 잃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느끼고 더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고.
충주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 속에 흩어져 있던 우리의 청춘을 다시 모아, 잠시나마 현재로 불러온 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알았다. 청춘은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함께 웃을 수 있는 지금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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