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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승자였던 역대급 결승전……점보스, 스카이워커스 위로 날아오르다

민병준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4/13 [07:08]

모두가 승자였던 역대급 결승전……점보스, 스카이워커스 위로 날아오르다

민병준 (논설위원) | 입력 : 2026/04/13 [07:08]
  • 대한항공 V리그 남자부 우승, 3년 만에 ‘트레블’에 성공, 통산 6번째 정상 등극
  • 비디오 판독 결과에 대한 논란, 현대캐피탈의 ‘분노’로 이어져 경기력 제고 효과 
  • 점보스의 화려한 비상을 이끈 캡틴 정지석 MVP로 선정
  • 팬들의 응원 문구 대결 흥미 자극 ‘빼앗긴 들’ 대 ‘나는(飛) 우리’ 

▲ 대한항공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후 환호하고 있다. 3년 만에 ‘트레블’에 성공, 통산 6번째 정상에 올랐다.


 한 편의 웅장한 대서사시였다.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고공 배구’의 상징 스카이워커스와 ‘묵직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점보스의 최후 결승 시리즈는 모든 배구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챔피언결정전은 정규리그 1, 2위, 정지석과 허수봉의 토종 공격수, 명장 헤난 감독 대 블랑 감독의 지략 및 언변 대결 등으로 이미 소문난 잔치가 되었다. 게다가 2차전 매치포인트에서 발생한 인, 아웃에 대한 비디오 판독 논란은 팬들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대한항공은 인천 계양 홈구장에서 1, 2차전을 모두 승리했다. 1, 2차전 모두 풀세트까지 가는 대접전이었는데, 특히 2차전이 압권이었다.

 2차전 5세트, 14-13으로 현대캐피탈이 매치포인트로 앞선 상황에서 레오의 강서브가 코트 끝 쪽 사이드 라인에 떨어졌다. 레오는 환호했으나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다.

 비디오 판독 결과도 아웃! 이에 블랑 감독과 현대캐피탈 선수단은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이후 듀스 게임이 지속됐으나 현대캐피탈은 허무하게 2차전을 패했다. 이에 대한 항의와 불만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계속됐으며, 블랑 감독은 “승리를 도둑맞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절치부심, ‘분노’는 우리의 힘! 2차전 ‘판정 논란’ 이후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천안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분노’를 기폭제 삼아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홈 팬들의 열화같은 응원을 등에 업고, 현대캐피탈은 내리 3, 4차전을 내리 3-0으로 승리했다. 이제 챔피언결정전은 2-2, 마지막 경기로 우승의 향방을 결하게 되었다. 역대 V리그에서 승리 팀이 우승할 확률 100%, 이제 현대캐피탈은 0%의 확률에 도전하는 팀이 됐다. 남자부 최초의 ‘리버스 스윕’을 꿈꾸게 된 것이다. 0%가 50%로 바뀐 상황,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이 5차전까지 펼쳐진 건 지난 2020~2021시즌 이후 5년 만이다.

 그런데 운명의 5차전은 4월 10일 열렸으며, 격전지는 인천계양체육관, 대한항공의 홈구장이었다.

 

 대한항공은 초반부터 강력한 기세를 보였다. 상대의 공격과 수비에서의 연속 범실과 미들 블로커 마쏘의 예리한 스파이크서브로 초반 6-1로 크게 앞서나갔다. 이후 한 번도 역전당하지 않았다. 결국 24-18 세트포인트에서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의 퀵 오픈 성공으로 1세트를 가져왔다. 대한항공의 기세는 2세트에도 무섭게 이어졌다. 초반은 상대의 분발로 팽팽했는데, 17-17 동점 상황에서 마쏘의 블로킹 3개, 임동혁의 오픈 공격이 더해져 21-17까지 달아났다. 결국 24-21 세트포인트에서 다시 임동혁이 백어택으로 마무리하며 우승까지 단 한 세트만을 남겼다.

 현대캐피탈도 다시 힘을 냈다. 3세트는 뒤늦게 폭발한 허수봉과 레오 쌍포가 나란히 강서브를 터뜨리며 반격을 시작했다. 초중반부터 앞서갔고, 24-19 세트포인트에서 대한항공 임동혁의 서브 범실로 한 세트를 만회했다.

 4세트도 레오를 앞세운 현대캐피탈이 흐름을 가져가려던 찰나, 한선수와 정지석의 연속 블로킹으로 대한항공은 다시 승부를 뒤집었다. 대한항공은 11-14로 뒤진 상황에서 4연속 득점을 터트리며 15-14 역전에 성공했고, 결국 25-23으로 4세트를 가져오며 우승을 달성했다.

 

 대한항공은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우승을 거머쥐었다. 2022~2023시즌 이후 3년 만에 ‘트레블(KOVO컵,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성공했고,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에 빼앗긴 ‘왕좌’도 2년 만에 되찾았다. 또한 대한항공은 통산 6번째 챔피언결정전 정상, 통산 5번째 통합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을 쟁취하며 최강 점보스의 재건을 알렸다.

 

 점보스의 화려한 비상을 이끈 건 캡틴 정지석이었다. 화려한 공격은 물론 수비와 블로킹 등 그의 전천후 활약은 팀의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여기에 우승 청부사 쿠바산 마쏘를 빼놓을 수 없다. 챔피언결정전 며칠 전 러셀을 대체한 마쏘는 204cm의 신장으로, 속공과 블로킹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했다. ‘높이의 배구’를 구사하는 현대캐피탈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한편 러셀과 역할이 겹치던 임동혁은 아포짓 스파이커로서 분풀이하듯 펄펄 날았다. 물론 이 모든 공격을 능수능란하게 지휘한 것은 ‘한 토스한다’는 한선수 세터였다. 수비가 어렵게 올린 공을 몸을 뒤틀며 속공으로 연결하고, 네트를 넘어가는 공을 높은 점프를 이용 한 손 토스로 공격으로 전환한다. 상대로서는 알면서도 막기 어렵다. MVP는 팀의 주장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된 정지석에게 돌아갔다.

 경기가 끝나자 명장 헤난 감독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솟구치는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전쟁’에서 승리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이 ‘전쟁’에서는 팬들의 응원이 절대적이었다. 1, 2차전은 인천에서 대한항공, 3, 4차전은 천안에서 현대캐피탈이 각각 승리했다. 5차전은 다시 인천에서 홈팬들의 응원을 받는 팀이 이겼다. 팬들의 응원 문구 대결도 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3차전 관중석에 등장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온다'는 문구는 2차전에서의 ‘논란’을 상징했다. 5차전에서는 승리를 직감한 대한항공 팬들이 '걷는 놈 위에 나는 우리'를 내세웠다. 현대캐피탈의 팀명인 '스카이워커스' 위에 나는 비행기 '점보스'가 있다는 의미로 상대의 기를 완전히 눌러버릴 기세였다. 결과도 대한항공 팬들의 응원 문구대로 귀결되었다.

 

 현대캐피탈은 5차전에서 누적된 체력 소모를 넘지 못하고 1-3으로 패했다. 현대캐피탈은 2주간 7경기를 치렀다. 지난 시즌 트레블 달성 이후 2연패에는 실패했지만 강팀으로서의 경쟁력은 충분히 증명했다.

 한편 이번 기회에 배구 규칙을 점검해야 한다. 비디오 논란을 빚었던 인, 아웃 규정은 국제 룰로 보면 인이다. 블랑 감독의 분노는 현대캐피탈의 승부 의욕을 자극했지만, 이는 다시 대한항공을 단결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대한배구협회는 경기 외적인 요소가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봄 배구도 끝이 났다. 다음 시즌 V리그가 새롭게 펼칠 서사가 벌써 기다려진다.

 

#배구 #현대캐피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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