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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발로군 징계 유예 특혜’로 축구계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민병준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7/09 [09:57]

트럼프, ‘발로군 징계 유예 특혜’로 축구계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민병준 (논설위원) | 입력 : 2026/07/09 [09:57]

- 트럼프 대통령, FIFA에 정치적 압력으로 징계 유예를 통해 퇴장 선수 32강전 출전

- 공격수 발로건의 비정상적 출전에 전 세계적인 비난 빗발쳐, 미국은 해당 경기 패퇴

- 미국의 비정상적 행위에 각국의 비난과 소송 잇달아, FIFA 권위에 큰 오점 남겨  

  

▲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스포츠 경기에도 외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의 정치적 압력으로 퇴장 징계된 미국 공격수 발로건(9번)이 미국과 벨기에전에 비정상적으로 출전하는 모습. 그럼에도 미국은 결국 벨기에에 패퇴했다. [gemini가 만든 이미지]



 운동 경기에서 지고 싶은 팀은 없다. 서로 이기고자 경쟁하다 보면 분위기가 과열되기 쉽다. 과열된 분위기는 자칫 다툼이나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를 미리 방지하고자 각 경기에는 공인된 심판을 둔다. 심판은 선수들이 원활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반칙을 범한 선수에게는 정해진 제재를 가한다. 

 경기에서 심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따라서 심판은 공정하게 규칙을 적용해야 하며, 선수들은 심판의 판정에 복종해야 한다. 또한 여러 팀이 참가하는 대회에서는 선수들을 보호하고자, 반칙의 정도가 심하여 퇴장을 당하거나 경고를 두 번 이상 받았을 경우 다음 경기에 출전을 제한한다. 이는 어느 팀 선수이건 꼭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규모가 큰 대회일수록 이러한 큰 원칙은 잘 지켜지고 존중되어야 한다. 

 

 어느 팀이나 선수가 이를 어기고 부당한 행위를 하거나 이익을 취할 경우, 그 경기는 공정성을 상실하게 되고 만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그 경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그 팀은 비난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 다른 팀들도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게 되어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공동 개최국의 이점을 안고 있는 미국 공격수 발로건이 지난 2일 32강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경기에서 퇴장을 당해 벨기에전에 나설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는 이번 대회 3골을 넣으며 미국팀의 주포로 활약하고 있었다. 미국으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력을 가했다. 그리고 FIFA는 발로건의 징계를 전격 유예했다. 이에 대해 인판티노 회장은 ‘독립적인 사법 기관의 결정’이라고 해명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인판티노와 통화해 재검토를 요구했고, 난 이런 일을 아주 잘한다."고 자랑하여, '외압'이 있었음이 증명됐다.

 직전까지 월드컵에서는 심판의 고유 권한인 카드 판정에 대한 항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 대원칙을 공동 개최국인 미국이 정치적 권력을 앞세워 깨뜨린 것이다.

 

 결국 미국 대표팀의 핵심 선수인 발로건은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벨기에를 넘지 못했다. 벨기에는 전반 9분 드케텔라르의 득점으로 앞서갔다. 전반 31분 미국 틸먼에게 실점함으로써 1-1 균형을 이루었지만, 전반 33분 드케텔라르가 다시 한번 득점포를 가동하며 앞서갔다. 벨기에는 후반전 초반 다시 승기를 잡았다. 후반 12분 파나켄의 골로 격차를 벌렸고, 이어 후반 추가 시간 루카쿠의 쐐기 골로 4-1 쾌승을 거두었다.

 루카쿠는 득점한 뒤 관중석을 향해 도발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어 선수들과 함께 트럼프의 춤을 따라 추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운동 곡인 빌리지 피플의 'Y.M.C.A.'에 맞춰 추었던 댄스였다.

 벨기에 축구대표팀 SNS 계정도 미국을 저격했다. 이 계정은 루카쿠의 세리머니 사진과 함께 '이것도 뒤집어 보시지!'라는 글을 올렸다. 

 

  한편 발로건의 징계가 유예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벨기에의 가르시아 감독은 “만우절이 7월인 줄 알았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우리에 정말 필요했던 건 경기 플랜이었다. 우세하게 경기하려고 했고, 득점하는 데 성공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는 승자의 여유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만일 벨기에가 미국에 패했다면, 그는 어떻게 말했을까?

 한편 당사자인 발로건은 경기 뒤 “퇴장을 당하면 보통 다음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게 규정”이라면서, “그 결정이 번복됐을 때 논란이 된 건 당연하다.”고 인정했다. 

 

 FIFA가 심판 판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전례를 남기면서, 그 대가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과 같은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ESPN'은 7일(한국시간) 프랑스축구협회가 지난 16강 파라과이전에서 팀의 핵심 플레이메이커 올리세가 받은 옐로카드를 취소해달라며 FIFA에 정식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발로건의 전례가 있는 만큼, 올리세의 명백한 오심 경고 역시 당연히 말소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여기에 멕시코를 꺾고 8강에 오른 잉글랜드 축구협회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매체는 "영국 역시 멕시코전에서 VAR 끝에 퇴장당한 수비수 자렐 콴사의 레드카드 징계에 대해 항소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토마스 투헬 잉글랜드 감독이 "우리도 케인을 시켜 트럼프 대통령에게 퇴장을 취소해달라고 로비해야 하느냐?"고 날 선 농담을 섞은 비판을 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실제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이외에도 아르헨티나에 패한 이집트도 심판진 전체를 상대로 소송을 예고했다.

 결국 레드카드 징계를 유예해 준 FIFA의 비정상적인 행정이 결국 월드컵 전체를 거대한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벨기에 매체 '헤트 니우블라트'는 "자, 트럼프 대통령, 다음엔 누구에게 전화할 건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트럼프의 유명한 슬로건 'MAGA'를 패러디하여 "(트럼프 대통령이)벨기에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었다. '월드컵의 수치'라고 불렸던 사건 이후, 마침내 정의가 실현되었다. 전 세계가 벨기에의 승리를 축하했다."라고 보도했다.

 스페인 매체 '스포르트'도 "축구 경기는 경기장에서 승부가 결정된다. 트럼프, 인판티노의 정치적 개입이 경기를 좌우할 순 없다."며, "발로건 사건이 벨기에 선수들에게 이상적인 동기부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경기 시작부터 벨기에가 더 큰 투지를 보여준 것이 분명했다. 그게 아니면 백악관의 방해 공작 때문에 미국 선수들이 제정신을 잃은 걸까?"라고 비꼬았다.

 이탈리아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업보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옛 영국 속담을 알고 있어야 했다. 미국은 FIFA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 공격수를 시애틀 경기장에 내보냈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벨기에의 더 큰 승리욕을 간과했다."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알헤멘 다흐블라트'는 "벨기에가 정의를 실현했다. 트럼프와 인판티노의 행태는 월드컵과 축구계 전반에 큰 오점을 남겼다"라고 했다. 독일 '빌트'는 '벨기에의 복수'라고 표현했다.

 

 자, 이제 FIFA가 답할 차례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축구 #FIFA #월드컵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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