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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 체코 영웅 노스코바, ‘춘추전국’ 여자 테니스계를 평정하다

민병준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6/07/13 [10:02]

21세 체코 영웅 노스코바, ‘춘추전국’ 여자 테니스계를 평정하다

민병준 (논설위원) | 입력 : 2026/07/1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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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 노스코바(세계랭킹 12위)가 지난 12일(한국시간)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같은 체코 출신이자 복식 파트너였던 카롤리나 무호바(9위)를 제압하며 챔피언에 등극하고 있다. [Gemini가 그린 이미지]    

 

- 체코 선수끼리 맞붙은 경기에서 노스코바, 무호바를 꺾고 윔블던 챔피언에 오르다

- 그랜드슬램에서 2년간 두 대회 이상 우승한 선수가 없는 춘추전국시대 여자 테니스 

- 체코, 4년간 본드로우쇼바, 크레이치코바, 노스코바 등 3명의 윔블던 챔피언 배출 


 인구 1,000만 체코가 또 한 번 윔블던 챔피언을 배출했다. 

 그 주인공은 21세 노스코바(세계랭킹 12위)다. 노스코바는 12일(한국시간)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같은 체코 출신이자 복식 파트너였던 카롤리나 무호바(9위)를 2-1(6-2, 5-7, 6-3)로 제압하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놀랍게도 생애 처음 파죽지세로 그랜드슬램 결승에 오른 노스코바는 그대로 우승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이 대회 전까지 2회의 우승을 거두었던 노스코바는 자신의 세 번째 WTA 투어 단식 타이틀을 메이저 무대에서 장식했다. 우승 상금은 약 72억 5,000만 원이다.

 

 2004년생인 노스코바는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크비토바가 첫 윔블던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2011년 당시 크비토바는 21세로 윔블던 여자 단식 챔피언에 올랐다. 노스코바는 크비토바의 영광을 보면서 자신도 그 자리에 오르는 꿈을 간직하고 노력했는데, 이제 그 꿈을 이루었다며 기뻐했다. 더구나 노스코바도 만 21세에 챔피언이 됐다. 체코인이 세웠던 기록을 같은 체코인이 15년 만에 도달했다. 윔블던 챔피언 최연소 기록은 힝기스가 세웠다. 당시 나이 16세 278일.

 

 7월 12일은 체코인의 날이었다. 윔블던 테니스 역사상 최초로 체코인끼리 결승전에서 맞붙게 되었다. 테니스 강국으로서의 체코의 위상이 빛나는 것은 물론, 누가 우승을 하든 생애 최초의 그랜드슬래머로서의 영광을 얻게 되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결승전에 오르기까지 두 선수의 활약은 놀라웠다. 특히 무호바는 크레이치코바, 나오미, 고프 등 그랜드슬램 단식 챔피언들을 연달아 격파하는, 가장 터프하고 화려한 ‘챔피언 연쇄 격파’ 퍼포먼스를 전개했다. 무호바는 고프와의 4강전에서 2-1로 승리했는데, 3세트 매치 브레이크에서 12-10, 2시간 35분에 걸친 대접전이었다. 이 경기에서 무호바는 빠른 발과 정확한 스트로크, 다양한 네트 플레이를 구사하여, 윔블던 역사에 남을 명승부 끝에 생애 처음으로 결승에 올랐다.

 노스코바는 강력한 서브와 묵직한 포핸드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6연승을 달리며 결승에 안착했다.

 

 체코의 살아있는 전설 나브라틸로바가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가 시작되었다.

 1세트부터 전체적인 샷 컨디션은 노스코바가 훨씬 나아 보였다. 무호바는 여러 차례 강호들과의 대접전 후유증으로 발이 무거워 보였다. 노스코바는 특유의 파워풀한 샷으로 무호바에 균열을 냈다. 무호바는 밑에서 끌어올리는 포핸드로 상대의 코트를 분할한 뒤 네트로 대시하여 발리로 상대를 제압해왔다. 그런데 이날은 포핸드에서 밀리는 느낌이었다. 결국 단단함에 있어 노스코바가 무호바보다 조금 더 앞섰다. 전체적인 흐름은 노스코바가 잡아가는 분위기였다. 노스코바가 1세트를 6-2로 가져왔다.

 이 기세는 2세트 중반까지도 이어졌다. 사실상 손쉽게 끝나는 듯 보였다. 노스코바는 2세트 중반, 5-2까지 격차를 벌렸다. 그런데 5-2는 역전의 스코어, 무호바가 분발했다. 승리를 목전에 둔 노스코바가 주춤하자, 무호바의 포핸드와 네트 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무호바는 세 차례 챔피언십 포인트 위기를 지워냈다. 노스코바가 당황하며 2세트를 헌납했다. 

 3세트 노스코바는 다행히도 멘탈을 회복했다. 초반에 승부가 갈렸다. 노스코바는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했다. 5-3, 서빙 포 더 매치 상황. 노스코바는 에이스에 이어, 서브포인트로 경기를 끝냈다. 21세 챔피언 탄생의 순간이었다.

 

 노스코바는 6월 중순, WTA 500 독일 베를린오픈 우승에 이어 이번 윔블던까지, 올해 잔디 시즌을 12승 1패의 출중한 성적으로 마감했다. 플레이 스타일이 잔디코트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 노스코바였는데, 윔블던에서 결국 대미를 장식했다. 전문가들은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를 제패했던 저력이 발현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스코바는 2023년 본드로우쇼바, 2024년 크레이치코바에 이어 최근 4년 사이 윔블던 정상에 오른 세 번째 체코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챙긴 노스코바는 다음 주 세계 7위까지 뛰어오른다. 바로 위인 6위가 카롤리나 무호바다. 작년 이 대회 챔피언이었던 시비옹테크는 8위로 떨어진다.

 

 무호바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2023년 프랑스오픈 이후 3년 만에 오른 그랜드슬램 결승이었지만 마지막 반전은 없었다. 3세트 첫 게임에서 브레이크 찬스를 놓친 것이 가장 아쉬웠다. 무호바는 인터뷰에서 "다시 돌아올 것"이라 선언했지만, 이제 29세인 무호바가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올해 그랜드슬램 챔피언은 호주 오픈 리바키나, 롤랑가로스 안드레예바, 윔블던 노스코바로 어느 선수도 두 대회 이상 연달아 우승한 선수가 없다. 기간을 2025년까지 연장해도 결과는 같다. 여자 테니스계는 이른바 ‘춘추전국 시대’라 할 수 있다.

 이 춘추전국 시대에 체코에서 21세의 또 한 영웅이 탄생했다. 이 영웅의 천하 제패가 단기성으로 그칠 것인지, 장기간 군림할 것인지 마니아들의 귀추가 집중되고 있다.

 

 한편 여자 테니스는 서브 게임을 지키기 어렵고, 리턴 게임 의존도가 높으며, 경기가 3세트 제로 짧으며,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어 있어서 춘추전국 시대를 방불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는 세리나 윌리엄스나 스테피 그라프처럼 압도적인 피지컬이나 기량을 가진 선수가 등장하지 않은 까닭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마니아에 따라서는 대회마다 긴장감 넘치는 이변과 새로운 스타들의 등장이 반복되는 춘추전국 시대를 즐기기도 한다. 

 

#테니스 #노스코바 #무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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