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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언어 교육에 축복일까, 재앙일까

신동광 (광주교대 교수) | 기사입력 2024/02/20 [14:10]

AI는 언어 교육에 축복일까, 재앙일까

신동광 (광주교대 교수) | 입력 : 2024/02/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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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광 (광주교대 교수)

신동광 교수는 광주교육대학교 영어교육과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뉴질랜드 Victoria University of Wellington에서 응용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 분야는 말뭉치 언어학, 컴퓨터 지원 언어 학습, 인공지능 기반 언어 학습 등이다. 그의 연구는 ReCALL, Language Learning & Technology, ELT Journal, System, RELC Journal, ETR&D 등 다양한 SSCI 저널에 게재되었다.

 

영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학생들은 영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영어 학습을 포기하겠다고 말하곤 한다. 실제로 최신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인공지능을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현재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학생들의 예측이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영어 교육에 대한 수요는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고,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영어 사교육비는 아직 전체 사교육비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대학입시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국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 비해 매년 사교육비의 증가율은 크게 둔화되었다. 이처럼 영어에 대한 수요는 대학입시 준비와 같은 명시적 효과와 실생활에서의 수요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사실 실제적 수요와 시장의 규모가 반드시 이러한 명시적 수요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외국어 학습의 명시적인 목적은 의사소통 도구로서의 기능에만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외국어는 한 나라의 문화를 대표할 뿐만 아니라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 자체가 아동의 인지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어떠한 측면에 가중치를 두는 지에 따라 외국어 학습에 대한 수요는 감소할 수도, 증가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보편화되면 관련 직종에서 인간 노동자가 상당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직무에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높아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지만, 태국은 최근 대학 졸업 요건을, 영어 원어민 수준의 영어 실력으로 상향하여 졸업 조건을 강화하였다. 이는 AI 시대 일반적인 예측과 다른 양상이라 볼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은 AI의 광범위한 사용이 지식 기반 교육에서, AI 리터러시 또는 프롬프트 리터러시 교육으로의 전환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 1. 프롬프트 리터러시(Hwang, 2024)
 

그렇다면 프롬프트 리터러시란 무엇일까? AI 리터러시에는 AI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코딩과 같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을 통해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도 포함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AI 기술의 발전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없이도 AI 도구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노-코드 또는 로우-코드 플랫폼이라고 하며, 이를 통해 사용자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AI 기반 앱을 개발할 수 있다. 사용자에게 필요한 능력은 창의적인 작업을 위해 AI에 작업 지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 즉 프롬프트 리터러시가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롬프트 리터러시를 키우는 것이 궁극적으로 미래 사회에서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창의성이 요구되는 프롬프트 리터러시는 기존 지식 기반의 틀에서 교육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변하지 않는 교육 전반의 틀을,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요구됐지만 실현되지 못했던 창의성을 유발하는 환경으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서 학습의 단위는 지식이 아닌 과업이 되어야 하며, 학생들은 과업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제적인 지식과 문제 해결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

 

프롬프트만 사용하여 개발된 AI 대화 파트너와 사용자의 고민을 논의하는 예시(Lee et al., 2024)
 

위 그림 1은 실제로 불면증이 있는 학생을 가정해서 의사 또는 상담사와 고민을 상담하는 예시이다. 프롬프트만 입력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챗봇이지만 전문성을 갖춘 상담 뿐만 아니라, 학습자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언어 입력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영어의 기능적 요소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면서 자연스럽게 목표 언어를 습득하는 내용 기반 학습을 통해 영어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되는 점은 보다 창의적으로 과업을 해결하는 학생들의 특징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지식에 대한 개념과 원리를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한 학생들이 AI 도구를 활용하는 면에서도 보다 창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AI 기술의 일반화가 오히려 교육의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언어 교육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AI는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위협이 될 수도 있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AI 시대에 학생과 교육자는 보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AI가 외국어 교육의 필요성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AI 기술로 인해, 우리는 이미 우리 스스로 AI에 기반한 아주 매력적인 외국어 학습 도구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여러분은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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