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는 20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마이애미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신들린 방망이’와 무서운 질주의 ‘발 야구’ 뽐내며,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대기록 50-50 고지에 올랐다. 이날 그는 6타수 6안타(홈런 3, 2루타 2, 단타 1), 2도루, 4득점, 10타점이라는 믿을 수 없는 경기력으로 다저스의 20-4 대승을 이끌었다.
경기 초반 과감하게 3루와 2루 도루에 성공하여, 이미 51도루를 달성했던 오타니는 6회 홈런으로 49호, 7회 2점 홈런으로 대망의 50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로써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로 50-50 클럽 가입이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 실로 12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처음 달성된 기록이었다. 현지 중계 캐스터는 “오타니는 유일무이한 선수이며, (이 기록의 달성은)전례가 없는 시즌”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오타니는 9회 초 마지막 타석에서 시즌 51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큰 점수 차로 승패가 정해진 상황에서 패전 담당으로 마운드에 오른 비달 브르한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당시 현지 캐스터도 “현실이 아닌 것 같다. 그는 인간이 아니다.”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더구나 그는 이 경기에서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한 경기 10타점, 6안타, 5장타, 멀티 홈런, 멀티 도루는 메이저리그 최초의 기록이다.
오타니의 대기록이 달성되자 외신은 일제히 속보를 띄우며 발 빠르게 소식을 전했다. 일본의 스포니치 아넥스는 “(홈런을 치는)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이것이 슈퍼스타!”, “이런 경기가 있었나?” 등 팬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하며, 마쓰이 히데키의 116타점을 넘어 일본인 메이저리거 최다 타점 선수가 됐다고 보도했다. 또한 많은 신문사에서 호외를 발행하여 뿌리는 등 그 열기가 일본 열도를 뒤덮었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 닷컴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관련 기사와 영상을 게재했고, MLB 공식 온라인샵은 첫 화면에 50-50 기념상품 판매를 알리는 배너를 띄웠다. ESPN은 오타니가 달성한 50-50 클럽 가입 기록을 ‘아문센의 남극 도달’이나 ‘암스트롱의 달 착륙’과 같은 수준의 역사적 사건이라며 경의를 표했다.
또한 이날 오타니는 대기록의 달성과 더불어 커리어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쁨도 만끽했다. 그는 “이런 대단한 경기를 할 줄 몰랐다.”며,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기쁘다.”고 말했다.
오타니가 2018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때만 해도 그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전문가는 드물었다. 그저 투타에 모두 유능한 일본의 선수로서 메이저리그에서의 적응 여부는 지켜보아야 한다는 정도였다. 더구나 그는 이런 주변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이도류(李刀流, 투타 겸업)가 가능한 LA 에인절스를 선택했다. 당시 양키스팀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기에 그의 이런 결정은 의외였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자 했다. 오타니의 고집과 낭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쩌면 이런 무모함(?)이 진격의 오타니를 일깨우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타니는 LA 다저스로 이적을 하고 나서 타자로 전념하게 된다. 지난해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 선택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 오타니는 도루 센스는 좋지만 도루를 많이 시도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2022년 26개가 최고였으며, 지난해에도 20개를 성공했다. 그러나 올 시즌 중반부터 완전히 달라졌다. 동료 무키 베츠가 부상으로 이탈한 후 다저스의 리드오프로 자리 잡으면서, 잠재해 있던 도루 본능을 마음껏 뽐내게 되었다. 실제로 그는 3월 도루 1개, 4월 4개, 5월 8개, 6월 3개를 기록할 정도였다. 7월이 되면서 그의 도루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7월에 도루 12개를 기록하더니, 8월에는 15개로 늘리는 기염을 토하고, 9월 들어서도 6개를 더했다. 7월부터 9월 19일까지 무려 33개의 도루를 생산하는 놀라운 ‘질주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도루 성공률은 더욱 놀랍다. 올 시즌 55번 시도에 51번 성공함으로써 성공률이 92.73%에 이르고 있어, ‘달리면 반드시 훔친다’는 자기 확신을 강화해가고 있다.
도루 성공 횟수가 많아지면서 오타니의 대기록을 향한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8월 24일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홈 경기에서 9회 말 승리를 확정 짓는 끝내기 만루홈런을 작렬하며, 아시안 메이저리거 최초이자 역대 최소 40-40을 기록하는 데 성공했다. 호타준족(好打駿足)의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앞서 이 기록에 도달한 선수는 1988년 호세 칸세코, 1996년 배리 본즈, 1998년 알렉스 로드리게스, 2006년 알폰소 소리아노, 2023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 다섯 명뿐이었다.
이제 진격의 오타니는 이들 메이저리그의 전설들을 넘어 50-50 클럽에 가입이라는 불멸의 금자탑을 완성했다. 그는 올 시즌 150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294, 출루율 .376, 장타율 .629, OPS 1.005에, 홈런 51, 도루 51, 안타 176, 타점 120을 마크하면서 내셔널리그 MVP 수상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오타니는 이런 놀라운 성취와 더불어 인성 면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항상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동업자 정신이 강하다. 또한 실천 목록표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데, 항목 중의 하나인 쓰레기 줍기 등을 지금도 실제 생활에서 실천하고 있을 정도다.
진격의 오타니, 이제 그가 가는 길은 새로운 역사가 된다. 그리고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40-40 가입을 노리고 있는 김도영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만화 속의 주인공처럼 진격을 거듭하고 있는 오타니의 가장 높은 도달점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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