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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은 ‘인격 살인’이다

김홍열 (편집부장) | 기사입력 2024/10/17 [11:51]

딥 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은 ‘인격 살인’이다

김홍열 (편집부장) | 입력 : 2024/10/17 [11:51]



 이런 상상을 해본다. '내가 아닌 내가 각종 영상매체에 나와서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아무 죄 없는 사람을 비난한다. 또는 나도 모르게 내가 성범죄영상물에 출연했다. 날 아는 지인들이 나에게 연락해 그게 진짜 ‘너’냐고 묻는 전화가 빗발친다. 나는 황당해 어쩔 줄 몰라 한다.' 이제 이러한 일은 ‘상상’만의 일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무관심한 사이 이미 마약처럼 우리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현재 딥 페이크 기술은 진짜 ‘나’보다 더 나다운 가짜 ‘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딥페이크(deepfake;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 거짓, 날조, 사기)의 합성어이다. 딥러닝은 복잡한 패턴을 인식하고,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연관성을 만들 수 있는 머신러닝의 한 유형으로, 사진 속 사물을 식별하거나 음성을 인식하는 것부터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일러스트를 그리는 우수한 합성기능을 가지고 있는 첨단 컴퓨터 기술이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기술을 가짜뉴스 생성, 사기, 특히 포르노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손쉽게 허위 포르노 음란영상물을 제작할 수 있게 되면서, 일반인 대상으로 정상적인 삶을 파괴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빠르게 확산 추세에 있다.

 

 사실 이런 조짐은 서울대 N번방 사건과 인하대 딥 페이크 사건이 있기 전 수년 전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그 심각성을 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방치한 결과가 이 문제를 키우는 촉진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10대들이라는 점에서, 또 여성이 그 포르노 성범죄 대상의 90% 이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최근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검거 인원 대부분인 약 75%가 10대이고, 20대까지 포함하면 약 95%까지 확산된다."며, "죄의식이나 범죄 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많아 학교전담경찰관을 통해 예방 교육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장난삼아 영상을 제작했다고 해도 적발 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형으로 처벌된다. 그러나 인간성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딥 페이크 성범죄는 심각한 범죄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처벌이 너무 가벼워 행위자에 대한 형량 강화와 실효적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의견 제시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피해자를 극단적인 선택까지 내몰 수 있는 아주 심각한 인격 살인이라는 점에서 좀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지금은 발 빠르게 대처방안을 강구하고 하고 있다. 지난 9월 12일 「딥 페이크 성범죄 영상물 대응 전문가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의견들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심도 있는 토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여가부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여가부는 지난 8월 28일(수) 오후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를 방문하여 운영 현황을 살피고, 이미 딥 페이크 성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피해 예방 및 피해자 지원방안에 대해 긴급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디지털 성범죄피해자 지원센터’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365일)과 피해 촬영물에 대한 삭제를 지원하고, 수사 및 무료 법률지원 연계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으며, 2018년 4월 개소 이후 현재까지(‘23.12.31. 기준) 총 3만 2천여 명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피해 촬영물 상담 및 삭제, 수사‧법률‧의료 연계 지원 등 총 1백만 4천 건의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현장을 같이 방문한 강도현 과기정통부 차관은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사회질서를 위협하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면서, “과기정통부는 모두를 위한 안전한 디지털 사회를 구현해야 하는 임무가 있는 만큼, 여가부와 협력하여 딥 페이크 성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빠르게 지원할 수 있는 기술 개발, 새로운 사업 기획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딥 페이크 기술의 선한 영향력 행사를 위한 제도적 보완과 가짜뉴스, 사기, 포르노 합성 등 악의적인 기술 사용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는 조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더불어 아직 정체성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죄의식도 없이 사회적 분위기에 부화뇌동하여 성범죄 가해자가 된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윤리의식 교육이 병행되어야 하겠다. 또한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이것은 잘못된 사회구조와 나쁜 어른들의 잘못이지 ’너의 잘못이 절대 아니다‘ 라는 마음 심리 치료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심리학 전문가나 정신과 의사들에게만 맡길 일이 아니다. 가정, 학교, 사회 등 우리 모두 나서야 한다. 거창한 일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상처 입은 이들의 어깨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그들의 억울한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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