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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의 조국애와 교토국제고 우승

신순호(국립목포대교수) | 기사입력 2024/09/04 [12:05]

재일동포의 조국애와 교토국제고 우승

신순호(국립목포대교수) | 입력 : 2024/09/04 [12:05]

"전교생 160명의 학교가 일본 고시엔 야구대회 정상에 서다!"

 

어느 스포츠 신문의 톱기사에서도 거의 나올 수 없는 제목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일이 지난 주 일어났다.

 

재일동포들이 성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국제고등학교가 일본의 최고권위 고시엔야구(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대회에서 23일에 우승을 찾지했다.

 

일본 전국에서 꿈의 무대라는 고시엔은 본선 진출도 매우 어렵다. 그런데 교토국제고등학교는 1999년 일본고교야구연맹 가입하고 2021년 처음 고시엔 본선에 진출한 바 있고 첫 본선 진출한지 3년만에 대망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결승전이 열리던  23일  오전 10시부터 간토다이이치고와 결승 경기가 일본공영방송인 NHK가 경기를 생중계하여 전국에서 시청하였다. 이미 준결승전에서 승리하여 한국어로 된 교가가 나오고 선수들의 노래 부르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됨으로서 일본은 말할 것도 없이 한국에서도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이 학교는 당초 1947년에 교토조선중학교로 설립되었다. 1958년 대한민국 정부 인가를 받고, 2003년 일본정부로부터 정식 학교인가를 받아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재학생 중에는 약 30%가 한국계 학생이라고 보여진다.

 

필자는 2009~10년 교토 리츠메이칸(立命館)대학 교환교수로 있을 때 그 학교를 찾아간 적이 있다. 조그만 학교로 지금은 전교생 160명인데 과거와 달리 많은 일본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에서 약 4,000개의 야구팀을 사실상 이기고 우승을 했다는 것은 기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70년대까지도 일본에는 동포들이 설립한 학교가 일본 전국에 많았다. 그러나 일본정부에서는 정규학교로 인정하지 않아 재정지원을 거의하지 않았고 졸업시 대학진학에도 걸림돌이 많았다. 일본 동포들은 역사의 아픔과 질시를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조국을 잊지 않으려 눈물겹도록 한국혼을 살려가려고 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무정하리만치 도외시 해왔던 적이 많았다.  조국 한국이 세계에서 최빈국인 시절 재일동포들이 보여주었던 조국애는 실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이 짧은 지면에서 모든 것을 거론하기 어렵지만 1948년 런던 올림픽 참가 시 부산을 거쳐 일본 요꼬하마로 왔을때 재일동포들은 유니폼, 의약품, 현지교통비 등 모든 비용을 모금하여제공했다. 또한 1997년 IMF 위기에 직면했을 때 조국의 경제위기극복 지원을 위한 다섯 가지 행동지침아래 긴급지원사업을 개시하였다. 그 중 하나가 ‘일본엔화 송금캠페인’으로 약 1년간(1997.12-1999.1) 재일동포가 한국에 송금한 금액은 780억엔에 달하였다. 또한 일본 주요도시에는 10개 한국 공관이 있다. 이 가운데 9개 공관은 재일동포들이 기증한 것이다. 필자가 교토에 거주할 때 오사카총영사관을 자주 방문하였다. 이때 총영사관 건물에는 매우 큰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이 태극기에 대해 오사카 거주 한 재일동포는 오사카 일대 거주하는 동포들이 이 번화한 곳에 총영사관을 건립·제공하면서 단 하나 조건으로 ‘세계의 여러 공관들 중 가장 큰 태극기를 게양해 달라’는 것이었다 한다. 이후 필자는 오사카를 갈 적마다 그 큰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동포들의 그 뜨거운 조국애에 가슴깊이 감동의 물결이 인다. 재일 동포들이 조국을 위해 한 일이 어디 이것뿐 이었는가?   

 

2000년대 재일동포들이 설립하여 동포 후세들이 다니는 학교 현실을 다큐형식으로 제작했던 "학교"라는 영화를 일본 거주 기간에 본적이 있다. 영화를 접한지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재일교포 설립 한국학교에 다니는 남녀학생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갈등이 지금까지도 크게 남아 있다. 이 영화속에는 그 학생들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이단시하는 질시-심지어는 여학생 치마를 찢는, 대학 진학 등 진로에 대한 고민, 거기에다 더해 갈라진 고국에 대한 고민 등이 한참 감수성 예민한 이들에게서 찾아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한국의 많은 사람,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이 꼭 봐야할 것이라 생각한다. 교토국제고 교가(校歌)  '동해바다 건너 야마도(大和 )땅은/ 거룩한 우리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 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중략-  힘차게 일어나라 대한의 자손/ 새로운  희망 길을 나아갈 때에/ 불꽃같이 타는 맘  이국 땅에서/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  일본 땅에서에서 이 노래를 들었을 때 눈물이 나지 않는다면 그는 한국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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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석근 2024/09/05 [13:22] 수정 | 삭제
  • 대한 사람 대한으로 우리나라 만세입니다. 교토국제고 우승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무엇보다 우승하기 위해 걸어온 과정과 역사가 더욱 아름답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