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재, 안경자 부부는 올해 81세인데, 인스타 그램에 올린 글과 그림으로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제적인 '웨비상'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 40만 팔로워가 있는 인스타그램 스타이다. 두 분은 그림과 글을 모아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와 그에 대한 영문판 「Looking Back Life Was Beautiful」라는 책을 발간했다.
Q 두 분 간단하게 소개 말씀을 해주세요. 저희는 42년 생 말띠 동갑내기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남편은 지구과학과를 나와서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1981년에 브라질로 이민 갔었지요. 그러다가 2017년에 돌아왔고, 지금은 80세가 넘은 노인 부부입니다.
Q 브라질. 이민 생활이 어떠셨는지 말씀 좀 해주세요. 저희는 처음 이민을 갔을 때는 언어도 모르고 지리도 모르고 또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 할 수 있는 일은 이 제품 집에서 만든 옷 샘플로 주문을 받아 제품을 전달하고 수고료를 받는 일을 했어요. 이걸 브라질 말로 ‘벤데(vende)’라고 하는데 이 일을 2년 했어요. 2년쯤 하니까 어느 정도 자신도 생겼을 뿐 아니라 생활이 안정되고 해서 가게를 냈어요.
Q 브라질 사람들, 문화, 생활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브라질 사람들은 인성이 참 좋아요. 마음이 참 따뜻합니다. 그 사람들은 그래서 뭐든지 도와주려고 하고요. 저희는 말도 잘 못하는 이민자인데도, 저희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막 도와주지요. 저희가 살았던 곳은 상파울루라고 하는 브라질 최고의 도시였는데요. 거기서 36년을 살면서 항상 느꼈던 것은 브라질은 정말 큰 나라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큰 나라의 의미가 뭔가 하면 모든 것에 대해 느긋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브라질 월드컵 때 TV나 신문에서 보면 월드컵 경기장 건축도 잘 진행이 안되고, 반대 데모도 하고 그래서 저희도 참 불안했는데요. 브라질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늘 그렇게 말하듯이 걱정하지 말라고 잘될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브라질 사람들 하면 생각나는 게 유머입니다. 유머, 이걸 브라질 말로는 삐아다라고 하는데 브라질 사람들 생활은 그 삐아다, 즉 유머에 젖어 있어요. 그리고 거기서는 상대적 빈곤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어요. 내가 돈이 없더라도 저기 돈 많은 사람하고 나하고는 관계가 없다는 거지요. 전혀 그런 비교를 안해요.
Q 삼바 등 브라질 음악은 어떤가요? 브라질의 대중음악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브라질 대중 음악 중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게 ‘보사노바’예요. 이 보사노바 중에 ‘Garota de ipanema’ 그러니까 ‘이빠네마의 소녀’라는 노래가 있는데요. 이빠네마는 리우데자네이루의 해안 이름입니다. 저는 한국 분들, 특히 학생들한테 브라질 음악 ‘보사노바’라고 하는 음악과 노랫말을 좀 살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브라질 음악, 삼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브라질 사람들의 피에 DNA로 흘러내리고 있어요. 그래서 주말이면 동네마다 곳곳 골목마다 숯불 향, 고기 냄새가 가득합니다. 그들은 집 앞에 숯불 피워놓고 꼬치구이와맥주를 즐기며, 아무 타악기나 두들기면서 삼바를 춰요.
Q 브라질 음식 이야기를 해주세요. 상파울루는 여러 민족이 살아요. 그래서 상파울루는 음식의 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브라질 음식 중에 페이조아다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건 국민 음식으로 돼지를 통째로 삶았다고 할 정도로 돼지의 모든 부분을 삶은 거예요. 백인들이 먹지 않고 버렸던 것을 노예들이 가져다가 거기에 검은 콩 같은 것을 넣고 푹 죽으로 끓인 것입니다. 저는 그걸 먹으면서 천상에 음식을 가져가라고 하면 이거 하나는 꼭 가져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골목마다 거리마다 불고기 집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슈하스카리아’라는 음식점이 있는데요. 숯불에다가 소나 양이나 돼지의 각 부분을 꼬챙이에 꽂아서 숯불에 구워요. 다른 양념은 없고 굵은 소금을 뿌려 줄 뿐인데 정말 맛있어요. ‘슈하스카리아’에는 다 김치가 들어가죠.
Q 두 분은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말씀을 해주세요. 외국에 살고 있는 모든 교포들이 공감하실 텐데요, 이민 가정 부모들은 생업에 바빠서 부모역할을 못해요. 다행히도 아이들이 잘 자라줬어요. 저희들은 저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한 것뿐입니다.아파트를 얻을 때 학교 바로 앞에다 얻어서 우리 방에서 내려다보면 아이가 교문 들어가는 게 보였지요. 그 학교는 대입 성적이 좋은 사립학교였어요. 그 학교 학생들이 제일 원하는 대학교는 상파울루대학인데요. 상파울루 대학은 주립대학교이고, 4년 동안 등록금이 없어요. 아들은 경제 관념이 전혀 없는 아이였어요. 맨날 앉아서 그림을 그리고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아들을 뉴욕에 파슨스 스쿨이라는 곳을 보냈어요. 아들은 그것도 자기가 다 알아서 준비해서 갔어요. 딸은 네 살 어린데 브라질 경제가 점점 나빠지고 저희들도 장사가 안 좋던 때였기 때문에 얘는 유학을 못 보냈어요. 대신 상파울루 대학에 인문계열 특히 포어과에 합격을 했습니다. 결국 아들은 뉴욕으로 유학을 갔고, 딸아이는 브라질에서 대학교를 졸업했어요.
Q 우리나라의 교육과 관련된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가 브라질 상파울루 국제학교의 IB를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한국과 외국 문학에 대해서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요. 교과서가 정말 너무 어려워요. 교과서 자체 내용이 너무 어렵고, 지문도 너무 길고 문제 자체가 너무 어려워요. 그리고 문항도 참 교묘하게 머리를 써서 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수능고사 시스템 자체가 아이들을 너무 괴롭히고 있고,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이 어려운 것을 어떻게 가르칠까 염려하게 되고요. 그래서 교재가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 이걸 꼭 해야지만 얘네들이 대학을 들어가고, 학교의 생활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까 이런 걱정을 했어요. 또 하나는요, 물론 김영란법에 관한 것인데요. 제 경우를 보면 나이가 어리고 한국어도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는 어린 아이들을 맡아서 가르친 선생님이 너무 눈물 겹도록 감사해요. 저는 그 아이들 할머니로서 브라질 커피를 아주 작은 한 봉지를 좀 가져다 드리고 고맙습니다 하고 싶은데, 그것을 안 받는데요. 교사와 학부모 또 교사와 학생간의 정에서부터 존경심이 나오고, 사랑이 나오는 건데 그걸 딱딱 끊어 버리면 뭐만 남을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Q 이제 인스타그램 말씀을 해주세요. 그리고 최근에는 틱톡을 하고 계시기도 하시지요. 저희가 '웨비상'을 받았는데, 상을 받게 된 것은 우선 가족의 협업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도 다 가정이라는 게 자꾸 붕괴되는 현실이잖아요? 그런데 늙은 아버지와 엄마, 그 다음에 결혼한 아들과 딸이 같이 무언가를 해 낸다는 것이 특별히 가치가 있다고 본 것같아요. 아들은 영어로, 딸은 포어로 함께 작업을 했는데요.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딸아이는 어려서 이민을 갔으니까 지금까지도 항상 ‘엄마 이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하고 묻고는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해서 저희는 젊은 세대로 다가가고, 요즘 아이들이 어떤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되고, 아이들은 한국어와 한국 기본 정서와 인정, 이런 것들을 접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틱톡은 인스타그램보다 훨씬 더 나이가 어린 분들이 보고 있습니다. 팔로워들의 나이가 훨씬 어리고 그 대신 더 솔직하죠. 그런데 거기에서 저희가 왜 사랑을 받나 하면 노인들이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유난히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닌데, 노인이 그렇게 하니까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과 시청자들에게 좋은 말씀해주세요. 우선 노인들에게는 뭐든지 젊은이들에게 다가가서 물어보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랬을 때 “몰라요! 싫어요!” 하는 젊은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노인들에 대해서 연민의 정이라도 좋아요. 이웃 할머니 할아버지 또는 전철에서 만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무조건 배타시할 것이 아니라 저분들이 젊었을 때 우리나라를 이렇게 만들어 주셨는데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뭐 좀 도와드릴 게 없을까' 하는 그런 자세를 가지면 좋겠어요. 노인들도 기술과 실력이 있어요. 한문도 많이 알고 있고, 또 여러 가지 배울 것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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