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대한민국의 소설가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2000년 평화상을 수상한 고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 4000만 원)와 메달 및 증서가 수여된다. 과학자이자 노벨상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노벨이 1896년에 사망한 기념일인 12월 10일에 스톡홀름에서 상을 받을 예정이다.
앞서 한강 작가는 지난 4월 호암재단의 ‘2024 삼성호암상 수상자’ 6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상금 3억원을 받은 바 있으며, 2016년엔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며 상금 5만 파운드(약 8,600만 원)를 번역가인 데보라 스미스와 나눈 바도 있다.
그동안 노벨 문학상은 1901년 상이 제정된 이래 백인의 독무대였다. 지금까지 유색인종이 수상한 경우는 한강 작가가 8번째이다. 여성으로는 18번째이기도 하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국감 중이던 여야 국회의원들이 힘찬 박수로 축하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축하 전문을 보냈다. 이처럼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은 문단은 물론 정치권과 연예계 및 일반 시민들에게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다.
소식이 전해지자 주요 서점가에는 그의 대표작이 베스트셀러 1~10위에 오르면서 작품집이 매진될 정도로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강 작가는 1993년 11월 계간지 ‘문학과 사회’ 에 시 ‘서울의 겨울’외 네 편의 시를 발표하였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에 매진했다.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 울림이 있는 표현력으로 국내외 독자에게 호평을 받은 한강 작가는 2005년 이상문학상, 2010년 동리·목월 문학상, 2015년 황순원문학상 등을 받았는데, 그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도 1988년 ‘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아 ‘이상문학상 부녀(父女) 수상 기록도 가지고 있다. 이어 한강 작가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2016년 영국 ‘부커상 국제상’을 받았으며, 2017년에는 소설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의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받았다. 2023년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선정 이유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꼽았다. 이처럼 그는 ‘폭력에 대한 저항’ 정신을 문학적 근간으로 삼는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한강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린 것은 2007년 작 ‘채식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격렬한 꿈에 시달리다 육식을 거부하게 되면서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믿는 영혜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거식증을 앓는 영혜를 둘러싼 남편과 형부 그리고 언니의 시선에서 펼쳐지는 연작소설이다.
한편 광주 출생이기도 한 한강 작가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나기 몇 달 전 서울로 이사했는데, 친척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또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사진집을 보며 자랐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이런 유년의 경험을 시발점으로, 역사적으로 인간의 폭력성에 접근해 서정적 문장으로 풀어낸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한강 작가는 2014년 광주항쟁의 아픔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발표하였다. 이 작품은 한강의 문학성과 주제의식이 정점에 이른다는 평을 받는다. 소설 전체가 무고하게 희생된 영혼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2021년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작품이다. 제주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다룬 작품이다. 지난해 한 강연에서 그가 말했듯이 ‘역사적 사건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맹세이자 인간 본성에 대한 궁극적 질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편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세계 주요 언론들도 긴급 보도했다.
AFP통신은 “작가 한강은 정신적 고통과 육체적 고통 사이의 조화 그리고 역사적 사건을 특징으로 하는 작품으로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강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일본 NHK는 “한국 작가로서도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 획기적”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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