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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주의 “한네캄” 한국어 공부방

유철 편집국장 | 기사입력 2024/07/24 [15:52]

윤석주의 “한네캄” 한국어 공부방

유철 편집국장 | 입력 : 2024/07/24 [15:52]




 우리나라는 현재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로 여러 산업분야에서 노동력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의 바탕에는 언어 소통 문제가 있다. 먼데이타임스는 한 양계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한글 교실 “한네캄”을 운영하고 있는 윤석주 선생을 만났다.

윤석주 선생은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후 2012년까지37년간 중고등학교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2002년에 숲 해설가 양성교육을 수료하고 현재까지 숲과 자연생태 안내자로 활동하며 충북지역 숲 해설가 대표를 역임하였다. 또한 그는 2006년부터는 히말라야오지학교탐사대 활동에 동참하여 현재까지 14회에 걸쳐 네팔을 다녀왔다. 

 

Q1. 윤 선생님, 한네캄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주세요.

A1. 한네캄은 이곳 충북 보은군 내북면에 있는 양계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네팔과 캄보디아 노동자들을 위해서 제가 운영하고 있는 작은 한국어 교실 이름입니다. 금방 짐작하실 수 있으실테지만, 한네캄은 한국, 네팔, 캄보디아의 앞 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입니다.  

 

Q2. 윤 선생님은 왜 한네캄 한국어 교실을 개설하셨는지요?

A2. 저는 여행 트레킹을 오래 해왔고 네팔은 제 고향같이 여겨지는 그런 곳입니다. 히말라야가 있고 또 그곳에 사는 가난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사는 그 네팔에 저는 좋습니다. 그래서 네팔에 자주 가서 네팔 친구들을 만나가지고 그런 정을 이어가는 중에 캄보디아 친구들도 만나고 그러다 보니 네팔 캄보디아 친구들과 함께하는 한글 공부방 한네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언어 소통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이 겪는 어려움과 안타까운 사정을 수없이 듣고 또 목격하면서, 아무래도 이들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해보기로 작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인근에 양계농장이 있었고 또 거기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농장장님을 만나게 되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4. 외국인 노동자들이 의사 소통이 되지 않아서 겪게 되는 어려움에 관한 사례가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A4. 1992년에 네팔 여자 찬드라 구룽이라는 여자분이 한국에 와서 서울에 있는 한 봉제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 분은 한국어를 제대로 잘 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저녁을 다 먹고 나서 주머니 돈이 없는 것을 알고는 숙소에 가서 돈을 가지고 와서 주겠다고 주인한테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그 주인은 이 찬드라 구룽의 이야기를 무시하고 이분을 정신병자인 줄 알고 바로 경찰에 연락을 하고요. 그 경찰은 이분을 정신병원으로 보내 버립니다. 이 분은 환자 아닌 환자로 거기에 들어가게 되었고, 6년 4개월 동안 다른 정신병원이나 보호소 같은 데서 지내다가 나오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책에서 읽고 나서, 제가 네팔 트레킹을 갔을 때, 관계자분들과 함께 이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찬드라 구룽이 네팔로 돌아간 지 4년 정도 된 때였는데요. 그때 그 찬드라 구룽은 나이가 마흔 여섯이었습니다. 모습이 할머니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그들을 용서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러믄요. 다만 경찰관 한 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좀 서운하다”고 대답했습니다.

 

Q5.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군요. 이제 한네캄 한글 교실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해주세요.  

A5. 예, 한네캄이라는 이름은 최근에 지은 것입니다만, 이 일은 2018년에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그때에는 네팔에서 온 다섯 명과 만났습니다. 제가 그때도 이미 네팔을 특별히 좋아하고 관심을 쏟을 때라서 이들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한국을 소개하고 한국어를 함께 공부하게 되었어요. 물론 그들은 저에게 네팔어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봄과 가을 시간을 맞추어 보은읍 삼년산성에 오르기도 하고, 속리산 법주사와 세조길을 함께 걸으며 두고온 고향과 가족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요. 추석과 설 같은 명절날에는 이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송편을 같이 먹고 윷놀이도 하면서 함께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가을에 양계농장 농장장님이 저와 네팔 분들과의 이러한 교류 관계를 알고는 저에게 이들에게 한국어를 본격적으로 가르쳐 줄 것을 부탁했어요. 농장장님은 자기 농장에서 함께 일하는 캄보디아 친구들도 이 한네캄에서 함께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불감청고소원, 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원래부터 바라던 바였지요. 제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한네캄을 지금처럼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Q6. 그럼, 한네캄 한국어 공부방에서는 어떤 수업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A6.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한국어 교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이들은 자기 나라에서 한국어 시험만 봐서 들어온 친구들이라서 언어 문제 때문에 이들이 현장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고된 일을 하고 난 다음에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재미있는 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어 동요도 좀 부르고 한국의 쉬운 시도 공부하고 또 한국의 문화, 풍습 이런 것에 대해서도 섞어 가면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수방법도 그냥 듣고만 공부하는게 아니라 서로 말하게 하고 낱말카드를 활용해서 주어진 낱말에 대해서 서로 질문하고 대화하게 하는 식으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Q7. 앞으로 한네캄을 어떻게 운영해가실 계획인지요?

A7. 특별한 계획 없습니다 지금처럼 제가 이들을 사랑하고 또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자주 만나려고 합니다 지금은 한 주일에 한 번씩 오는데 농장장님하고 상의를 해서 두 차례나 세 차례 만나려고 합니다 농장장님은 언제든지 와서 더 많은 시간 우리 친구들하고 공부하고 함께 지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 양계농장은 조류독감 등 때문에 조심해야 해야 합니다. 아무튼 언어는 자주 보고 함께 말하고 듣고 쓰고 이러면서 익혀지는 거라서 더 자주 만나려고 하고 있습니다

 

Q8. 윤 선생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생각을 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A8. 저는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닙니다. 다만 아까 말씀드렸던 찬드라 구룽의 사례와 같이 이주 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거나 언어나 또 여러가지 실제 문제로 비극적인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생활하는 곳이 한국이고 또 일을 할 때 듣는 말이 한국말이기 때문에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것이고요. 한국에 들어와 있는 사람 이주노동자들은 반은 한국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분들인데 이들에 대한 인식을 우리가 개선해야 합니다. 우리도 예전에 독일이나 하와이나 중동지방에 일하러 간 사람도 있고 이런 경험을 많이 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가 이 사람들을 사랑하고 또 내 가족이나 내 형제처럼 여겨야 합니다. 이주 노동자들은 단순히 이주 노동자가 아니고 우리의 이웃입니다 지금은 지구촌 시대입니다

 

Q9. 이번에는 농장장님께 여쭙겠습니다. 농장장님은 이 수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9. 지금 우리 농장에는 네팔과 캄보디아 분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들이 여기서 지내면서 실제 의사 전달하는 문제가 계속 있었는데, 지금 윤 선생님께서 이 한국어를 가르쳐 주니까 저희에게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우리 농장에서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아주 좋습니다. 다른 농장에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도 이들이 한국을 잊지 않고, 또 여행비자로 한국에 올 때도 한국어로 말할 수 있는 기초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Q10. 농장장님은 외국인 노동자 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A10. 제가 생각할 때, 우리나라에는 이제 농촌에서 생활하려는 사람은 실질적으로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이제 외국인들이 와서 이 일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이분들에 대한 복지나 이런 것도 많이 개선해서 외국 사람들이 와서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한국과 다른 나라가 같이 상생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11.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이제 이곳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나보겠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이 있나요? 그리고 한국어 공부 어때요? 한국에 계시는 동안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요? 고향에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요?

(외국인 노동자들은 아직 한국어로 인터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들의 인터뷰 내용을 대신 정리하였다.)

A11.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운 점은 우리가 한국말이나 한국문화를 잘 몰라서 의사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한국말을 배울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우리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시는 윤석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에 하고 싶은 일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우선 서울에 가보고 싶습니다. 아직 서울에 가보지를 못했어요. 고향에 있는 가족들, 특히 엄마, 아빠에게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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