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후, 수감 중인 애나가 72시간의 짧은 외출을 허락받은 것은 어머님의 장례식 참석 허락.
교도관에게 주의사항을 안내받은 후 겨우 자신이 살던 시애틀로 출발. 그때 한 남자가 쫓기듯 버스에 올라탄다. 바로 하루살이 떠돌이 훈(현빈)이었다. 말 못 할 사정으로 다급하게 버스에 뛰어든 훈은 당연히 돈이 없었고 애나에게 차비를 빌리게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알지 못했다. 스치듯 지나치는 인연 정도로 생각했던 이 낯선 남자가, 세상에 등을 지고 살아왔던 애나의 삶에 스며들게 될 줄을.
훈은 애나에게 자신의 소중한 시계를 담보로 맡긴다. “지금 몇 시죠?” 의미 없이 시간을 물어보며 인연을 이어가려 하는 훈. 하지만 이미 한차례 사랑에 배신당하고, 마음을 닫은 그녀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렇게 애나와 훈은 시애틀에 도착하여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7년 만에 다시 만난 가족들은 애써 밝은 척 애나를 환영한다. 하지만 어머님의 재산 외엔 관심 없는 그들은 가족이란 이름으로만 묶였을 뿐, 타인보다 못한 관계이다. 그들을 보며 애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외로움을 느낀다. 집을 뛰쳐나와 쇼핑도 하고 화려하게 치장하고 나온 그때 교도관의 위치 확인 전화가 울리고, 애나는 현실을 자각한다. 더욱 우울해지는 순간, 운명처럼 “지금 몇 시죠?” 묻는 훈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던 두 인연은 다시 한 줄의 실로 묶여 낯선 도시에서의 여정을 함께하게 된다. 애나는 훈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로 그녀의 사연을 들려준다. 첫사랑에게 배신당한 후 남편과 결혼했는데, 그는 의심이 많고 폭력적인 사람이었다는 것. 첫사랑과의 지속적 만남을 남편에게 들켰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살인자가 되었다는 것. 그녀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의 숙소 열쇠를 주며, 그곳에서 기다려달라는 훈. 하지만 애나는 시계만을 남겨둔 채 방을 떠난다.
장례식날 훈은 애나의 손님으로 참석한다. 그곳에 그녀의 첫사랑도 함께하자 순식간에 공기가 가라앉고, 훈은 애나와 자신은 연인이라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내 두 사람의 주먹다짐으로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고, 훈의 도움으로 그동안의 억울함을 토해낸 애나는 첫사랑에게 사과 아닌 사과를 받게 되고, 끈질기게 자신을 붙잡고 있던 과거를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장례식을 마치고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헤어져야 할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에, 두 사람의 애틋한 마음은 더욱 강렬해진다. 애나에게 시계가 아니라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던 훈. 하지만 돌아가야만 하고, 떠나야만 하는 두 사람은 이후로도 사랑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영화 ‘만추’는 이만희 감독의 1966년 작 ‘만추’를, 2011년 김태용 감독이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했다. 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감정의 여백을 배우들의 내면 연기로 꽉 채우는 특유의 매력을 보여주어, 전문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나 흥행에는 실패해 아쉬움이 큰 영화였다.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11월 8일 특별 재개봉을 한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올가을 뜨겁지도 시리지도 않은, 안개처럼 스며드는 사랑, 찰나의 가을처럼 짙은 여운을 안겨주는 그들의 사랑에 깊이 젖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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