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 (센다이한국교육원 원장)
과학 기술의 발달로 사회가 급변하면서 일상의 삶의 생태계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의 삶 속에서 인공지능(AI)라는 용어가 보편화되어 나이가 든 기성세대들 – 아날로그시대에 살았거나 지금도 살고 있는 –은 하루하루 새로운 것이 등장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면서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바쁘다. 젊은 세대들은 핸드폰 하나로 세계의 모든 정보를 접하고, 경제활동을 하며, 친구를 사귀고, 자신의 생각이나 주장을 펼친다. 몇 초 만에 세상의 누구에게나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 살고 있다. 한일 두 나라의 차세대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의 가치관과는 거리를 두면서 자유롭게 정보를 접하고, 경제활동을 하며,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펼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흐름에 따라 미래지향적인 한일 간의 관계구축은 바로 차세대 젊은이들이 상호간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교류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한국의 드라마, 가요, 영화 등 한류 열풍이 20년이 지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K-컬쳐’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었다. 일본에서도 한국어 배우기 붐이 불고 있어 2020대에 들면서 일본 지역에서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 수가 연간 4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와 일본의 다양한 교육 관련 교류활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력 때문이다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60년 이상 한국어 교육과 보급, 그리고 한일 간 교육교류 활동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대한민국 재외교육기관인 한국교육원의 숨은 노력을 간과할 수 없다. 재일본 한국교육원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960년대 재일동포 한국인의 정체성 함양을 위해 한국어 교육과 보급을 목적으로 일본의 도도부현(都道府県)에 한국교육원이 설치되었다. 현재는 가나가와, 고베, 교토, 나가노, 나라, 동경, 사이타마, 삿포로, 센다이, 시모노세키, 오사카, 오카야마, 지바, 후쿠오카, 히로시마 등에 한국교육원이 있다. 각 지역의 교육원은 대한민국총영사관 및 재일민단의 협력 및 협조 관계 속에서 재일동포는 물론 일본인들을 대상으로도 한국어 보급, 한글학교의 교육활동 지원, 한국인 유학생의 상담 및 지도,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활동 지원, 토픽시험 주관, 해외 교육정보의 수집 및 보고 등의 주요 업무를 광범위하게 담당하고 있다.
주일한국교육원에서 지원하는 2023년 일본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학교의 수는 300여개가 넘는다. 또한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일본 현지 기관의 요청을 받으면 한국어특강, 한국 전통놀이 체험, 한복 체험, K-pop 댄스, 한국 요리교실, 한국방문 수학여행 등 다양한 한국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각 교육원의 한국어 강좌 운영, 한국어 말하기 대회, K-pop 커버댄스대회, 한국어 교육자 심포지엄, 한국문화행사 등 한국어교육과 보급에 열정을 쏟고 있다. 한국어 열기 속에서 최근 한일 간의 청소년 및 학생 교류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고 양국 간 자매결연을 희망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으며, 올해 들어 토픽 응시 희망자 수가 최대치를 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는 등 한국어 보급 및 교육교류의 사다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교육적 교류활동의 흐름을 되돌아 보면, 한국과 일본의 자매학교 교류활동이 10여년 이상 지속적으로 해오다가도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영향을 받아 갑자기 교류가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이 있었다. 상호간 교류를 통해 상대방의 나라의 역사, 문화, 등을 알고 이해함으로써 갈등을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는 청소년 교류활동이 일시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중도 하차하는 것에 안타까움이 들기도 하였다.
한국 속담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이제까지 한일 관계를 언급할 때 빈번하게 사용되던 ‘가깝고도 먼 나라’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교육과 문화의 교류는 어느 나라이든 갈등을 줄이고 보편적인 지식과 상호간의 이해와 신뢰를 얻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차세대 교류를 통해 한일 간의 신뢰의 다리를 놓는 활동이 중단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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