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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교토국제고등학교 박경수 전 교장

신인호 | 기사입력 2024/10/16 [04:20]

[특별대담] 교토국제고등학교 박경수 전 교장

신인호 | 입력 : 2024/10/16 [04:20]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지난 23일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에서 우승하며 일본 열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운동장 폭이 60m밖에 되지 않고, 학생 수가 고작 137명인 소규모 고등학교가 여러 가지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전국 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동해바다로 시작되는 교가가 NHK 방송을 타고 일본 전역에 울려 퍼지게 했기 때문이다. 올해 3,441개 학교가 참여하는 일본 전국야구대회에서 교토국제고가 우승의 쾌거를 이룩한 이면에는 박경수 전 교장 선생님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주오사카총영사 교육담당 영사로 근무하다 2017년 교토국제고 교장으로 부임하여 7년여 동안 재직하였다.

 

먼데이타임스는 지난해 퇴임 후 세종에 거주하고 계신 교장 선생님을 직접 뵙고 우승의 기적에 대해 여쭤보았다.

 

Q. 일본 고교야구대회(고시엔) 우승이 남다를 텐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A: 감개무량합니다.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일 년 내내 경기를 따라다니며 응원했던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특히, 지난 3월 18일 봄 고시엔대회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이번 우승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그 감동과 감격은 정말 남다른 시간이었습니다.

 

Q. 고시엔 대회 우승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A: 교토국제고 야구부 부원은 한국인과 일본인 학생이 함께 구성된 연합팀입니다. 국제팀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한국의 정부가 인정한 한국 학교이며, 또한 일본 정부가 인가한 일본 학교입니다. 양국의 국적을 가진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서 오직 야구 하나에만 합심해서 일구어낸 결과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멀다고들  하는데, 학교 내에서는 거리를 둔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고, 같이 자고, 같이 훈련하고, 같이 공부하면서 하나로 뭉쳐서 일구어 낸 결과라서 더 의미가 있습니다.

학생 수도 다른 학교에 비해 많지 않아요. 고등학교 정원이 학년당 40명으로 3학년까지 정원 120명입니다. 현재는 정원보다 조금 많은 입학생을 받아 전교생이 140명 가까이 됩니다. 이렇게 소규모 학교가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입니다. 제가 봐도 대단합니다.

 

Q. 교토국제고등학교는 어떻게 설립되었으며, 일본 내 한국 학교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A. 일본 내 한국계 학교는 흔히 '민단계 학교'로 불리며, 대표적으로 동경한국학교, 오사카의 건국학교와 금강학교가 있습니다. 교토국제고등학교는 교토부에 위치한 한국계 학교로, 1947년 5월 13일 '조선 중학교'로 개교했습니다. 당시 등록명은 '교토 한국학교'였고, 2003년까지 교토 한국 중·고등학교로 운영되었습니다.

2004년 4월 1일, 교토국제학교로 개명하면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지만, 국제학교로서의 역사는 비교적 짧습니다.

 

Q. 야구부를 운영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A. 체육 활동 운영에 있어서 한국과 일본의 학교 시스템이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야구부는 보호자들의 재정적 지원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학생들이 쓰는 모자부터 신발,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배트까지 모두 개인이 구매합니다. 이렇다 보니, 후원회가 구성되어 후원금으로 운영되는데, 학교가 크지 않고 널리 알려진 학교가 아니다 보니 후원금도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야구부가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하면서, 교포사회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큰 힘을 얻었습니다.

2021년에는 우리 민단이 앞장서서 모금 활동을 해주었고, 한국 정부에서도 소식을 듣고, 개인 재단이나 개인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일본의 교포사회에서도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 교육과는 다른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도움을 주기도 하였고요. 동문들도 '나도 돕겠다.'는 마음으로 보내준 후원금들이 쌓여 오늘날 야구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작은 정성과 힘이 야구부를 지탱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년 봄에 기아 프로구단이 전지훈련 후에 우리에게 1,000개의 야구공을 지원해 준 일이 있었습니다. 이런 작은 도움마저도 의미 없이 지나간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웃음을 만드는 기초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야구부와 함께 하며 많은 추억이 있으실 텐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A. 네, 교토국제학교 야구부에는 한국에서 유학 온 선수들이 많습니다. 특히, 한국 덕서중학교를 졸업하고 우리 학교에 진학한 신성현, 황치승, 정규상 같은 선수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중 신성현 선수는 우리 학교 출신으로 한국 프로야구 OB 베어스에서 활동한 첫 번째 프로선수입니다. 그는 일본의 히로시마 컵스에서 드래프트된 후 한국으로 이적해 활약했죠.

제가 교장을 맡은 5년 동안 매년 학생들이 프로구단에 진출했고, 일본 전역에서 야구를 꿈꾸는 학생들이 우리 고마카 노리츠구 감독의 지도 아래에서 훈련받고 싶어 우리 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번 주장 후지모토는 후쿠오카에서, 1루수로 활약한 다카기시는 홋카이도에서 오는 등, 먼 거리에서 우리 학교에 왔어요. 다카기시의 아버지도 고시엔에서 뛰었던 선수였는데, 이번 대회에서 아들이 그 꿈을 이어받아 활약한 것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Q. 오타니 선수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교토국제고등학교 학생들도 그를 롤모델로 삼아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꿀 텐데요?

A. 네, 그렇습니다. 야구를 하는 선수라면 누구나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이 꿈일 겁니다. 우리 학교는 미국과도 인연이 있는데, 고시엔에 출전했을 때 오사카와 고베의 미국 총영사가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선물을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선수들이 큰 힘을 얻었죠.

학생들 중에는 일본 프로구단을 넘어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활약하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머지않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우리 학교 출신 선수들도 나올 거라 확신합니다.

 

Q. 한국에서도 교토국제고로의 유학을 통해 야구를 배우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1999년 처음 야구부를 창설했을 때는 한국에서까지 선수를 모집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학교에 진학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약 300명이나 있을 정도로 관심이 큽니다. 그동안 유학 온 학생 중에는 중도 포기한 경우도 있었고, 게다가 우리 학교는 운동장이 넓지 않아 학생들을 많이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현재는 일본 내에서 선수들이 충족되다 보니, 한국에까지 모집을 넓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야구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언제든 학교의 문은 열려 있습니다. 꿈을 잃지 않고 도전한다면, 신성현 선수와 정규선 선수처럼 일본과 한국에서 활약하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일본 유학을 통해 새로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잡길 바랍니다.

 

Q8.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이제 우리 학교는 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 몰려오는 학교로 성장했습니다. 우리 감독님의 팀 중심 지도 방식이 좋은 성과를 거둔 덕분이죠. 저는 학생들이 프로로 진출하거나 대학에서 스카웃되어 장학금을 받고 진학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우승이나 고시엔 출전 같은 성과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이 미래를 보장받고, 가족과 학교에 명예를 가져다 주며, 우리 학생들의 꿈이 실현되는 무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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