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영 장서가는 초등학교 교사로 40년 가까이 근무하였으며, <매일신문> 등에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시인이면서, 소설가로 활동하였고, 현재 카페 '시월' 및 '시월서고'를 운영하면서 3만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동화집에 '할아버지의 비밀' 시집에 '낯선 여행지의 몸무게' 등이 있다
먼데이타임스는 충청권의 대표적인 장서가이신 시인 하재영 님을 찾아서 인터뷰하고, 책을 모으게 된 동기와 모은 책의 종류, 아끼는 책, 일화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1. 선생님께서는 아주 많은 양의 책을 모으고 계신 줄 알고 있습니다. 책을 모으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 젊은 시절 문학을 공부하고, 여행을 즐기며, 글을 쓰다 보니 책을 가까이하게 되었어요. 해외든, 국내든, 여행지에서도 서점이 있으면 들어가 한두 권 책을 샀죠. 이렇게 사거나 받은 책을 모으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파트 방 하나 사방 벽도 부족해 응접실, 신발장 등에 책이 쌓이게 되었어요. 몇 번 이사하면서 많이 버렸죠. 10년 전쯤 이사를 하면서 책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다 보니, 직장 은퇴 후 책을 활용할 수 있는 문학(북) 카페를 만들어 내 작업실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 계속해서 수집하게 되었죠.
2. 선생님께서는 주로 어떤 분야의 책을 모으셨나요?
- 아무래도 예술 중심의 책이죠. 시집, 소설집, 문예지 등이 주가 되고, 여행, 그림, 음악 관련 책을 모은 데다가, 자연스럽게 전시를 위해 우리 선대 어른들이 월급(활부)날 돈을 주기로 하고 구입한 전집류도 따라오게 되었어요. 70년대에는 할부 책이 많았잖아요? 그런 종류 중에서도 문학에 관계되는 책을 주로 모았어요.
3. 선생님께서 특별히 아끼시는 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요?
- 뒤늦게 책을 모으다 보니 일제강점기에 나온 책들은 고가라 손대지 못하고, 6.25전쟁 전후 나온 책들을 주로 모으게 되었어요. 특별히 아끼는 책이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정도 책은 귀한 책으로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는데, 그 중 몇 권을 든다면, 청록집(을유문화사, 1946년),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우에 이끼만 푸르리라(서울출판사,1946), 지용시선(을유문화사, 1946), 구상시집(청구출판사, 1951년), 농무(월간문학사, 1973) 등이지요.
4. 책을 모으시면서 있었던 일화를 소개해 주십시오.
- 2023년 여름 온라인 경매에 1946년 발간한 오장환 시집 ‘병든 서울’이 나온 거예요. 오랜만에 눈에 띄는 책이었어요. 1백5십만 원 출판가인데 예전 직장생활 때 같았으면 어떻게든 잡았을 거예요. 돈은 없고-. 자식들과 공유하는 가족 카톡에 그것을 구입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암시했더니 자식들이 생일 선물로 스폰서를 하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잡았죠.
5. 책을 모으시면서 보람 있던 일은 어떤 것인가요?
- 직장 은퇴 후 2021년 청주 흥덕구 강내면 월곡리에 구멍가게 카페 ‘시월(詩月)’을 열었어요. 그곳에서 시집을 전시했어요. 시를 잊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를 생각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지요.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지만 찾은 손님들이 책을 보고, 문학을 생각하며 잊었던 아름다움을 찾을 때 보람되었죠. 요즘도 손님들이 종종 카페에서 시집을 넘기는 것을 보면 기쁘죠.
6. 책을 모으시면서 좌절하거나 어려웠던 일은 없으셨나요? 있다면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오
- 디지털 시대잖아요. 카페 ‘시월(詩月)’ 뒤에 창고 두 동이 있어요. 다달이 월세가 들어오던 60평 창고 하나를 책을 보관하는 서고로 쓰다 보니,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힘쓴다고 주변인들의 눈총이 심했어요. 처음에는 경제 관념이 너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지금은 그 자체를 자랑거리로 생각해 주고 있어 위안이 되죠.
7. 자라나는 세대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 좀 부탁드립니다.
- 디지털 시대에 책 읽기는 아주 중요한 덕목이죠. 독서는 삶을 풍성하게 하는 길이라고 이미 선인들은 숱하게 이야기했잖아요? 좋은 책을 가까이하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책은 인간 지성을 결집해 놓은 보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양하게 독서하는 중에, 매일 시 한두 편 읽는 것이 습관이 된다면 생활 자체가 아름다울 거예요. 아름다운 삶, 꿈이 있는 삶. 지성인의 삶. 그런 것을 꿈꾼다면 독서는 필수적인 과정이죠. 자라면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8. 기타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듯, 사람들이 도서관을 자주 들렀으면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의 삶이라 여기겠지만 인간은 한계 수명을 갖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잖아요. 도서관에는 창의적인 숱한 책들이 있고요. 살아 있는 동안 창의적인 삶을 살아가는 일은 복된 삶이라 여길 수 있어요. 걸어서 움직이며 찾아가는 독서환경은 분명 지구의 환경을 지속 발전이 가능한 환경으로 만드는 일이기에 도서관을 자주 활용했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먼데이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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