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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리에 넘쳐나는 영어 간판

임내리 기자 | 기사입력 2024/04/30 [13:20]

한국 거리에 넘쳐나는 영어 간판

임내리 기자 | 입력 : 2024/04/30 [13:20]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저기 영어 간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당, 편의점, 커피숍 등 다양한 장소에서 영어 간판을 마주할 수 있는데, 그 영어의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간판들도 많다. 이러한 현상은 외국인이 많이 다니는 명동이나 이태원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어디든 상점이 모여 있는 장소라면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풍경이다. 그리고 상점 간판이나 도로명, 아파트 등에 한글을 많이 사용해서 유명해진 세종시도 예외는 아니다.

 

영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간판을 읽지 못하기 때문에 해당 매점에서 무엇을 판매하는지도 모르는 채 일단 들어가서, 어떤 물건을 파는지 직접 확인한 다음에 다시 나오는 광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도대체 왜 이러한 기이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외국어로 된 상점 간판은 항상 존재했지만 근래에 들어 그 현상이 더 심해진 것은 분명하다.

 

대전에 거주하는 40대 초반의 직장인은, “메뉴판에 한글을 적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전부 영어로 표기가 되어 있어서 도대체 무엇을 파는지 점원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주문을 할 수 있었다“며,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불편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이러한 불편한 상황들이 유독 한국인에게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세종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영국 출신 교사인 Pierre 씨는, ”영어로 간판과 메뉴가 적혀 있는 것은 분명 나에게는 익숙하지만, 나는 한국의 고유문화를 알고 싶어 이곳에 왔다“라고 불만을 이야기하며, 너무 자주 영어 간판을 대하게 되는 상황이 좀 아쉽다고 덧붙였다.

 

사람 중에는 영어로 표기하는 글자가 순수 한글보다 더 고급스럽고 세련되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다. 심지어 어느 카페는 '가나다라'를 'ganadara'로 간판을 바꾸기도 했고, 빵집보다는 'bakery', 식당보다는 'restaurant', 학원보다는 'academy'로 표기하는 것이 마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인 줄 착각하는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길이 없다.

 

아름다운 한글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려움 없이 주문하고, 식사를 즐기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글을 더 많이 이용해 보는 게 어떨까? 의식의 전환으로 한글의 보전과 편리함 두 마리 토끼 모두 다 잡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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