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최초로 한국인 국회의원이 장관직에 올랐다.
27일(현지시간) 신디 키로 뉴질랜드 총독은 국민당의 멜리사 리(57, 한국명 이지연) 의원을 새 정부의 경제개발부, 소수민족부, 미디어통신부 등 3개 부서 장관으로 임명했다. 국민당 대표 크리스토퍼 럭슨이 뉴질랜드 42대 총리에 공식 취임했고, 내각 장관 20명, 내각 외부 장관 8명, 의회 차관 2명 등 정부 인사들도 함께 임명됐다.
그녀는 1966년생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말레이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호주 디킨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했다. 이후 뉴질랜드에서 기자, 앵커 등으로 활동하며 인기를 얻었다. 특히 뉴질랜드 공영방송인 TVNZ에서 아시아 문화와 인종차별 등의 이슈를 다룬 프로그램 ‘아시아 다운 언더(Asia Down Under)' 진행자와 프로듀서로 15년간 활동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2008년 국민당 소속으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지난 10월 총선을 통해 6선 의원에 올랐다. 그녀는 뉴질랜드 국회에서 본회의를 시작할 때에 기도문을 한국어로 낭독했다.
그녀는 이날 장관직에 취임하면서 영어와 한국어로 번갈아 선서문을 읽었다. 그녀는 한국어로 “본인 멜리사 이지연은 법에 따라 찰스 3세 국왕 폐하와 그의 후계자 및 왕위 계승자에게 진정으로 충성을 다할 것을 선서한다.”고 낭독했다. 또한 그녀는 “본인 멜리사 이지연은 뉴질랜드 행정부 집행위원회 장관으로 임명됐으며, 원활한 뉴질랜드 국정 운영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항상 최선의 판단력을 발휘해 총독에게 자유로이 조언할 것을 선서합니다.”라고 했다. 이어 기밀을 유지하고 성실하게 장관의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선서했다.
취임식 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한국어로 선서하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나의 한국 유산을 인정하여 한국어로도 선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적기도 했다. 이어 그녀는 "크리스토퍼 럭슨 국민당 정부의 일원이 된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한국어로 선서해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곱 살쯤에 선생님이 장래 희망을 묻자 대부분 학생이 의사, 소방관, 경찰이 되고 싶다고 하는데, 반에서 가장 키가 작고 목소리는 가장 큰 제가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면서 “기자는 문제를 강조할 수는 있지만 고칠 수는 없다.”며 정치인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크리스토퍼 럭슨(53) 국민당 대표가 42대 총리에 공식 취임하면서 뉴질랜드는 6년 만에 다시 보수 정권 시대를 열었다. 럭슨 총리는 액트당(ACT), 뉴질랜드 제일당과 연정하며, 해양 석유·가스 탐사 활동을 금지하고, 2009년 이후 출생자부터 평생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금연법’, 마오리 언어 사용 등 이전 노동당 정부가 도입했던 주요 정책들을 되돌리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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