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에 이어 북한은 6월 1일과 2일에 서울과 경기지역뿐 아니라 충청과 경북 지역까지 약 700개의 오물 풍선을 다시 날렸다. 또한 29일부터 사흘 동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를 교란시켰다.
이로 인한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인천국제공항에 오물 풍선이 떨어져 54분 동안 항공기가 이착륙하지 못하였으며, 일부 차량에는 오물 풍선이 떨어져 차량 앞문이 파손되거나 차량 바퀴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풍선에 오물뿐 아니라 생화학 무기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우려로 긴장이 고조되기도 하였다.
GPS 전파 교란으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 지난달 29일부터 북한이 서북도서를 향해 GPS 위성 신호보다 강한 교란 전파를 발사하면서 수신기가 마비되었고, 이로 인해 어민들이 출항을 포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어선들이 어장 위치를 찾을 수 없거나 자칫 NLL 북쪽으로 넘어가는 사고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해는 인천 해상을 오가는 여객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객선의 내비게이션이 오작동을 반복해 관광객들의 발이 묶이기도 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온건한 대응에서 벗어나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북 확성기 방송의 재개와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군사훈련이 가능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 정지를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군사훈련이 가능해지고,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다 충분하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는 2018년 9·19 군사합의로 철거된 바 있다. 이 확성기는 접경 지역을 목표로 심리전을 펼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었기 때문에 북한이 민감하게 대응해 왔었다. 2015년에는 북한의 지뢰 도발과 포격 도발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급히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기도 했다. 확성기가 철거되기 전까지 북한은 군사회담 때마다 지속적으로 확성기 철거를 요구해 왔었다.
또한 민간 단체에서 날리는 대북 풍선에 대해서도 북한이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대북 풍선이 북한의 오물 풍선을 자극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부 탈북 단체에서는 오물 풍선에 맞서 이미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는 전단과 함께 1달러 짜리 2천장, 가수 나훈아·임영웅의 노래가 담긴 USB 5천 개를 넣은 대북 풍선을 북쪽으로 날려 보낸 상태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었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대응한다는 차원에서 고작 동해안에 비슷한 무기를 발사하는 정도였다. 또한 한미연합훈련을 강화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UNSC) 긴급회의에 참여하거나, 대북 금융 제재를 확대하는 것이 다였다.
그러나 북한의 대규모 '오물 풍선' 테러와 GPS 전파 교란 공격에 정부가 적극 강경 대응하기로 하면서 한반도의 대치 상황이 급변할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지난해 11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9·19 군사합의를 전면 파기하고 남한을 적대적 교전 국가로 설정함에 따라 충돌 가능성뿐만 아니라 교전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접경 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걱정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먼데이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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