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나무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밤사이 안개가 짙어 오는 것을 본다. 계절이 갈마들며, 밤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흔히 가을을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요, 독서의 계절이라 불러왔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계절이니, 아름다운 자연과 오곡백과의 풍요로움으로 마음이 흥겨운 계절이다. 또한 가을은 먹거리 풍부하고, 농사일도 줄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으며,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가 책 읽기에 적절하여 독서의 계절로 불리기에 적절한 것 같다.
그런데 천고마비는 가을이 되면, 살찐 말을 타고 농촌 마을 공격하여, 겨울철 식량을 노략질하던 흉노족을 두려워한 데서 온 말이 시대를 거치며 의미가 변한 것이요,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은 책읽기는 물론 여행을 하고, 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적절한 계절이다. 실로 흥미 있는 내용이다. 이제 만산홍엽, 금수강산엔 형형색색 다양한 빛깔의 관광객들이 산을 뒤덮을 것이다. 자연이 펼쳐놓는 단풍의 황홀한 스펙트럼 앞에서 사람들은 넋을 잃고, 감동을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읽은 만큼 정서는 풍부해진다.
遠水連天碧 (원수연천벽) 멀리 강물은 하늘에 잇닿은 듯 푸르고 霜楓向日紅 (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었어라 (이율곡, ‘花石亭’ 일부)
같은 풍광을 감상하되, 이 한시를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정서의 깊이를 비교해 보면, 독서의 필요성을 새삼스럽게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독서삼여(讀書三餘)’라 하여, 책 읽기에 좋은 세 가지 넉넉한 때를 밝히고 있다. 즉 계절로는 겨울이요, 하루 중에는 밤이며, 날씨는 비가 올 때가 책 읽기에 적절한 때라는 것이다. 정말 선조들이 오랜 경험에서 찾아낸 적절한 독서하기 좋은 조건인 것 같다. 즉 시간의 여유가 있으며, 마음이 들뜨지 않는 때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점차 밤이 길어지는 요즘이 바로 독서하기에 적절한 시기인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독서 실태를 살펴보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의하면, 최근 1년(2020. 9. ~ 2021. 8.) 간 종합 독서율은 47.5%로, 2019년 조사 때 55.7%보다 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성인 52.5%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2017년 발표한 OECD 국가별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을 보면,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이어 독일, 영국 등이 상위에 올라 있고, 우리나라는 0.8권으로 세계 최하위권(166위)으로 나타났다.
성별 독서율 차이는 거의 차이가 없는 반면, 연령이 낮을수록 독서율이 높지만, 연령이 높아질수록 독서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열과 집약적 지식 습득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여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이제 우리의 국가 발전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진 문물을 따라잡기에 적합했던 사고방식은 새로운 문물을 창조해 내는 ‘창의적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구하는 방법을 탐구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AI가 급속도로 발전하여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알 수 없으며, 미래의 직업 판도도 크게 바뀔 것이다. 인도는 어떻게 달의 남극지대에 우주선을 착륙시킬 수 있었을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기 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왜 저렇게 치열하게 다투는 것일까? 그 역사적 배경은 무엇일까?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다.
실로 우리는 독서가 가장 요청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이해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독서를 통해 탐구해야 한다. 독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할 수 있다.
마침 독서삼여에서도 말하고 있는, 밤이 점차 길어져 독서하기 좋은 때이다. 일단 책을 들고 책상에 앉아보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읽다보면 점차 흥미를 느끼게 되고, 깨달음을 얻게 되며, 더 큰 필요성을 느껴 독서를 생활화하게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명연설문을 다시 읽고, 직접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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