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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새해 전야

올가 본다렌코 (우크라이나) | 기사입력 2024/01/01 [07:10]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새해 전야

올가 본다렌코 (우크라이나) | 입력 : 2024/01/01 [07:10]

*우크라이나에서의 새해 모습을 설명하는 디지털 아트 작품들

새해는 항상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절이었지만, 러시아인들이 명절 때 우크라이나 도시를 폭격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올해는 흥분과 축제의 기쁨을 느끼는 대신, 마음 속 깊은 곳까지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이틀 전, 우리는 지난 2년 동안의 전면전 중 가장 대규모의 공습에서 살아남았다. 수많은 도시들이 러시아 영토에서 발사된 백여 개의 크루즈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의 폭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백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수백 명이 심한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도 세계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12월 29일 미사일 공격 후 오데사의 주택

우리가 새해를 맞이하며 축하하는 동안,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집이 폭탄 공격으로 파괴되는 바람에 머물 곳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거의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 않은가? 또한 엄청난 추위 속에 새해를 맞는 첫날밤을 전선에서 보내며, 이어지는 적의 공격에 대항하면서 우리들 평범한 시민들의 생명을 지켜주고 있는 병사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12월 29일 공격 후 르비우의 학교 교실

여러분의 새해 준비는 보통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여러분은 집을 정리하거나, 축제 음식을 준비하거나, 크리스마스 노래를 듣거나, 새해의 다짐에 대해 글을 쓰지 않겠는가? 올해 나는 공습 경보가 울리면 얼른 집어들고 복도로 뛰어나갈 수 있도록 여권, 지갑, 그리고 몇 가지 다른 문서를 작은 검은색 배낭에 넣어 두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12월 29일 공격 후 오데사의 사람들, 미사일이 주택의 일부를 파괴했음

새해 첫날이 두렵다. 이제까지 가장 좋아했던 명절이, 국경 너머 이웃들이, 우리 우크라이나인들의 죽음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날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나는 새해 첫날이 정말 두렵다. 왜냐하면 이 새해 첫날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세계 언론에서 대체로 언급하지 않는 사실은, 이 두 해 전쟁을 치루는 가운데, 서방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하는 일을 거부하는 동안, 러시아는 그들의 치명적인 무기 수준을 더 감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더 많은 폭발물을 추가하고, 더 빠른 초고속 무기로 개선해 왔다는 점이다. 나는 이 글을 쓰는 동안, 또 다른 공습 경보 소리를 듣고 있다. 이곳 뉴스 채널에서는 앞으로 미사일 공격이 더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만약 내가 이번 새해 첫날에  살아남는다면, 유일한 소원은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어디에 살고 있든, 같은 일을 생각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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