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경 - 강선경 선생은 청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충북 음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2018년부터 6년간 북경한국국제학교에서 근무하였고, 올해부터 천진한국국제학교에서 초등영어교사로 근무할 예정이다. 새로운 문화와 교육방법에 관심이 많아 더 즐겁고 재미있는 가르침과 배움에 꾸준히 도전 중이다.

중국에서 지내다 보면 한국과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때가 종종 있는데 중국의 설인 ‘춘절’도 그렇다. 춘절(春節)이라 불리는 중국의 설날은 우리나라와 같이 음력 1월 1일이다. 날짜가 같으니 우리나라와 비슷할 것 같지만 다른 점이 꽤 있다. 춘절에 겪은 몇 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해 보겠다.  

 Episode 1)

북경에서 6학년을 가르치던 해 졸업식 날이었다. 서예에 일가견이 있는 우리 학교 다은이가 선물을 준비해 왔다며 수줍게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안에는 다은이가 직접 붓글씨로 쓴 한자가 들어있었다. 복(福)이었다. 함께 준비한 카드에는 ‘뒤집어서 붙여놓으시면 더 좋대요.’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집에 고이 들고 와 문 앞에 붙이려고 보니, 왜 글자를 뒤집어 붙여놓는 지가 매우 궁금해졌다.

유심히 관찰해보니 꽤 많은 집이 현관문 앞에 그렇게 복(福) 글자를 뒤집어 붙여 놓았다. 중국어 선생님들께 여쭤보니, ‘받다’라는 의미가 있는 '到(dao)'와 ‘뒤집힌’이라는 의미가 있는 '倒(dao)'의 발음이 같아, 뒤집힌 복(福) 글자를 붙여 놓으면 복이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집으로 들어온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다은이에게 선물 받은 복(福)을 뒤집어 현관문 앞에 붙여 놓으며 한 해의 복이 깃들기를 빌어보았다.

Episode 2)

춘절 연휴를 계림에서 보내기로 하고 여행을 떠났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계림의 멋진 카르스트 지형을 둘러보며, 역시 유명한 관광지는 다르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감탄하고, 특색 있는 생선요리로 저녁까지 배부르게 먹고 호텔로 돌아와 자려고 누웠다. 갑자기 하늘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이지?' 하고 호텔 밖을 내다보니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북경에서는 대기오염으로 금지되어 저 멀리서 소리만 들리던 불꽃놀이가 비교적 작은 도시였던 계림에서는 신나게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눈앞에서 펼쳐진 불꽃놀이는 아름답기도 하고 특이하기도 해서 춘절 한 번 제대로 즐긴다 생각하며 즐겁게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뿌듯한 마음으로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이번엔 탕탕탕탕 총소리 같은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다시 조심스레 창밖을 내려다보니 이번에는 집 앞에서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심지어 더 큰 소리를 내려는 듯 네모난 철통에 폭죽을 넣고 터트리는 집도 있었다. 폭죽소리는 밤새 이어졌다. 아무리 액운을 쫓는다는 좋은 의미로 하는 것이라지만, 이러다 잠을 못 자서 불행해지겠다는 생각을 하며 베개로 귀를 틀어막았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다음날 밥을 먹으러 밖으로 나가보니 길가에는 폭죽재가 널려 있고, 매캐한 연기들이 자욱했다. 뜬 눈으로 보낸 계림의 춘절 밤은 결코 잊지 못할 여행의 경험이 되었다.

Episode 3)

춘절을 앞 둔 북경의 2월 어느 날, 갑자기 일이 생겨 급하게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삿짐 업체 여러 군데에 전화를 해 보니 춘절 일주일 전부터 모두 고향으로 돌아간다며, 이사 업무를 할 수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도저히 안된다고 해서 “그럼 언제쯤 될까요?” 물어보니, 춘절 연휴가 끝나고도 2주는 더 고향에 있다가 돌아온다는 대답이 되돌아왔다.

이 업체, 저 업체 여러 군데 전화를 해도 돌아오는 답은 모두 비슷했다. 중국 달력에는 춘절이라고 일주일 정도 빨간 글자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한 달까지도 쉰다는 사실을 듣긴 했지만, 마트나 관공서, 큰 회사들은 보통 일주일이면 업무를 재개하기 때문에 별로 체감하지는 못했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이삿짐 업체에 미리 상자만 빌려 이삿짐을 싸고 직접 이사를 했다. 같은 아파트 안에서 이동하는 것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해야 할까? 이제 절대 춘절 연휴 주변에 ‘큰’ 해야 할 일들은 계획하지 않는다.

이처럼 춘절은 우리나라의 설날과 날짜는 같지만 문화도 풍습도 다른 점이 꽤 많다. 우리가 흔히 중국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처럼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문화적으로는 다른 모습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다양한 문화가 있어 가끔은 불편할 때도 있지만, 이러한 다름이 중국에서 살고 있는 이방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고 재미있게 해준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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