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여인초에서 새순이 나더니 하루가 다르게 컸다. 다른 줄기들을 제치고 맨 위로 올라설 정도로 잘 커 주었다. 이제 너른 잎을 펼치면 멋진 나무가 되어 여행자들의 길라잡이가 될 터였다. 그런데 마지막 10cm정도가 영 펴지지 못하였다.
저러다가 펴지겠지 하며 무심히 몇 날을 보내다가, 돌돌 말려있는 부분을 손으로 살살 펴주었다. 그제서야 여인초는 마치 족쇄에서 풀려 자유의 몸이 된 것처럼 널찍하게 잎을 펼쳤다.
하지만 여인초의 잎은 이미 갈라져 있었다. 한번 입은 상처는 흉터로 남아 다시 붙여지지 않을 것이었다. 너무나 애석해서 얼마나 자책하였는지 모른다. 좀 더 일찍 펴줄 걸.... 후회가 물밀 듯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인초는 잘 자라주었다. 비록 상처는 남았지만 갈라진 생채기가 여인초의 아름다움을 덜지는 못하였다. 아니 오히려 갈라진 모습이 더욱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지금은 우리 꽃집의 시그니처 나무로 대접받는다.
어떤 분들은 갈라진 잎을 가리키며 값을 깎으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그것에 개의치 않고 멋스러움 전부를 더 높이 살 것이다.
값비싼 소나무들은 곳곳이 상처투성이다. 이렇게 나무는 상처를 입으면서도 멋지게 크고, 흉터를 아름다움으로 만들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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