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실 소비를 할 때 '원하는 것' vs '필요한 것'을 분별하기가 너무 어렵다. 예쁘면 또 사게 되고, 허기지지 않는데 또 먹게 되고, 풀옵션의 자동차와 크고 넓은 집을 추구하는 오류에 너무 쉽게 빠진다. 광고와 방송에서는 남들이 모두 소유한 것이 나만 없다면 인생의 루저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많이 가지고 있어도 기쁘지 않고 조급하다. 하지만 적게 소유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가르쳐 주는 곳은 극히 드물다.
이 산문집은 큰 것과 새 것을 소유하려는 낡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자발적 가난과 미니멀리즘, 소식, 다움사이징, 스몰하우스, 다이어트, 경량화 등등 심플해지고 작아지려는 흐름이 문명의 새 패러다임이며, 이런 최소한의 소유가 얼마나 큰 행복과 자유를 주는지, 내가 가진 소유물과 생활방식을 재조정하도록 생각을 크게 자극해 준다.
왜 단순하게 살아야 할까? 소유와 존재 중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많은 자문들을 통해 물질에 몸과 마음이 매이지 않아야만 비로소 인생과 그 본질적 가치에 집중할 수 있고, 비울수록 충만해지고 적게 가질수록 자유로워지는 것 이라는 점에 어느덧 동의하게 된다.
이 책은 삶을 단순화하되, 행복과 열정을 좇으라는 메세지를 계속 전달한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들과 본인의 작품들 속에서 그리고 다른 작가의 잔잔한 작품들을 인용하면서 단순한 삶의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묘사해 주고 있다. 심플하고 소박한 디자인의 표지와, 재생지스러운 내지는 산문집의 메세지를 더 신뢰하게 해준다.
이 산문집은 단순한 삶을 설명하기 위해 '새'를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새들은 씨를 뿌리지도 거두지도 않는데 잘 먹고 잘 산다. 새들은 적게 먹고 적게 배설하며, 낭비란 범죄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는 부류이며, 새의 뼈나 깃은 최소한의 체중으로 가장 큰 힘을 날개에 실을 수 있도록 낭비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새들은 당장에 없는 미래의 근심과 불행 때문에 노래를 쉬는 법이 없다. 새들은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 미불입자들이다. 최저생계비로 살아간다. "
그러면서 작가는 강조한다. 낭비가 관용되는 요즘같은 분위기에서 절약과 인색함의 차이를 설명하고, 절약은 행복을 위해서 검소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인색함은 부자가 되려는 탐욕에 바탕을 두는 삶의 방식이므로, 자신의 인색함은 타인의 고통이 되고, 그리하여 악덕이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단순한 삶과 품위있는 삶의 균형을 적절하게 묘사해 준다. 책 속에 ‘나는 고독이라는 친구, 떳떳한 양심, 읽을 책 한 권이면 족하다,’라는 표현처럼, 즉 단순하게 살되 인색하지 않고 낭비없이 고독을 즐기면서 사는 삶을 칭송한다.
사고 싶은 것들이 많은 중고생들, 이제 막 취업에 성공한 새내기 직장인들, '나 혼자 산다'라는 TV 프로그램처럼 나만의 공간에서 자취를 꿈꾸는 모든 젊은 분들, 신혼부부들…이들 모두에게 이 산문집을 읽어보도록 권하고 싶다. 읽고 실천해 본다면, 집안에 여백이 많아지면 작은 물건이라도 그 존재감이 또렷해 지는 행복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옷장에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이 없을 때 중요한 것은 반듯하게 처신함이지 새 옷이 아님을 떠올릴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고독은 나약함이 아니며, 고독한 자만이 강해진다는 고독 사용법도 도전해 볼 용기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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