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윤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미학과)과 환경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그리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30년 넘게 일하면서 교육, 과학, 문화, 청소년 분야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였다. 그는 은퇴 후 도시 근교에서 텃밭을 일구며 꿀벌을 키우고 있다. 생태환경 파괴로 사라져가는 벌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자 벌의 생태에 관한 책을 출판하기도 하였고, 실제로 도시 양봉을 하면서 벌과 인간의 생태, 문화에 깨달음들을 글로 적고 있다.
광복절이 지나자 농장에 물봉선 꽃이 피었다. 아직도 꽃을 피우고 있는 봉숭아(봉선화)와 많이 닮았다. 동산에서 두 가지 봉선화를 동시에 보고픈 꿈은 이루어졌다. 물가를 좋아해서 물봉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듯한 이 녀석들은 동산의 계곡을 따라 무성하게 자리를 잡아서 한동안 필 태세다. 물봉선 꽃의 등장이 더위가 사그라지는 신호가 아닌가 여겼지만, 기후변화로 얼마나 지구가 열을 받았는지 종다리라는 태풍도 가볍게 튕겨버리고, 다시 무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벌들은 계속되는 더위를 피해서 벌통 밖으로 나와 뭉치고 있다. 장마 때부터 산야에는 꿀이 마르기도 했지만, 요즈음 같은 더위에는 그 부지런한 꿀벌들도 일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이럴 때, 즉 무밀기가 계속될 때, 벌지기들이 특히 경계해야 할 것이 도둑벌(도봉)이다.
이 도둑벌에 대하여 더 놀라운 이야기가 있다. 도봉 당하는 벌통에 있는 벌들의 행동이다. 처음에는 자기 집을 보호하기 위하여 싸운다. 그러나 방어선이 뚫리고 본격적인 약탈이 시작되면, 남아 있던 벌들도 도둑벌의 약탈 행위에 동참한다. 힘세고 운 좋은 놈들만 약탈에 성공한다. 꿀을 뱃속에 채우고 나간 벌들은 다른 벌통으로 간다. 놀랍게도 꿀을 가득 채우고 들어오는 벌들은 경비벌이 잘 받아준다고 한다. 사람사회에서도 재물을 많이 갖고 들어오는 난민들은 환영하지 않을까? 승자만 살아남는 씁쓰레한 결말이다.
인간사회에서도 도둑벌들의 광기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 같다.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다(영끌) 집을 사도록 부추기는 부동산 정책, 개미 투자자들의 탐욕을 자극하는 주가조작 등등. 모두 외부에서 꿀이 들어오지 않는, 비생산적이고 자기파괴적인 현상일 뿐이다.
오늘은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인데, 폭염은 계속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기후변화라는 것도 인간의 야만적인 본능에서 시작된 것이다. 인간들이 경제개발이라는 눈앞의 꿀을 따기 위해 앞뒤 안 가리고 열중하다 보니 어느새 자기들이 사는 집인 지구가 망가져 점점 살기 어려운 곳으로 바뀌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늦은 깨달음은 아닐지. <저작권자 ⓒ 먼데이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