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 이후 각 구단의 투수들로부터 집중 견제를 견디며, 무려 12일 만에 쏘아 올린 대망의 30호 홈런이다. 이로써 김도영은 KBO 리그 역대 최연소, 최소 경기 30-30클럽 달성 선수로 등극했다. 종전 최연소 기록은 박재홍 해설위원이 1996년 현대 소속으로 달성했던 22세 11개월이었다. 김도영은 현재 20세 10개월이니, 대기록을 약 2년을 앞당긴 것이다. 또한 에릭 테임즈(당시 NC 다이노스 소속)가 2015년 112경기 만에 달성했던 기록을 111경기 만에 도달함으로써 최소 경기 기록도 경신했다.
30-30, 홈런과 도루를 동시에 30개 이상 도달한다는 것은 호타준족(好打駿足)의 상징으로 불린다. 대개의 경우 장타력이 있는 선수는 발이 느리거나, 발이 빠른 선수는 장타력이 부족하기 마련인데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갖추기는 정말 어렵다. 투수의 입장에서 이런 능력을 갖춘 타자를 상대하기는 정말 어렵다. 정면 승부를 벌이자니 장타가 무섭고, 어려운 승부를 하다가 1루에 내보냈을 경우 발이 빠른 이 선수는 도루를 노릴 테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런 선수를 보유한 팀은 작전 수행 면에서 활용도가 높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이 기록은 성취하기 힘들다. 생애 통산 타율 3할 3푼을 기록한 ‘타격의 달인’ 고 장효조, 배트를 거꾸로 쥐고 타격해도 3할대를 친다는 ‘야구의 신’ 양준혁, 한일리그 통산 600개의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는 ‘국민 타자’ 이승엽도 이루지 못한 대기록이다.
따라서 30-30클럽 가입자는 몇 년에 한 번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것이 1982년이었는데, 42년이 지난 올해까지 이 기록에 도달한 선수는 총 9명에 불과할 정도이다.
사상 첫 30-30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박재홍이다. 당시 현대 소속이었던 그는 1996년 대졸 신인으로서 30홈런, 36도루를 성취하며 KBO리그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이듬해에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이 30홈런, 64도루를 기록하며 두 번째로 30-30 클럽에 가입했다. 이어 1998년에는 박재홍이 다시 두 번째로 가입하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심하다고 평가되던 1999년에는 홍현우, 이병규, 테임즈 등 무려 세 명의 선수가 30-30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2000시즌 박재홍은 개인 통산 세 번째 클럽에 가입하는 새 역사를 완성했다.
그 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30-30클럽 가입자는 2015시즌 맹활약을 펼친 테임즈에 의해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테임즈는 시즌 통산 타율 0.381, 홈런 47, 도루 40, 타점 140으로, 40-40클럽을 넘어서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성취해 냈으며, 시즌 MVP에 등극하는 등 가장 위력적인 외국인 타자로서 이름을 남겼다.
이제 공은 김도영에게 넘어왔다. 그는 2022년 KIA에 입단해, 프로 3년 차만에 자신의 아구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2024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올 시즌 KBO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 역대 최소 타석 내추럴 사이클링 안타 등 새 역사를 창조하며, 15일 30-30 클럽 가입, 17일 만루홈런 등 MVP 등극을 향해 지치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KIA가 30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전문가들은 김도영이 산술적으로 38홈런-42도루까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홈런 개수가 조금 모자라기 때문에 남은 경기에서 좀 더 분발한다면 토종 타자로는 최초로 40-40클럽 등록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도영은 17일 LG와의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치고도 웃지 않았다. 그는 “(타격)감이 별로 안 좋다 보니 기분이 조금 다운된 것 같다. 타격감이 얼른 올라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의 강인한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8월 17일 현재 그는 타율 3.44, 홈런 31, 도루 34, 타점 89, 득점 111을 기록하고 있다. 김도영이 3(타율)-40(홈런)-40(도루)-100(타점)-100(득점) 클럽 가입이라는 대기록을 성취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의 능력과 의지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목표이다. <저작권자 ⓒ 먼데이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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