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그리고 원자력

김학노 | 기사입력 2023/06/13 [23:18]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그리고 원자력

김학노 | 입력 : 2023/06/13 [23:18]



바야흐로 세계는 기후 변화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구의 재앙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여 지구의 온도를 2050년까지 1.5oC 증가로 그치게 하는 가가 모든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가 1993년 12월 가입한 “기후에 관한 유엔 협약”은 선진국들이 각종 온실가스※의 방출을 제한하고 지구 온난화를 막는 게 주요 목적이며, 협약 자체는 각국의 온실 가스 배출에 대한 어떤 제약을 가하거나 강제성을 띄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약으로 알려져 있는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은 2015년 12월 12일 “2015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채택된 조약이다.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스스로 정해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이 목표를 실천해야 하며, 국제사회는 그 이행에 대해서 공동으로 검증하게 된다.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가인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전망치 대비 24.4%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고 있다. 또한 2020년 10월 28일 대통령이 2050년까지 자발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파리협정 1.5oC 목표 실현을 위해 설정한 2030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범국가적인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사용은 불가피하게 CO2의 배출을 유발할 수 밖에 없으므로, 가능한 한 CO2를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원으로 생활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공업용 원료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석유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전기생산에 사용하는 화석연료(석탄, 천연가스, 석유 등)는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에 따르면, 전기생산에서 발생하는 CO2는 kWh당 원자력 10g, 풍력 14g, 태양광 54g, 천연가스 549g, 석유 782g, 석탄 991g이다. 전기생산용 에너지원으로써 원자력, 풍력, 태양광의 이용은 늘리고 화석연료를 줄여나가는 국가 에너지정책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풍력과 태양광을 활용하기에 너무 열악하다. 면적도 작을 뿐 아니라 바람의 세기도, 일조량도 좋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1GW(백만kW) 발전소를 건설하려면 원자력 60만m2, 태양광 1320만m2, 풍력 500만m2의 부지가 필요하다는 자료도 있다.

 

에너지 밀도를 보면 우라늄 1g은 석유 9 드럼(55갤런=208리터), 석탄 3톤이 내는 에너지와 같다. TWh(10억 kWh)의 전기를 만들 때, 사고와 공기오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살펴보면, 태양광 0.02, 원자력 0.03, 풍력 0.04, 수력 1.3, 천연가스 2.82, 석유 18.43, 석탄 24.62~32.7명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대표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소(원전)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4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원전은 만에 하나 사고가 나더라도 5중의 물리적 방벽이 있어 우리가 두려워하는 방사성물질이 회부환경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아 준다. 원자력을 발전에 이용한 이래 원전에서 과거 세 차례의 큰 사고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원전 24기 중 21기는 미국 TMI-2와 같은 가압경수로형이다. 미국 TMI-2 사고는 원자로가 절반이나 녹아 내렸지만 외부로의 환경피해가 전혀 없었다.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정밀 분석하여 우리나라는 모든 원전에 55건의 추가 안전 보완 조치를 취해 놓아 후쿠시마 사고와 같이 진도 9.0의 대형 지진 후에 쓰나미가 들이 닥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원전은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정해 원전을 운영하고 있으며, 고장이 사고로 확대되기 전에 원자로를 안전하게 정지하고 유지관리하도록 제반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안전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인류가 편의를 위하여 개발해온 각종 문명의 이기 중에 100% 안전한 것은 없다. 오죽하면 중국도 원전굴기를 국가 정책으로 수립하여 중국의 동해안, 즉 우리 서해와 접한 지역에 100여기에 이르는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고 하는가?

 

우리나라 국가 통계 포털에 따르면 kWh당 전력 정산단가는 원자력 52.48원, 석탄 156.99원, LNG 239.17원, 유류 299.78원, 양수 277.58원, 태양광 191.17원, 풍력 191.50원에 이른다. 우리가 값싸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일상생활에 사용하고,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려면 값싸고 친환경적인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옳은 정책 아닐까?

 

지금 우크라이나는 전쟁중이다. 1991년 12월 26일 소련 해체 후 서방의 군사동맹인 나토가 러시아를 향해 계속 동진해 러시아에 안보위협을 가해 어쩔 수 없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게 러시아의 일방적 주장이다. 그런데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땅만 빼앗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에 에너지 위기를 가져왔다. 자원 부국인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공급이 부족하여 특히, 동부 유럽지역에서는 장작을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천연가스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일상생활은 당연히 매우 불편해 질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천연가스와 석탄은 100%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하여 LNG가격이 폭등하였다. LNG 발전이 30%에 다다르는 우리나라에도 연료비 상승에 따라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불똥이 튀었고, 우량기업인 한전의 적자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 44여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가 국가 안보를 얘기할 때, 국방, 식량, 경제 뿐 아니라 에너지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탈원전정책을 펴고 있는 유럽국가들은 전기가 부족할 때 주변국가로부터 전기를 수입하여 쓸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어느 나라로부터도 전기를 수입할 수 없는 “에너지섬”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도 부족하여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 정세가 나빠지면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불안정하게 되어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을 초래할 뿐 아니라 수입액이 급등하여 무역 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 가능한 한, 가격이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며,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전기를 생산하는게 국익을 위하는 길이다. 우리나라는 우라늄 농축 이외의 원전 관련 기술을 100% 확보하고 있어서 원전이 에너지안보의 첨병 역할을 할 수 있다.

 

2021년의 경우, 전기를 만드는데에도 석탄 34.3%, 천연가스 29.2%, 원자력 27.4%를 각각 담당하고, 재생에너지(태양광, 풍력, 수력, 조력, 지열 등)는 고작 7.5% 미만이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전기의 약 30%는 원자력으로 만든 무공해 전기임을 기억하고, 원자력을 보다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 지혜가 모아졌으면 한다.

 



저자약력

(前)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前)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개발본부장

(前)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시스템기술개발본부장

(前)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前) 제4세대 국제원자력포럼 부의장

(前) 제4세대 국제원자력포럼 정책그룹 한국대표

(前) 원자력진흥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 산하 원자력이용개발전문위원회 위원

 

주요 상벌사항

- 도약장 (2009.5.28.) : 한국원자력연구원 창립 50주년 기념 훈장

- 장관표창 (1995.4.7.) : 하나로 준공 공로 포상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