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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사랑하는 청년 예술 작가, 요요진 임효진

유철 편집국장 | 기사입력 2024/07/24 [15:22]

평화를 사랑하는 청년 예술 작가, 요요진 임효진

유철 편집국장 | 입력 : 2024/07/24 [15:22]



요요진 (본명 임효진) 작가는 2010년 유네스코를 통해 잠비아에 파견된 것을 계기로 9년간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더불어 그는 잠비아의 아티스트 그룹 ‘ART4ART’ 소속 작가로 활동하며, 회화와 조형,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가고 있다. 또한 HIV/AIDS의 올바른 정보 전달과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였다. 그는 2019년 3월 잠비아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Q1. 임 작가님, 작가님의 작품 주제나 소재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A1. 저는 평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전시나 작품을 통해서 나누는 것을 즐겨하는데요. 평화를 생각하면 굉장히 이상적이고 뭔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거나 생각하기 마련인데, 평화라는 게 결국에는 굉장한 긴장관계의 연속일 수도 있는 것이고, 긴장관계가 깨졌을 때 평화는 거의 다 존재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 아이러니함이 재미있어서, 저는 일상 속에서 이러한 긴장이나 현상들을 소재로 삼아 작업하고 있습니다.

 

Q2. 임 작가님은 어떤 계기로 현재와 같은 작업을 하게 되셨는지요?

A2. 저는 어렸을 때 안정적인 가정에서 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갈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향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가 한국 유네스코 위원회를 통해서 아프리카의 잠비아에 가게 되었어요. 그곳에서 활동을 하며, 예술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예술가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저의 친구이자 선생님이 되어 주었으며, 그림과 재료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었는데, 그런 것들이 지금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어요.

 

Q3. 임 작가님, 아프리카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요?

A3. 잠비아에 가기 전에는 아프리카를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서구적인 시선에서 제가 아프리카에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프리카에 가서 직접 경험해 본 잠비아는 평화를 사랑하고 긍정적인 사람들이 가득했고, 그들은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저는 유네스코를 통해 파견을 나갔던 마을에서 마을 청년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수 있게 돕는 작업을 했어요. 그리고 주말마다 짬을 내서 잠비아 수도인 루사카에 있는 작가들과 HIV/AIDS 예방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어요. 그러다가 영상이나 애니메이션이 큰 흥미를 줄 수 있는 반면에,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가 없으면 접하기 힘들다는 점에 한계를 느껴, 그 이후에는 현지의 작가들과 함께 벽화와 전시 등의 많은 협업을 진행했어요.

 

Q4. 한국에 오셔서는 어떤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지요?

A4. 제가 아프리카 잠비아에서는 뭔가 시민단체들과 협업을 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많이 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그런 작업이나 협업은 계속 많이 진행을 해오고 있고요. 그와 더불어서 제가 생각했던 평화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나, 평소에 생각하는 평화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작품이나 전시를 통해서 사람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5. 본인의 작품과 작품 활동에 남과 다른 특별한 점은 무엇인지요?

A5. 저는 완성된 이미지나 작품 결과보다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저의 사색 내용이나 열망, 염원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작품활동 당시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또 남기기 위해서 수집한 자료와 인터뷰 내용을 보관하고, 공유하고 있어요.

 

Q6. 임 작가님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세요.

A6. 제 작업에는 어떤 일정한 캐릭터가 존재를 하는데요. 저는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살면서, 나름 외국인으로서 그곳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외로움이 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외로움을 9년간 느끼면서 저 자신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할 수가 있었고, 그러면서 뭔가 작품에도 그런 게 많이 반영이 됐던 것 같아요. 어느 날은 제가 자유롭게 뭔가를 그려봐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냥 정신없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굉장히 엉성하고, 그러면서도 뭔가 저랑 굉장히 닮은 것 같은 캐릭터를 그리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친구를 이제 작업에 많이 반영을 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고요. 제 작업은 이런 캐릭터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 캐릭터들은 거의 모두 다 왕관을 쓰고 있어요. 제가 모자를 안쓰면 굉장히 불안해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왕관을 항상 씌워주고 있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왕관이라는 게 계급의 상징이잖아요? 그렇게 볼 때, 무엇이든 다 왕관을 쓰면 그 위치에서 모두 평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Q7. 임 작가님은 다른 작가나 단체, 기관과 협업도 많이 하신 것으로 압니다.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A7.  저는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로 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2011년 잠비아에 파견 나갔을 때 현지 아티스트 그룹 Art4Art의 소속작가로 활동하면서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었었죠. 그 후로도 현지의 다양한 시민단체와, 벽화나 영상제작 디자인 등 공익적인 목적의 협업을 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 비용을 받지 않는, 저의 작업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했던 협업들이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여러 시민단체와 협업을 하기도 하지만, Coach, Samsung, Absolut Vodka 등 기업과의 협업도 거부감 없이 하고 있어요. 제가 생각할 때, 의미 있는 작업도 소중하지만, 작업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작업 구조를 만드는 것이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Q8. 임 작가님은 전시회도 꽤 여러 번 하신 것으로 압니다. 대표적인 또는 기억에 남는 전시회에 대한 말씀을 좀 해주세요.

A8.  제가 한국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5년이 조금 넘어가네요. 작업 기간이 그렇게 길지 않지만 제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싶은지는 알게 된 것 같아요. 지난 전시 ‘한티역 2번 출구에서 만나’가 대표적인데요. 저의 여자 친구와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 전쟁이 나면 어디에서 만날래?”라는 질문에, “너랑 집이 가까운 한티역 2번 출구에서 만나자.”라고 대답한 것이 전시의 제목이 되었어요. 지하철이라는 일상적인 교통수단이 대피소가 되는 순간, 그 지하철역이 평화의 공간으로 전환되겠죠? 이런 지점이 저희에게 흥미로웠고, 소설을 쓰는 제 여자 친구와, 그림을 그리는 제가 함께 작품을 선보인 전시가 되었습니다.

 

 

Q9. 임 작가님은 이제 곧 공부를 더 하기 위해서 영국 Royal College of Art로 유학을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A9. 예, 저는 늘 예술과 인문학을 함께 공부하고 싶어했고, 이 두 분야를 다룰 수 있었면 좋겠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Royal College of Art에 Art & Humanities라는 학과가 새로 생겼어요. 이 학과는 다시 다양한 분야로 나뉘는데, 저는 Site and Situation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우리가 마주하는 일상 생활 속에는 굉장히 많은 역사적인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잠비아에서 한 활동이나, 여기 한국에서 지금 작업 활동을 하면서 하는 이야기들도 사회적인 맥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연결점들을 찾아가면서 작업과 연결시키는 것을 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Q10. 임 작가님의 인생관에 대해서도 말씀을 해주세요.

A10.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는 어렵겠으나, 저는 이런 마음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서로를 향한 마음이 커지고, 이해하려고 노력할수록 인간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11. 주변에 자신의 진로나 인생 목표 등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조언해주실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A11. 제가 2013년도에 처음에 아프리카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그때 굉장히 당황했었어요. 저는 열정을 가지고 한 일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남들과 비교를 하기 시작했고, 그리고 그때 심적으로 굉장히 많은 아픔을 겪었거든요. 그 아픔은 결국에는 조급함과 남과 비교하는 것에서 왔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저는 그 기회를 통해서 뭔가 저를 더 발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일을 하시든지 나 자신을 먼저 아는 게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결국에는 그것을 통해서 내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거잖아요. 그것을 알 수 있다면 좀 더 멋진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저의 조언은, '너 자신을 알라, 나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있듯이, 나에 대해서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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