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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6월

이종대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3/06/23 [15:53]

꽃보다 아름다운 6월

이종대논설위원 | 입력 : 2023/06/23 [15:53]



신록의 계절 6월이다. 산을 보아도, 들을 보아도 온통 푸른빛이다. 도심의 가로수도 푸른빛을 더해 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세상이 다 신록으로 가득 찬 것 같이 느껴진다. 

 

수많은 시인들이 6월을 노래했다. 

황금찬 시인은 그의 시 ‘6월’에서 

‘6월은

녹색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다’

고 했다. 

시인의 말대로 온 천지가 신록이고 녹색이다.

 

황금찬 시인 말고도 6월을 노래한 시인은 참 많다. 

윤보영 시인은 그의 시 ‘6월 편지’에서 

‘6월에는

편지를 적겠습니다

푸른 들판처럼 싱싱한

내 그리움을 몽땅 꺼내놓고

초록편지를 적겠습니다’

라고 적었다. 

그의 시는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자연스럽고 진솔한 표현들이 읽는 이를 시의 세계로 깊숙이 빠져들게 하는 아름다운 시편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신록의 아름다움이 가득 찬 6월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픔도 많은 것 같다.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그리고 6일은 현충일이다. 10일은 6·10 민주항쟁 기념일이고, 25일은 6·25 전쟁일이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아픈 날 앞에서 우리는 사뭇 숙연해진다. 무엇이 이 아름다운 산하를 역사의 질곡 속으로 끌고 간 것일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피로 얼룩진 6월의 역사를 기억해야만 하는 것일까? 도대체 같은 민족 간의 싸움은 왜 일어나며,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역사의 현장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분노와 미움은 전쟁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풀 수 없는 것일까?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가슴이 아리다. 인간의 이기심은 끝이 없고, 수많은 사람들은 또다른 많은 이들의 잘못된 정치적 판단과 침략 야욕의 희생양으로 사라져 갔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6월의 녹음처럼 싱싱한 젊음이 가을날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가슴이 저리다. 그 시퍼런 녹음이 비에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뒹굴다가 사그라지는 상상에 몸서리를 칠 때가 있다.

 

우리는 황금찬 시인의 시구대로 ‘액자 속의 그림’처럼 멋진 ‘꽃처럼 아름다운’ 이 계절에 풍광을 즐기며 조용하고도 평화롭게 살아갈 수는 정녕 없는 것일까?

 

이종대 [먼데이타임스 편집위원] 

이종대 [먼데이타임스 편집위원] 

 

칼럼니스트로 충청매일신문에 『이종대 칼럼』을 12년간 연재하였으며, 청주를 중심으로 하는 문학 창작 전문 단체 <내륙문학회>와 <마음을 가리키는 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에 [어머니의 새벽], [뒤로 걷기], [꽃에게 전화를 걸다]와 수필집 [안고 업고 웃고]를 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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