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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대폭 증원, 대학입시 합격선 하향 도미노

이종대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4/07/24 [15:07]

의대 정원 대폭 증원, 대학입시 합격선 하향 도미노

이종대 논설위원 | 입력 : 2024/07/24 [15:07]



요즘 고3 교실은 팽팽하게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2014. 11. 13.로 확정되어, 이제 4개월여 앞 둔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데다가, 내신성적에 아주 중요한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험생들에게는 자신의 학업 능력을 진단하고, 평가원에서는 수능 응시자의 학력 수준 파악을 통해 적정한 난이도를 유지하기 위한 시험인 9월 모의고사도 앞두고 있다. 9월 모의고사는 재수생과 반수생 등도 고3 학생과 같이 시험을 치르기에 평가 결과는 물론 과정에도 교육관계자들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더군다나 올해는 의대정원이 대폭 증원되면서 수험생들은 어떻게 진로를 잡아야 할지 더욱 혼란한 상태에 빠져 있다. 거기에다가 재수생과 이른바 반수생들의 향방에도 촌각을 곤두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모 학원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 자타가 공인하는 서울 모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 중 무려 248명이 휴학을 신청한 상태라 한다. 이중 자연계열이 130명으로 52.4%이고 사범대와 자유전공학부를 아우르는 인문자연통합계열은 89명으로 35.9%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휴학한 학생들은 어디로 가는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세칭 더 잘 나가는 학과를 가기 위해 수능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 중 상당수는 의대로의 진학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기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올해 증원된 의대정원까지 합하여 추산하면 이 학교 이공계 합격생의 100% 가까이 의대에 진학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의 입시경향에 따르면 의대, 치의대, 한의대 다음에 수도권에 있는 공과대학에의 합격선을 추정해 보는 것이 보편적인 경향인데, 의대 정원의 대폭적인 증원이 이와 같은 합격선의 하향 도미노 현상을 더욱 가속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의대의 합격선이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치의대와 한의대의 합격선도 낮아진다. 그리고 수도권 공대의 합격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자연계의 합격선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학과를 선택하느냐는 질문에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사회적으로 보장받는 직업을 택하기 위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다는 현실적 대답에 수긍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먼 장래를 위해 헌신봉사하시는 선생님도 학생과 학부모님의 이 같은 현실적인 욕구를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의대, 치의대, 한의대에 대한 쏠림 현상이 과연 국가발전에 있어서 어떤 결과를 빚을 것인가? 공대의 합격선에도 못 미치는 기초과학계열의 부진을 이대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모름지기 한 나라 발전의 중요한 핵은 기초과학기술의 발전에 있음은 상식에 속하는 것인데도 그렇지 못한 현실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또 개인적으로도 그러한 쏠림 현상 때문에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만으로 대학에 진학했을 경우 학생은 과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부모라면 내 자식이 진정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나서 진로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수험생이 성적도 적성도 의대에 맞는다면 당연히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순리이다. 우려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제일 먼저 생각할 것은 학생의 미래이며 행복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직 고민할 시간은 조금 더 남아있다는 것이다. 대학수시모집이 9월 중순경에 마감되는 대학이 많이 있고 수능도 4개월 정도 남아있다. 정시 모집까지는 좀더 여유가 있다. 그때까지 정말 진지하게 내 아이의 장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자. 그리고 최선의 선택을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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