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는 배터리 주문이 급하게 몰려 평소엔 10명 정도인 포장 작업대에 20명이 앉아 일을 하면서, 출입구 바로 앞 화물엘리베이터 근처에 포장된 완제품을 쌓아 놓은 것 때문에 일어났다. 여기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근로자들의 대피로가 차단된 것이 참사를 키운 주요 요인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근로자가 일용직 외국인이어서 공장 구조를 숙지하지 못해 화재 반대편에 계단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수도 있다고 하니, 이 역시 대참사의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1차 전지인 리튬 배터리는 충전을 거듭하며 사용하는 2차 전지와 달리 화재 위험도가 비교적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별도의 매뉴얼이나 안전기준 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와 같이 1차 전지라도 고온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에 접촉하면 폭발하는데, 한번 불이 붙으면 진화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계속해서 폭발하며 화학물질인 불산을 내뿜는다. 이번처럼 완제품이 쌓여 있는 장소는 한번 불이 붙으면 연쇄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완제품을 한군데 쌓아 놓지 말고 일정 분량씩 분리해 보관하고 신속히 출하했더라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지 않나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또 화재초기에 노무자들이 소화기를 들고 화재를 진압하려고 했다고 전해지는 데, 무용지물이었던 것은 이 같은 금속화재에는 전용소화기가 있어야 하는데 현행 소방법상 리튬 등 금속화재가 화재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전용소화기를 개발할 기준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 엄청난 참극을 접하면서 우리는 2017년 12월 21일에 충북 제천시 용두동에서 발생했던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는 당시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화재가 순식간에 8층 건물 전체로 빠르게 확대되었는데, 3층 남성 사우나실에 계시던 분들은 그곳에서 오래 근무했던 이발사의 안내로 비상계단으로 신속하게 대피한 반면, 2층 여성용 목욕탕에는 비상구가 창고 대용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대피를 유도한 사람도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주 출입구도 고장나 사망자 29명, 부상자 36명이나 되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렇게 볼 때, 화성 리튬전지 화재와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많은 점에서 닮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라는 점이다. 특히 두 사건 모두 공통적으로 대피로가 막혀 있었는데, 만약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대피로를 확보했더라면, 두 사건 모두 참담한 인명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우리가 수없이 강조했듯이 '설마?' 하는 안일한 생각이 대참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성해야겠다.]
화성 리튬전지 화재 사고가 터지면서 각 지자체들이 배터리공장을 긴급 점검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비록 사후약방문 격이긴 하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조치로 여겨진다. 특히 2차전지인 리튬이온배터리는 충전식으로, 통상적으로 대부분 한 번 사용된 뒤 재충전 없이 폐기되는 1차 전지의 리튬배터리보다 화재 위험이 더 크다고 한다. 각 지자체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소방 장비에 대한 사전 점검 정비에도 나섰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충북도 역시 LG에너지솔류션,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해 2차 전지 관련 기업 40곳의 생산시설과 연구 개발 기지가 있는 청주시 오송읍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점검을 계획하고 있다하니 이 역시 당연한 일이라 본다.
다시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사건이나] 화성 리튬전지 화재 사건과 같은 인재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작은 것부터 챙기는 일을 생활화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먼데이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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