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문영숙은 전업주부로 살다가 쉰이 넘어 검정고시를 통해 늦깎이로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학을 시작했다. 문학동네 공모전에 당선된 고구려 사신도를 소재로 한 대표작 『무덤 속의 그림』을 필두로 강제징용을 다룬 『검은 바다』, 위안부 소설『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 한인디아스포라를 다룬 『에네껜 아이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글뤽 아우프 독일로 간 광부』등과 북한의 인권을 다룬 『꽃제비 영대』등, 주로 한민족의 수난사를 다룬 책들이 많다. 그녀는 현재까지 동화, 소설, 에세이, 그림책까지 50여 권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 중에서 『꽃제비 영대』는 『A cross the Tumen』 으로, 위안부 소설 『그래도 나는 피었습니다』는 『Trampled Blossoms』 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녀는 잊혀진 인물 『독립운동가 최재형』을 쓴 계기로 현재 사단법인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160여 년 전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로 떠났던 코리안 디아스포라 1세대인 고려인들이 꼭 지키는 명절이 두 개가 있다. 봄이 되면 반드시 조상의 묘를 찾는 한식이고, 또 하나는 농사지은 햇곡식으로 조상에게 차례를 모시는 추석이다. 이 둘은 조상을 섬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나는 독립운동가최재형기념사업회에 몸을 담고 있어서 우수리스크에 여러 번 다녀왔는데 러시아 극동의 연해주는 고대 우리민족의 고토로 고구려와 발해의 땅이었다. 고려인들은 해마다 추석맞이 대 축제를 여는데 마침 최재형기념사업회에서 매년 시행하는 역사탐방 맞물려 고려인들의 추석맞이 축제를 함께 할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우수리스크에는 고려인문화센터가 있는데 고려인들을 위해서 대한민국에서 지어준 건물로 1층에는 고려인 역사를 전시해 놓은 역사관이 있고, 2층에는 모임이나 연회를 할 수 있는 큰 강당이 있다. 추석맞이 대축제는 고려인문화센터 밖에 있는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데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다. 그 중에서 ‘추석’을 소재로 일종의 뮤지컬을 하는데 중년의 아주머니들과 아저씨들이 볍씨를 뿌리는 장면부터 논매기등 노래와 곁들여 농사일정을 보여준다. 가을이 되면 추수를 해서 햇곡식으로 떡을 만들고 각종 수확물로 차례상을 준비하는 전과정이 연출된다. 차례를 모시고 나면 음식을 싸들고 조상의 묘소를 찾아 성묘를 하고 고향을 그리는 합창을 하는데 ‘꿈에 본 내고향’, ‘타향살이’등을 부를 때면 고려인들의 뼈아픈 이산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가슴이 울컥한다.
2부에서는 연해주 일대에 사는 소수민족들이 모두 참가하여 한국의 전통명절인 추석을 즐긴다. 소수민족들은 그들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을 가져와 고려인민족자치회 회장에게 선물하고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무용단을 데려와서 공연을 하는데 화려한 전통의상과 민족성을 살린 춤들이 다양하고 이채롭다.
우수리스크에 사는 고려인들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멀리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 되어 거주이전의 자유도 없이 반세기가 넘게 우리나라와 단절되어 살았다. 1991년 소비에트가 무너진 이후에 다시 그들이 말하는 원동, 즉 먼 동쪽인 블라디보스토크나 우수리스크 등 연해주로 돌아와 사는 동포들이 바로 고려인들이다.
일제강점시기 멀리 중앙아시아까지 떠밀려 온갖 고통을 감내한 고려인들이 우리보다 우리의 전통을 더 잘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 눈물겹게 느껴졌다.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강제이주되어 살아남는 것조차 버거웠을 텐데 우리문화와 전통이 위로가 되었을까? 더더구나 고려인들은 조상을 숭배하는 정신이 우리보다 훨씬 더 강하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다.
어느 날, 추석맞이 행사를 끝내고 오후에 VIP 만찬에 참석했을 때였다. 약 20여 개의 소수민족 대표들이 함께 했는데 러시아 식으로 돌아가면서 건배사를 하는데 잔을 채우게 하고 일어나서 소감을 말한 후에 건배사를 하는데 하나같이 고려인들을 부러워했다. “모국에서 문화센터 건물을 지어준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추석을 기다립니다. 어느새 추석은 우리 소수민족 모두의 명절이 되었습니다.” 소수민족 대표들은 자기차례가 오기를 기다려 대한민국이 최고라고 엄지척을 하며 건배사를 했다. 고려인들 덕분에 어깨가 으쓱해지는 추석맞이 축제의 대미였다. <저작권자 ⓒ 먼데이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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