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시인들이 6월을 노래했다. 황금찬 시인은 그의 시 ‘6월’에서 ‘6월은 녹색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다’ 고 했다. 시인의 말대로 온 천지가 신록이고 녹색이다.
황금찬 시인 말고도 6월을 노래한 시인은 참 많다. 윤보영 시인은 그의 시 ‘6월 편지’에서 ‘6월에는 편지를 적겠습니다 푸른 들판처럼 싱싱한 내 그리움을 몽땅 꺼내놓고 초록편지를 적겠습니다’ 라고 적었다. 그의 시는 내용도 내용이려니와 자연스럽고 진솔한 표현들이 읽는 이를 시의 세계로 깊숙이 빠져들게 하는 아름다운 시편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신록의 아름다움이 가득 찬 6월엔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픔도 많은 것 같다. 6월 1일은 의병의 날이다. 그리고 6일은 현충일이다. 10일은 6·10 민주항쟁 기념일이고, 25일은 6·25 전쟁일이다.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아픈 날 앞에서 우리는 사뭇 숙연해진다. 무엇이 이 아름다운 산하를 역사의 질곡 속으로 끌고 간 것일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피로 얼룩진 6월의 역사를 기억해야만 하는 것일까? 도대체 같은 민족 간의 싸움은 왜 일어나며,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역사의 현장 곳곳에 도사리고 있던 분노와 미움은 전쟁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풀 수 없는 것일까?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에 가슴이 아리다. 인간의 이기심은 끝이 없고, 수많은 사람들은 또다른 많은 이들의 잘못된 정치적 판단과 침략 야욕의 희생양으로 사라져 갔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6월의 녹음처럼 싱싱한 젊음이 가을날 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가슴이 저리다. 그 시퍼런 녹음이 비에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뒹굴다가 사그라지는 상상에 몸서리를 칠 때가 있다.
우리는 황금찬 시인의 시구대로 ‘액자 속의 그림’처럼 멋진 ‘꽃처럼 아름다운’ 이 계절에 풍광을 즐기며 조용하고도 평화롭게 살아갈 수는 정녕 없는 것일까?
이종대 [먼데이타임스 편집위원]
칼럼니스트로 충청매일신문에 『이종대 칼럼』을 12년간 연재하였으며, 청주를 중심으로 하는 문학 창작 전문 단체 <내륙문학회>와 <마음을 가리키는 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에 [어머니의 새벽], [뒤로 걷기], [꽃에게 전화를 걸다]와 수필집 [안고 업고 웃고]를 발간하였다. <저작권자 ⓒ 먼데이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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